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에선 '유화'…행사 내용에선 '여전한 경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 소식을 1~11면에 걸쳐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열병식에서 공개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초대형방사포, 대구경조종방사포 등 여러 종류의 무기를 게재했다.(노동신문 캡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 소식을 1~11면에 걸쳐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열병식에서 공개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초대형방사포, 대구경조종방사포 등 여러 종류의 무기를 게재했다.(노동신문 캡처)

북한은 10일 진행한 열병식에서 '미국'을 직접 언급하진 않으면서도 전쟁 억제력 강화 의지를 다지며 견제 메시지를 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국가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고 지역의 평화를 수호하는데 이바지할 우리의 전쟁 억제력이 결코 남용되거나 절대로 선제적으로 쓰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만약 그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안전을 다쳐놓는다면(위협을 가한다면), 우리를 겨냥해 군사력을 사용하려 한다면 나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공격적인 힘을 선제적으로 총동원하여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일면 '대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면서도 군사력 강화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기도 하다.

특히 그는 "나는 우리의 군사력이 그 누구를 겨냥하게 되는 것을 절대로 원치 않는다. 그 누구를 겨냥해서 우리의 전쟁 억제력을 키우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라고 말했는데 '그 누구'는 사실상 미국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국방력 강화를 일단 '자위적 정당방위 수단'으로 규정하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미국을 겨냥한 군사 도발에 나설 의사는 아직 없음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북한은 그러나 이날 열병식에서 시험 발사를 거치지 않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했다. 두 미사일 모두 미국을 공격하기 위해 개발된 것임을 감안하면 북한은 육성으로 미국을 언급하지 않았을 뿐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행보를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대선이 끝난 다음 이어질 수 있는 협상에서 '카드'를 개발했음을 과시한 셈이기 때문이다. 

시험 발사를 거치지 않은 무기를 공개했다는 것은 무기 개발을 지속하면서도 발사나 시험을 하지 않겠다는 미국과의 합의를 지켰음을 은연중에 시사한 셈이기도 하다.

이날 열병식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경축'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새벽'에 개최한 열병식에서 불꽃, 조명 등을 통해 다양한 색채를 과시하며 화려한 이벤트를 선보였다.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발표한 연설에서도 남측을 향해 보건위기가 끝난 뒤 손을 맞잡자는 메시지를 내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각종 수해 복구 사업에 헌신한 군과 당원, 인민들을 향해 격려와 위로의 메시지를 내는 등 '유화'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러나 '열병식'의 본래 의미에 집중한 내용들을 보면 신형 ICBM와 SLBM, 초대형방사포와 대구경조종방사포 등 다양한 신종 무기들이 등장해 '군력'을 과시했다. 전체적인 의복과 도색 등에서도 '세련미'를 뽐내며 군 전력의 강화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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