"20% 안팎에서 큰 변화 없이 양강 체제 구축"
친문 제3의 인물론 부상…당 안팎선 "여전히 살아있다"

2021년 정치권은 2022년 20대 대선을 향해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대선 전초전인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여야의 대선 후보 경선 등 정치권의 모든 초점은 대선을 향하게 된다.

지난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도 어느 때보다 적지 않은 변동을 보였다.

여권만 보면 '이낙연 대세론'과 '이재명 대망론'이 혼재하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양강 구도로 재편됐다고 볼 수 있다.

◇굳걷했던 '이낙연 대세론'… 결국 독주 깨지고 접전 구도로

이 대표는 제6공화국 이후 '최장수 국무총리'라는 역사적인 타이틀로 각료 시절부터 여권 내 잠룡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 왔다.

총리 퇴임 후 민주당의 총선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뛰면서 압승을 거뒀던 4·15 총선 전후엔 '이낙연 대세론'은 더욱 굳건해졌다.

이 대표는 총선에서 야권의 대권주자였던 황교안 당시 미래통합당 대표를 꺾으며 여의도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당내 기반이 약하다고 평가를 받던 이 대표는 지난해 8월엔 당권까지 거머쥐었다.

8·29 전당대회에선 '어대낙'(어짜피 대표는 이낙연)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낼 정도였다. 결국 6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유력 경쟁자였던 김부겸 전 의원을 크게 꺾었다.

그렇게 '이낙연 대세론'은 물 흐르듯 단계를 밟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부동산 민심 악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문재인 대통령·여당 지지율 동반 하락세까지 겹치면서 이 대표는 이렇다 할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

◇'사법족쇄' 벗어난 이재명, 양강구도 만들며 대세론 흔들어

대표 취임 이후 이 대표의 지지율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내리막을 걷던 사이 이재명 지사는 '친형 강제입원' 등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벗은 지난해 7월을 기점으로 맹추격하며 대세론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 지사는 특유의 '사이다 발언'으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자 덩달아 지지율도 조금씩 상승세를 보였다.

여기에다 1차 재난 지원금 등 이슈를 선도적으로 제기해 온 이 지사는 명실상부한 여당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하며, 이른바 '기본' 시리즈로 정책 행보도 곁들였다.

그렇게 이 지사는 여권 내 양강구도까지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철옹성 같던 이낙연-이재명의 '투톱'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지지율은 20%대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아직 '링'에 오르지도 않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여권의 투톱이 오차범위를 벗어나 뒤쳐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오마이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해 12월 21∼24일 나흘간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윤 총장이 23.9%로 이 대표 18.2%, 이 지사 18.2%를 오차범위를 벗어난 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신뢰도는 95%, 표본오차는 ±1.9%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권 주자들의 '박스권 지지율' 최대 변수는 진문(眞文)의 제3후보

여권 대표적인 잠룡 2명이 박스권 지지율을 보이며 정권 교체의 가능성을 야권에 심어주자 당내 최대 세력인 친문(親文) 진영에서는 제3 후보에 대한 기대가 커가고 있다.

더욱이 이 대표는 문재인정부 첫 총리를 지냈지만, 엄밀히 따지면 친노(친노무현)·친문 직계 인사는 아니다.

이 지사도 지난 대선 경선에서 문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친문 강성 지지층과 쉽게 섞일 수 없는 상흔을 남겼다.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라디오에 출연해 "현재는 (이대표와 이 지사) 두 분이 경쟁을 하고 있지만 상황 변화가 온다면 제2, 제3, 제4의 후보들이 등장해 경쟁할 수 있다"고 했다.

홍 의원이 제3후보의 필요성을 거명한 것은 분명히 이례적이다. 대선 분위기를 달구기 위해 여러 주자가 필요하다는 '전략적 발언'일 수 있지만, 아직 독자후보를 내지 않은 친문 진영이 언제든 제3후보를 띄울 수 있다는 해석도 적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친문 진영은 지난해 11월 자체 싱크탱크 '민주주의4.0'를 만들며 당내 세력화에도 나섰다. 주요 정치일정 과정에서 민주주의4.0의 역할이 작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
정세균 국무총리

여권에선 '제3의 후보'로 정세균 국무총리, 이광재 의원, 이인영 통일부 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후보군으로 꾸준히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경선 출마를 포기한 김경수 경남지사도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가운데 범친노로 분류되는 정 총리는 제3의 후보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다. 국회의원 6선에 이어 당 대표 3회, 장관, 국회의장, 국무총리를 역임하는 등 화려한 경력과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다.

그는 물밑에서 조용히 세를 늘리며 대권의 밑그림을 그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권의 핵심인 이른바 '86그룹'의 움직임도 주목해볼 만 하다.

지난 총선에서 당선돼 정계로 돌아온 원조 친노 이광재 의원은 대선 출마와 관련해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최근 '노무현이 옳았다' 책을 출간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원내대표까지 지낸 이인영 장관도 "정당 정치인 출신으로 정권 재창출과 관련해서 저를 던져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하겠다"며 대권 도전의 여지도 남겨뒀다.

제도권 정치에서 벗어나 있는 유시민 이사장은 대선 출마에 대해 줄곧 부인하고 있지만, 노무현재단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최근 부동산 정책에까지 의견을 개진하며 정치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친문 진영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 과정을 보듯 제3의 후보의 등장에 힘을 받으면 기존 잠룡들보다 더 역동적인 양상을 보일 수 있다"며 "대선까지 남은 시간이나 절차를 봤을 때 제3후보가 치고 올라갈 공간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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