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기준 10억→3억에 "현대판 연좌제"…'홍남기 해임' 청원도
靑 "입법취지 유지, 의견 더 볼것"…개인투자자 힘 실었던 文 주목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의 요건을 '3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두고 이른바 '동학 개미'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청와대가 정리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 정책라인과 정부 및 청와대 경제팀 간에도 과세 대상의 범위를 놓고 온도차가 심해 교통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주식 한 종목당 보유 금액이 10억원 이상일 경우 '대주주'로 규정해 양도차익에 22~33%(지방세 포함)를 부과하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대주주 요건을 내년 4월부터 10억에서 3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새로운 정부안이 시행되면 소위 개미투자자들까지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특정 종목에 집중투자하는 경우 개인 투자자도 보유액이 3억원이 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투자자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와 조·외조부모, 부모, 자녀, 손자 등의 주식 보유액을 합산하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대주주가 되는 경우도 생긴다. 

개인투자자들은 양도세 부과 기준이 하향되는 것은 물론 '가족 합산'으로 적용 대상이 대폭 확대되는 것을 두고 '현대판 연좌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과세대상 확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동학 개미 투자자들의 여러 의견과 불만을 잘 듣고 있다"며 "당 정책위를 중심으로 관련 상임위원들이 이 문제를 면밀하게 검토 중이다. 당정협의를 통해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민주당 의원(간사)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반대 입장을 냈다. 김 의원은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삼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불합리한 제도"라며 "독립 생계를 유지하는 직계존비속 보유분까지 합산하는 것은 가장 불합리하다"고 했다. 

그는 "과세의 합리성, 부동산에 쏠려 있는 시중 자금의 증권시장으로의 유입, 자본시장 활성화 등 정부 정책의 일관성 있는 추진을 위해서도 대주주 범위 확대는 반드시 유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주주 범위 확대는 정부가 추진하는 자본시장 세제 선진화 취지와도 배치돼 개인투자자들의 조세저항도 우려된다"고 했다.

금융시장과 정부의 세정, 나아가 부동산 등 투자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인데도 당정간 조율되지 못한 모습은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정부와 청와대 경제팀은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대주주 과세 범위 확대라는 정책 방향과 골격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주주 요건 완화는) 정부가 이미 2017년 하반기에 결정한 사안"이라며 정부안(3억원)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주주 양도차익 과세에 대해서는 2017년에 과세형평성 제고 차원에서 마련됐고 2018년 입법이 됐다"라며 "정부는 입법 취지에 따라 당분간 그 입장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10억과 3억이라는 과세 기준에 대한 부분과 (가족) 합산을 어느 범위까지 할 것인지도 논의되고 있는데, 의견들을 좀 더 지켜보고 하겠다"라며 "원칙적으로는 기존에 정해진 정책 방향을 지켜가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안의 기존 취지는 고수하되, 합산 범위에 대해서는 논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당정이 논의하고 있는 단계지만 논란이 지속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정리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기재부가 '금융세제 개편방향'에서 국내 주식 양도차익을 2000만원까지 공제하기로 한 것에 '동학개미'들의 반발이 커지자 7월 "주식시장을 받치고 있는 개미 투자자들에 대해 응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정리했고, 기재부는 공제액을 5000만원까지 확대했다.

정부의 과세 확대에 대한 시중 여론은 좋지 않다. 지난 2일 청원마감된 '대주주 양도소득세는 이제 폐기되어야 할 악법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최종 21만6844명의 동의를 받아 답변 요건을 충족했다.

청원인은 "가족을 모두 포함해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삼는 것은 '현대판 연좌제'다"라며 "600만 주식 투자자도 반대하고 금융위원회와 여당 의원까지 모두 반대하는데도 오직 기재부만 독불장군 고집불통으로 3억원을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정서상 10억 대주주는 인정할 수 있지만 3억 대주주는 조세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코로나19의 위중함 속에서 우리나라 증시를 살린 동학개미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싶어 그런가"라고 말했다.

지난 5일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해임을 요청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했고, 7일 오전 3만3424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 청원인은 "동학개미들의 주식참여에 어려운 경제상황에도 코스피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 이전 정권에서 수립된 대주주 3억원에 대해 국민의 여론과 대통령의 개미 투자자들의 주식참여 열의를 꺾지 말라는 당부에도 기재부 장관은 고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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