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환경부·국립생태원, 내년 8월까지 우리측 습지 조사
북한 참여하는 공동조사 진행되면 남북관계 획기적 변화 와

정부가 내일부터 한강하구 우리측 지역 습지의 생태 조사에 착수한다. 통일부는 환경부·국립생태원과 함께 오는 2일부터 2021년 8월까지 약 10개월간 한강(임진강)하구 우리측 지역 습지에 대한 생태조사를 실시한다고 1일 밝혔다.

남북은 지난 2018년 '9·19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정전협정 체결 이후 65년 만에 최초로 한강하구 공동이용수역에 대한 공동수로조사를 실시했다. 2018년 11월 5일부터 12월 9일까지 남북 수로전문가 각 10명이 참여해 총 660km 구간의 수로를 측량한 바 있다.

이후 한강하구 생태·환경 등에 대한 보다 종합적이고 심층적인 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후속 사업이 추진되지 못했다.

이번 생태조사는 향후 남북관계가 복원돼 남북 공동의 한강하구 심층조사가 이뤄질 것을 대비해 기초 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차원에서 실시한다는 게 실시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조사 지역은 우리측 하천구역인 보구곶~한강상류부(만우리) 일대 약 80㎢의 4개 구역 습지로 환경부 산하기관인 국립생태원에서 진행한다.

한강하구 지역은 자연적으로 바닷물이 유입되는 열린 하구로 장기간 인간의 간섭 없이 보존돼 생물다양성이 뛰어난 세계적인 '하천-해양 생태구간'(Eco-belt)의 가치를 지닌다. 다만 지리적으로 남북 접경지대에 위치해 세부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과거 부분적으로 이뤄진 조사·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곳 일대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저어새, 수원청개구리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개리, 꼬마잠자리, 노랑부리저어새, 뜸부기, 물방개 등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조사에서는 한강하구 우리측 지역 습지와 배후지역의 사계절 생태 변화를 비롯한 서식하는 야생동물의 분포 현황 및 식물의 지리학적 특성을 조사할 예정이다.

본 조사는 8개 분류군(조류·포유류·양서파충류·식생·식물상·육상곤충·저서성대형무척동물·어류)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분류군에 따라 3계절 및 4개절 조사로 수행된다.

아울러 위치추적기 등을 활용해 한강하구 일대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조류·포유류 등)의 분포 현황 및 특성을 파악한다. 또 식물유전자의 염기 서열 분석을 통해 한강하구 식물의 지리학적 특성을 조사하고 남북 지역에 공통으로 서식하는 식물의 유전학적 특성을 밝혀 남북 공동연구의 기초자료를 확보할 예정이다.

통일부는 "이번 조사를 한강하구 일대 생태계 보전과 남북의 평화적 공동이용으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리 정부가 한강하구 생태조사에 나선 것이 생태계 보전보다는 남북관계를 풀어가기 위한 일종의 시그널이라는 해석이 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남한 정부가 갑자기 한강하구 생태조사에 나선 것은 시기로 볼 때 주목할 점이 있다"며 "남이나 북 모두 미국 대선 후 달라질 한반도 상황을 고려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남한은 본래부터 북에 손을 내밀어왔고, 북 역시 코로나로 인해 지극히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남한과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며 "생태조사는 남북관계를 풀어가기 위한 구실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남한 공무원의 서해 피격사건으로 남북이 대화하기 어려운 게 현실인데 만일 남북이 한강하구 조사 중 피격 공무원의 유해를 발견할 경우 남북관계는 크게 변할 수 있다"며 "어쩌면 그러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남북이 한강하구를 공동조사하고 서해 피격공무원의 유해를 발견해 대화의 모멘텀이 만들어지면 남북관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수 있고, 그 시점이 내년 4월 서울·부산 시장 선거 전이라면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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