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총선 판세 분석 보고서…서울 49 지역구 중 6곳만 우세
당 지도부 "신빙성 떨어져"…전문가 "총선 변수 여권에 지속 불리"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기현 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기현 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 '빨간불'이 켜졌다. 자체 총선 판세 분석결과 바로미터 지역이라 할 수 있는 서울에서 참패하는 것으로 나타난데다 총선 관련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불리한 정황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현재 상황이 지속될 경우 총선 필패로 이어질 수 있디고 보고 전환의 계기를 찾고 있으나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 국힘 자체 총선 판세 보고서 '비상등' … '서울 대참패' 예고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 판세를 자체 분석한 결과 최대 핵심지역인 서울 49개 지역구 가운데 6개에서만 우세를 보인다는 결과가 8일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당 사무처가 작성한 총선 판세 분석 보고서에는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인물 대결’ ‘유권자 지형’ ‘각종 여론조사 결과’ ‘과거 전국 단위 선거 결과’ 등을 종합해 전망한 예측 결과가 담겼다고 한다. 판세는 ‘우세’ ‘경합 우세’ ‘경합’ ‘경합 열세’ ‘열세’ 5단계로 나뉘었는데, 서울에서 국민의힘 우세 지역은 강남 갑·을·병, 서초 갑·을, 송파 을 6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합 우세’ 지역은 강동갑,동작을, 마포갑 등이 포함됐지만, ‘열세’와 ‘경합 열세’ 지역만 3분의2가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보고서 내용은 현 여권이 참패한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서울에서 강남갑·을·병, 서초갑·을, 송파갑·을, 용산 등 8석을 확보한 것과 비교해 내년 총선에서는 의석수가 더 적은 것이다. 올해 초반 당 안팎에서 제기된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총선 보고서 공개로 파문이 일자 지도부는 판세 분석이 구체적인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한 정확한 내용은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총선기획단장인 이만희 사무총장은 "최악의 경우, 경합 지역을 포함해 모든 지역에서 다 진 것을 가정한 것"이라며 "전혀 신빙성을 두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후보도 정해지지 않아 지역구 여론조사를 해본 적은 없다"며 "그동안 언론에 발표된 정당별·지역별 지지율 등을 기본으로 전반적인 동향을 설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지도부가 현실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고, 혁신위와 충돌 등 대비책을 전혀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미래통합당(위성 정당 포함)은 총선 직전까지 ‘과반 1당’도 가능하다는 낙관론이 있었지만, 결과는 103석을 얻는 데 그쳤다.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충분히 예견된 결과"라며 "그런데도 혁신위를 방해하고 좌초시킨 당 지도부는 도대체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다"고 썼다. 이어 "나아가 판세 보고서 감추기에만 급급하다. 성적표를 숨긴다고 성적이 사라지냐"며 "당이 죽든 말든, 윤석열 정부가 망하든 말든 혁신을 외면한다면 우리 당은 결국 영남 자민련으로 더 쪼그라들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준석 전 대표는 B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자료는 정성적 분석을 한 것이다. 정량적 분석만 하면 이것보다 더 나쁘다"며 "여러 가지 여론조사를 다 참조했을 때 지금 우세를 확신할 수 있는 곳은 (서울에서) 4곳 정도"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어 "경기도 지역에서 나오는 조사 결과들은 너무 절망적"이라며 "(비례대표가) 병립형 제도로 가면 지난번 (민주당) 180석 같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 총선 변수들 여권에 불리하게 나타나…상황 전환 없으면 '참패' 가능성

내년 총선을 가늠할 수 있는 여론의 흐름도 여권에 불리한 상황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내년 총선과 관련해 민주당의 최대 리스크가 이재명 대표라면,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지지율이 30%대에 머물고 있는 것이 국민의힘에 부 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지난주와 변함없이 30%대 초반에 머물렀다. 지난 1년여 간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갖혀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결과로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내년 총선 결과에 대한 조사에서는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가 35%,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가 51%로 나타났다. 14%는 의견을 유보했다.

이는 2020년 4월 총선과 비교된다. 당시 한국갤럽이 1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는 '문재인 정부 지원'  49%p, '문재인 정부 견제' 37%p의 지지율을 보였다. 그리고 그해 4월 총선 결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80석,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103석을 얻었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60대 이상에서는 '여당 승리', 50대 이하에서는 '야당 승리'가 우세했다. 총선 판도를 가를 수 있는 중도층에서는 여당 승리(26%)보다 야당 승리(60%)가 많았다.

무당층에서는 47%가 야당 승리를 원했고, 21%가 여당 승리를 원했다. 32%는 의견을 유보했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내년 총선까지 이어진다면 여권의 참패는 불가피하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총선을 좌우할 중도층이 윤석열 정부의 '이념정치'와 경제악화에 등을 돌린 후 좀처럼 여권을 향하지 않는 것은 최대 악재"아로 말했다. 

이번 갤럽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다. 조사는 무선전화 가상번호 인터뷰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3.1%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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