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무기) 대응 한국내 전술핵 배치 논란 확산
대북소식통 "北, 남한 전술핵 배치 환영…핵무장도 기대"
미국, 한국내 전술핵 배치·자체 핵무장 반대

지난 3월 핵무기병기화사업 지도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조선중앙TV 갈무리)
지난 3월 핵무기병기화사업 지도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조선중앙TV 갈무리)

"북한은 남한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을 개의치 않늗다. 오히려 환영한다. 단, 미국 전술핵은 검증할 필요가 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최근 한국에서 거론되는 전술핵 배치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북한은 자위적 차원의 핵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남한에 전술핵이 배치되도 괜찮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전술핵은 대북 공격용 내지 위협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조건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 한국내 전술핵 배치 논란…90년까지 전술핵 배치, 이후 철수

한미가 북한 핵무기에 대응해 미국 전술핵무기 일부를 한국 안보를 지원하는 용도로 지정하고 나아가 한국에 실제 배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랜드(RAND)연구소는 30일 발표한 '한국에 대한 핵보장 강화 방안' 공동 연구보고서에서 "김정은은 2030년대가 되면 최대 300∼500개까지 핵탄두를 보유하려 할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연구진은 "북한은 이미 한국에 실제적인 위협을 가할 핵무기 전력을 확보했고, 미국에도 심각한 위협을 가할 단계에 이르렀다"며 미국 핵우산의 '전략적 모호성'이 더 이상 억제 기능은 물론 한국에 대한 안전 보장 차원에서도 적절하지 않게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때 채택된 '워싱턴 선언'이 미국 핵우산의 전략적 명확성을 강화하기는 했지만, 한국의 핵보장 수준을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한 구체적 이행 방안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에는 1950년대부터 주한미군 소속으로 다양한 형태의 전술핵이 배치됐고, 1990년대에 들어서도 100여 개 남짓 남아있었다. 1991년에는 북한에 핵개발의 구실을 없앤다는 취지 아래 미군 전술핵을 철수했고, 동시에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했다. 그러나 북한은 1994년 이미 핵무기를 개발해서 5개 보유하고 있었다.

2017년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인해 위기상황이 고조되자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전술핵 재배치, 더 나아가 NATO식 핵공유 모델까지 공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핵무장 여론의 상승과 더불어 전술핵 배치 논의가 있었지만 미국이 이를 거부했다. 2023년 4월에 진행된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국의 핵무기 개발의 포기가 명문화됐고, 전술핵 재배치의 일환인 핵공유 자체도 백악관에서 직접 부정됐다.

그러나 국내는 물론, 미국 내에서도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 북한, 한국내 전술핵·핵무장 환영…미국은 결사 반대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는 2021년부터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한 공동연구를 해 왔다. 연구진은 30일 북한의 핵무력 증강에 대응하고 핵무기 및 핵심 핵물질 생산 동결을 압박하는 방안으로 네 단계의 단계적 접근 방법을 제시했다.

 

첫 단계로는 한국 내 미 전술핵무기 저장시설을 현대화하거나 새로 짓는 것이다. 향후 미국 핵무기 재배치를 실현 가능하게 하는 조치로 북한에 대한 경고적 의미가 있다. 다음 단계로 태평양에서 작전 중인 미 전략핵잠수함에 적재된 핵무기의 일부 또는 전부가 북한을 겨냥하도록 지정하는 것이다.

3단계는 한국이 비용을 부담해 미국의 B61 전술핵무기 100기가량을 현대화하고 이를 '한국 안보 지원용'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이 핵무기들은 미국에 보관되지만, 한국에 신속히 배치될 수 있는 태세를 유지하게 된다.

4단계로 한미는 "제한된 수(약 8∼12개)의 미 전술 핵폭탄과 몇 대의 핵 투발 이중목적 항공기를 한국에 남한에 전술핵이 배치하겠다고 확약하는 것이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실제 작전 목적으로 미국 핵무기가 한국에 배치될 수 있다.

연구진들은 북한이 급속히 핵능력을 확장하고 워싱턴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시간은 더 이상 한국과 미국 편이 아니므로 조속히 북핵 억제와 한국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가능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 장한다.

한국에 미국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에 대해 북한은 분명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베이징의 대북소식통이 전했다. 즉,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하는것은 문제삼지 않지만, 미국 전술핵은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은 자위적 차원이고, 같은 민족인 남한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므로 남한에 전술핵을 배치해도 상관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북한으로선 핵보유국이란 사실을 인정하고, 정당화할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하지만 한국에 배치되는 전술핵이 미국의 것이라면 통제될 필요가 있다는 게 북한 입장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미국 전술핵은 대북 공격용이거나 위협용이기 때문에 수용하기 어렵지만, 만일 유엔이 관리, 통제할 수 있다면 북한은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통합연구소 이도현 북한실장은 "북한은 핵을 보유했기 때문에 한국에 전술핵이 배치되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미국의 예상밖 공격에 주의를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 전문가인 장백산 해외동포지원사업단 이사장은 일찍이 유엔이 중립적 입장에서 세계 핵(무기)을 통제하면서 한반도와 같은 분쟁지역에 전술핵을 균형있게 배치해 전쟁을 방지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북한은 이미 보유한 핵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거나 전술핵을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은 나름의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미국은 어떤 경우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핵무장의 경우 핵확산 도미노 현상을 우려한 것이지만, 미국의 패권국가 지위가 흔들릴 수 있는 게 실질적 이유로 볼 수 있다. 

장 이사장은 "북한은 남한이 핵을 보유하는 것을 오히려 바란다"면서 "그래야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눈치 안보고 자주적으로 민족적으로 개화하고 협력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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