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당권 대권 분리 논란에 난감… 김·홍·우 '反이낙연' 맞대응
이낙연 질주에 세 불리는 박원순, 목소리 높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

'이낙연 대세론'으로 흐르는 듯했던 8·29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당권과 대권 분리 이슈로 무게추가 옮겨가고 있다. 가장 난감해진 당 대표 후보는 유력 대권주자인 이낙연 의원이다. '대통령의 시간'이어야 할 현시점에 이낙연 의원을 중심으로 한 조기 대선 레이스가 펼쳐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당내 불편한 시선들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권 경쟁자들 이낙연 견제, "당권·대권 분리해야"

구체적인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는 이 의원은 10일 오후 본회의를 마친 후 의원회관의 우원식 의원실로 찾아가 당권주자인 우 의원과 이야기를 나눴다. 우 의원 측 관계자는 "2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셨고 당 대표 관련 이야기를 하신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또 오전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 이희호 여사 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김부겸 전 의원과 잠시 조우, 악수를 나눴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에게 쏟아진 관심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오후 국회 본회의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 대표 관련 질문에 "입안에 캔디가 있다"며 답하길 꺼렸다.

이 의원은 또 다른 국회 토론회 이후 기자들이 대권 포기를 시사한 김 전 의원과의 회동 여부를 묻자 "언젠가는 만나겠지만 현재는 계획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진 계속된 질문에는 "똑같은 얘기를 만날 때마다 계속 하는 것은 고역이다. 이미 다 보도가 됐다"고 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 우원식·홍영표 의원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 우원식·홍영표 의원

전주부터 보도되고 있는 김 전 의원의 당대표 2년 완수 '배수진'이 이 의원의 당권 도전 행보에 적잖은 장애로 받아들이는 형국이다. 당권과 대권 분리에 대한 명확한 이 의원의 메시지를 모두가 기다리는 모양새가 되면서 이 의원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김 전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대선에 불출마해 당대표 임기를 완주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전당대회 구도도 '당권 대 대권'으로 선명해지고 있다. 당권을 거쳐 대권으로 가려던 이 의원에게는 부담스러운 구도다.

김 전 의원은 당권 도전을 위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 당대표 후보로 나설 우원식 의원(9일)과 홍영표 의원(10일)을 차례로 만나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가 되면, 대권 도전을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낙연·김부겸 두 대권주자의 출마로 전당대회가 대선 전초전처럼 흘러가는 것에 반대하는 두 의원에 대해 김 전 의원은 당대표로 선출되면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며 배수진을 친 것이다. 

우 의원과 홍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권주자 당권 불가론'을 제기하며 경제위기 극복과 차기 대선의 공정한 관리를 위해 24개월 임기를 모두 채우는 안정적 당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해왔다. 홍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김 전 의원을 만나고 왔고, 김 전 의원은 당대표로 당선이 되면 2년 임기를 채우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는 지금 대권주자들이 이번에 당 대표로 나서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얘기했다"고 못박았다.

민주당 86그룹 출신으로 구성된 핵심 계파 중 하나인 '더좋은미래'(더미래)도 당권 대권 분리에 힘을 실으며 대권주자들의 당권 도전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해왔다. 다만 전당대회 관련, 별도의 추가 의사 표명은 하지 않기로 이날 오전 정례모임에서 결정했다.

더미래의 대표인 진선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례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 위기 이후를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전당대회가 과열돼 대권 논쟁으로 가면 애초 주제로 삼고 있던 역할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논의를 오늘했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3선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국난극복은 대통령이 중심이 돼야 하는데 전당대회가 사전 대선처럼 되어버리면 대통령의 시간을 빼앗는 셈"이라면서 "대통령의 시간 이후에 대선주자의 시간이 나와줘야 하는데, 왜 당력을 소모하면서까지 당의 소중한 대선주자들이 무리수를 두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제 시선은 이 의원의 입으로 쏠리고 있다. 최근 조기대선 경쟁을 우려하는 당 내부의 목소리에 대해 함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일단 대외 행보를 이어가며 당대표 출마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이 의원은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으로서 지방 순회 일정을 마치는 18일 이후 당대표 출마 선언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의원은 이르면 이번주 여의도 국회 인근에 캠프 사무실 임차계약을 할 예정이다.

또 준비 중인 출마선언은 코로나19 국난극복 최일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적극 뒷받침하고, 선호도 1위 대선주자로서 신뢰를 주는 책임있는 정치로 국민 성원에 보답하겠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대권 유불리를 따져 당권 도전에 물러서 있는 것도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의중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 측근인 이개호 의원은 통화에서 "최근 당내 논란에 부담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뚜벅뚜벅 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엄중한 국난 앞에서 (대선주자로서)옆으로 빠져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대의명분으로 당대표에 도전하는 것이지 그 외 이유가 있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출마를 접을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원순·이재명 세 불리기 나서

이낙연 의원이 당권 레이스에서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하면서 잠룡으로 거론되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도 물밑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과 이재명 경기지사.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과 이재명 경기지사.

 

박 시장은 일단 당내 세력 확장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박 시장은 지난 7일 '박원순계' 민주당 의원 17여명과 만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는 박 시장의 향후 진로와 전당대회가 대화 주제로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은 이 의원의 당권 도전을 두고 "본인에 도움이 안될 텐데, 이번에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부정적인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잠룡들보다 비교적 지지율이 정체 상태인 것과 관련, '박원순표' 서울시 정책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주변에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 서울 지역 의원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시정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데,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자신이 가장 먼저 꺼내든 기본소득 문제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자 이에 적극 호응하며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전대와 관련해선 "원칙과 상식대로 하는 게 맞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시 최고위원 임기 분리를 위해 당헌·당규 개정 움직임이 보이는 데 대한 비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지사 주변에서도 이 의원의 당권 도전에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한 측근은 "김부겸 전 의원이 대권을 접고 전대에 출마하게 되면, 표가 그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르면 내주 쯤 '이재명계' 의원들과 모여 당내 현안과 향후 계획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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