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유승민 사무실 개소식 참석…"대선 준비 시작 축하할 것"

12일 오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12일 오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차기 대선과 내년 4월 서울·부산 시장 선거를 바라보는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입장에 변화가 엿보인다. 

"당내 사람이 안 보인다"며 국민의힘 소속 주자들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 온 김 위원장이 당내 사람들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1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유승민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당내 대권주자로 지칭하면서 "우리 당내에서 대통령에 출마하려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어느 정도 의사를 표명한 사람은 지금 세 사람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유 전 의원이 16일 국회의사당 앞에 '희망22' 사무실을 열고 주택 문제 토론회를 개최하는 데 대해 "당내에 있는 사람으로서 대선을 준비하는 개소식을 처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시작을 축하하러 간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전·현직 의원들이 모이는 '마포포럼', '하우스' 등을 두루 방문했지만 개소식 행사부터 함께하는 모습은 처음 있는 일이다. 또한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및 현역 의원들과 함께 유 전 의원의 '복귀식'에 출동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김 위원장은 원 지사와 오 전 시장에 대해서도 "비슷한 행사를 한다면 다 가서 축하해 줄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당내 사람들에 힘을 실어주는 적극 행보에 나선 것은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과 맞물려 있다. 총선 참패 후 제1야당으로 보수재건을 다짐한 지 어느덧 반년에 다다랐지만, 인물난은 여전하고 비대위 체제 들어 '반짝 상승'했던 지지율마저 다시 답보 상태다.

또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신당 창당' 발언, 윤석열 검찰총장의 '차기 대권 1위' 여론조사 등으로 자꾸만 '당밖'으로 쏠리는 것도 김 위원장을 압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당 안팎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달라진 게 없고 정체돼 있다며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문제삼아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당내 잠룡들을 언급한 것은 앞으로 당내 인사들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보수 대권후보 경쟁의 판 깔기에 시동을 걸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최근 한 여론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한 윤석열 총장이나 '범야권 혁신 플랫폼'을 내세운 안철수 대표에 대해서각각 '현 정부 사람', '당 밖 정치인'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추후 상황 변화에 따라 이들과 손잡을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윤 총장에 대한 야권이나 무당층의 지지세를 두고 "나중에 윤 총장이 공직을 떠나서 상황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안 대표에 대해서는 "혁신 플랫폼이 뭔지 모르겠다"면서도 "(안 대표가) 진지하게 얘기를 할 생각이 있으면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뒤 최근 활동을 재개한 금태섭 전 의원에 대해서도 "아직은 만날 특별한 계획이 없다"면서도 "개인적으로 잘 안다"고 말해 물밑 교감이나 접촉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 4·7 재보궐선거 경선준비위원회는 12일 보궐선거 예비경선에서 100% 국민여론조사를 도입하고, 본경선에서는 책임당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20대80으로 하는 방안을 잠정 결정했다. 

후보 선출 과정에서 '당심(黨心)보다 민심(民心)을 따라야 한다'는 것으로 이른바 '시민후보'를 찾아 승리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현행 당규에는 (반영 비율이) 5대5로 돼 있지만 그걸 지금 보궐선거에 적용할 수는 없다"며 "100% 완전경선제를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우리 경준위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 지도부와 경준위는 당내 경선의 진입 장벽을 낮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 등 당 밖에 있는 야권 후보군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야권 연대를 통해 반문(反文‧반문재인) 전선 넓혀 최소한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저지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김 위원장이 당내 대선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은 가까이는 내년 서울·부산 시장 선거를, 궁극적으로는 차기 대선을 고려한 행보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당내 잠룡들을 만나는데 이어 내년 4월 서울·부산 시장 선거 후보로 거론되는 당 안팎 인사들과 자리를 함께할 것으로 전망한다. 차기 대선 전초전격인 서울·부산 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김 위원장의 거취도 결정될 수 있다는 해석에서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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