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카터·부시 행정부 철수 내지 축소 추진
트럼트 행정부 철수·축소 대신 방위비 증액 요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7일 평택 미군기지를 방문한 장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7일 평택 미군기지를 방문한 장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들을 겨냥해 '국방비를 증액하지 않으면 보호해주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집권 시절 고위 관료 사이에 오는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한국과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다고 경고해 주목된다.

미국과 국내 전문가들 사이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실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주둔군을 축소하거나 철수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주한미군은 해방 이후 미 군정시기부터 한반도에 주둔해 왔다. 미 군정시기에는 모스크바3상회의의 결과에 따라 남한지역 군정을 실시하였으며, 6.25전쟁기에는 유엔의 이름으로 공산군을 격퇴하기 위해 주둔하였고, 정전협정이후부터 현재까지 한반도 및 동북아의 안보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주둔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해외파견 미군 병력 중 독일에 6만9000 명, 일본에 4만 명에 이어 한국에는 3번째로 많은 2만8500명을 주둔시키고 있다. 더욱이 미국은 유사시 미 해군의 40%, 공군의 50%, 해병대의 70% 이상의 대규모 증원전력을 전개하도록 계획 훈련함으로써 한반도 안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미군 장병들의 숫자는 무려 10만 여명에 이른다.

주한미군은 미국 역대 정부의 대외전략에 따라 주둔과 철수 사이의 부침을 거듭했다.

◇ 미국 역대 정부 주한미군에 대한 시각…'주둔'과 '철수' 사이

주한미군 철수 논위가 처음 제기된 것는 닉슨(Richard M. Nixon) 정부 때이다. 1969년 7월 25일 괌에서 닉슨대통령은 “아시아에서 재래식 전쟁이 발발할 경우 그 방위의 1차적 책임은 당사국이 져야 하며, 미국은 선택적이고 제한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닉슨독트린’을 선언했다. 이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있어서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새로운 대외정책에 따라 주한미군은 휴전 이후 63,000명(실질 주둔병력은 58,000 내외)의 병력을 유지해오다가 1971년 3월 27일 미 제7사단 철수로 20,000명을 감축함으로써 병력은 43,000명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미국은 미 제7사단의 철수에 이어 한국에서 미 제2사단을 포함한 미 제1군단도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

 

우리 정부는 미 제1군단의 계속적인 한국 주둔을 요청하였으며, 그 결과 양국은 1970년 10월 23일 육군본부와 미 제8군사령부 간에 한·미군 병력을 동수로 편성하고 일부 예산을 한국정부에서 부담하기로 합의한 후에 통합군단인 한·미 제1군단(집단)사령부를 1971년 7월 1일 창설하게 됐다.

하지만 닉슨이 재선에 실패하면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없던 일이 됐고, 후임 포드 행정부는 더이상 미군을 철수시키지 않았다.

그런데 1976년 11월 대선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선거공약으로 내건 카터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카터 대통령은 취임 후 바로 주한미군 철수 3단계안을 발표했다. 1978년 말까지 지상군 6000명 철수 1980년 여름까지 지상군 9000명 철수에 이어 1982년 7월까지 나머지 지상군을 모두 철수하고 공군과 해군은 계속 주둔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한국의 완강한 반발과 더불어 미 의회와 미 국방부가 크게 반대하여 제동을 걸었으며, 1979년 6월 카터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철군안이 완전히 백지화됐다.

레이건 행정부는 주한미군 유지 정책을 폈고, 부시 행정부는 1989년 전 세계적인 냉전구조 와해의 분위기 가운데 미 의회는 국방지출법의 넌-워너 수정조항을 통해 당시 4만3000명이던 주한미군을 1991년말까지 3만6000명으로 7000명 줄이도록 요구했고, 당시 부시 행정부는 1992년 제2사단 제3여단을 철수해 해체함으로써 주한미군은 3만명 수준으로 다시 감소한 채 현재까지 규모를 유지중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논의됐으나 한국 정부가 방위비를 증액하는 조건으로 그대로 유지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을 유지한데는 2018년 4월 17일 미국 남부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열린 미일정상회담도 한몫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했을 때의 영향에 대한 의견을 구했을 때 아베 총리는 동아시아의 군사균형을 무너트릴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그런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 집권시 고위 관료를 지낸 참모들이 그가 대선에서 재선될 경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제시해 주목된다.

트럼프 행정부 전반기 핵심 참모였던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은 미국의 안보 약속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폄하가 한국, 일본과의 상호 방위 조약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억지력으로 군대를 두는 것, 또는 일본에 억지력으로 군대를 두는 것에 완강히 반대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시절 이른바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한국을 압박했다. 에스퍼 전 국방장관은 지난 2022년 5월 발간한 회고록 <성스러운 맹세> 등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한국을 종종 깎아내리면서 주한미군의 철수를 명령하겠다고 수차례 말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실제 주한미군 철수를 강행할 것인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높다.

한반도통합연구소 김유천 선임연구위원은 "한반도는 동북아 및 동남아시아의 핵심지역으로 미국은 결코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의 방위비 부담을 증액시키기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반면, 미국의 일부 전문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외전략을 경영 관점에서 바라보고 미국에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면 주한미군 일부를 철수시킬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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