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국방장관 "9.19 합의 효력정지 제안" 밝혀
"北 합의 수차례 위반…우리군 훈련,대북감시 강화해야"
전문가 "9.19 합의 폐기는 최소한의 안전판 제거하는 것"
'한반도 긴장 통해 이득 취하는 쪽엔 9.19 합의는 걸림돌"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국방부 등 종합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국방부 등 종합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정부가 '9·19남북군사합의'의 효력 정지 검토를 공식화했다. 2018년 9월 '9·19합의'가 맺어진지 약 5년 만이다. 

'9·19합의'의 효력이 정지된다면 우리 군 당국의 대북 감시 능력이 향상되겠지만 남북의 군사적 갈등이 고조될 수 있고, 나아가 분단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27일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출석, 관련 질문에 "(9·19합의 효력 정지) 시기를 지금 특정하긴 어려운 상태"라면서도 "국방부에서 (공식적으로 9·19합의 효력정지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9·19 군사 분야 남북합의서'는 2018년 9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평양에서 개최한 정상회담을 계기로 채택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다.

이 합의서엔 남북한 간의 군사적 우발 충돌 방지 차원에서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남북한 접경지에 △비행금지구역과 △포병 사격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금지 구역 △완충수역 등을 설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함포 사격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발사, 무인기 영공 침범 등 잇다른 무력도발로 인해 '9·19합의'의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군 당국은 '9·19합의' 때문에 경기· 강원 일대 주요 군사지역에서 포격· 사격 훈련을 중단한 상황인데 북한은 합의를 무시하고 지속적으로 포격 훈련 등을 실시햐왔다고 주장한다.

또 '9·19합의'에 따라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되면서 대북 감시 및 정밀타격이 제한되는 등 우리 군의 군사적 불안정성이 커졌다고 지적한다.

정부와 군 당국은 자위권 강화 차원에서 '9·19합의'의 효력을 정지함으로써 첨단 정찰자산을 더욱 활성화해 대북 감시 능력을 높이고 북한의 도발 징후도 미리 파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 일각에선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협력 등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한층 고조된 상황에서 9·19합의 효력 정지는 남북의 군사적 갈등을 완화할 '안전판'을 스스로 제거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실제 9.19 군사합의는 남북 간 총돌과 긴장을 완화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가져왔다. 2020 국방백서에 의하면, 2020년 11월 30일 집계 기준, 북한의 대남 침투·국지 도발과 관련해 북한은 2018년 부터 2020년까지 1건의 국지 도발을 했다(북한군이 2020년 5월 중부전선 우리 측 감시초소를 향해 총격).

이와 같은 수치는 군사 합의가 체결되기 이전인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북한군이 일으킨 국지 도발이 총 237건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군사 합의가 남북한의 안정에 큰 지렛대 역할을 한 것을 보여준다. 

한반도통합연구소 최성훈 선임연구위원은 "9.19 군사합의의 본질은 남북한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자는 것이고 실제 접경지역에선 합의 이후 별다른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9.19 합의라는 최소한의 '안전판'을 스스로 제거하는 것은 얻는 실익보다 잃는 게 훨씬 크다"고 진단했다.

우리 군은 9.19 합의에서 금지한 지역에서 불과 2km 떨어진 경기도 파주 무건리사격장에서 포격훈련을 하는 등 이와 비슷한 사례가 여럿 있다. 비행정찰의 경우도 남북한이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한다.

최 연구위원은 "9.19 합의에 의해 남북한의 군사 충돌과 긴장은 분명 크게 줄었다"면서 "우리 군과 한미가 보다 나은 훈련과 정찰을 위해 9.19 합의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소탐대실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으로부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신 장관의 9.19 합의 폐기 입장에 대해 "안전벨트를 스스로 풀어버리는 자해 행위로 위험한 발상”이라고 맹비난했다.

한 군사 전문가는 "우린 군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일부 육사 출신 장교를 비롯해 군 관련 인사들은 자신들의 조직과 지위를 유지하고,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남북한이 긴장 관계에 있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며 "이들에겐 9.19 군사합의가 걸림돌로 인식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는 "세계 패권국가 지위를 유지하려는 미국 입장에선 한반도에서 통제할 수 있는 정도의 분쟁이 일어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며 "더욱이 내년 대선이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 측에선 지지율이 추락한 상황에 한반도에서 분쟁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는 모습을 통해 재집권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다"고 분석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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