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들어 새 금융권 수장에 자금전문·국제금융통 중용
尹정부, 대형 금융사에 '글로벌 경영'에 방점 둘 것 기대
김병호 국제·재무통 평가… '최종 1인' 내부인사 유력 우세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왼쪽부터)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사진=HD은행, KB금융지주)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왼쪽부터)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사진=HD은행, KB금융지주)

국내 최대금융그룹인 KB금융지주를 이끌 차기 회장 후보로 양종희·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과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29일 이들 3인을 2차 숏리스트 후보로 발표했다. 양종희·허인 부회장은 내부 출신으로 2차 숏리스트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외부 후보인 김 회장은 베일에 쌓여 있었다.

회추위는 지난 8일 내부 후보자 4인과 외부 후보자 2인, 총 6인을 회장 후보 1차 숏리스트로 확정했다. 내부 후보는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이동철 KB금융지주 부회장,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 박정림 KB금융지주 총괄부문장(KB증권 대표이사)이다. 1차 숏리스트 발표 당시 외부 후보 2명은 익명성을 보장하기로 했다.

 KB금융은 중요 금융기관으로 정부 입김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외부인사가 KB금융 차기 회장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9일 공개된 외부 인사 김 회장은 하나은행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한 뒤 하나은행장,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지낸 금융인이다.

김 회장은 2020년 KB금융그룹 윤종규 회장의 3연임 당시 숏리스트 4명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고, 2023년 우리금융 차기 회장 후보 롱리스트에 포함되기도 했다.

김 회장이 KB금융지주 회장 후보군에 오른 것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 들어 '국제금융' 흐름과 국제관계 메커니즘을 제대로 아는 인사가 중용돼온 것이 주목된다. 

윤석열 정부에서 외부인사인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선임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임 회장은 재정경제부에서 은행제도과장, 금융정책국장을 거쳐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냈다. 이어 국무총리실장으로 국내외 자금 흐름에 관여했고, 금융위원장을 맡아 금융개혁을 주도했다.

이석준 회장은 재정경제부 총무과장,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제2 차관 등의 직위를 지내며 기재부 내의 예산통으로 활동했다. 또한 주 제네바 국제연합사무처 1등 서기관을 지냈고, 국무조정실장을 지냈다. 

임 회장과 이 회장 모두 국내금융은 물론, 국제금융의 흐름도 잘 아는 인물이다.

오늘날 금융, 특히 국제금융은 모든 국가의 경제뿐 아니라 정치·사회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미국으로 첫 출장을 갔을 때 가장 먼저 월드뱅크 부총재 겸 법무실장을 만난 것이나 사상 최초로 검찰출신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임명한 것은 금융이 국내외 전 분야에 미치는 영향과도 관련있다. 

윤석열 정부는 장차 국내 대형 금융사의 경영 방점을 글로벌화에 둘 것을 기대하고 있다.

김병호 회장이 외부인사로 KB금융지주 차기회장의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을 두고 일각에선 정부의 금융사 대변화 방침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김 회장은 1991년 한국투자금융이 하나은행으로 전환된 이후 뉴욕지점장, 하나금융지주 재무담당 부사장, 총괄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2015년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인수 등에 참여했으며, 2019년 하나은행이 베트남 4대 국영상업은행의 한곳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에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하는 협상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동안의 이력은 국제·재무통으로 평가된다.

작년 5월에는 HD은행 회장에 취임했다. 베트남 49개 은행 중 외국계 은행을 제외하고 유일한 외국인 회장이다.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해외 은행 회장에 선임된 것이다.

특히 김 회장이 세계은행(WB) 산하 국제금융공사(IFC) 수석고문을 한 이력도 주목된다. IFC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의 보증 없이 민간 기업에 투자를 한다는 것과 대출 이외에 자본투자를 병행한다는 점으로, 윤석열 정부가 기대하는 대형금융사의 글로벌화 방침과도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다만 업계에선 김 회장의 중량감이 다른 후보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만큼, ‘최종 1인’은 내부 인사의 경쟁으로 결정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허인 부회장은 KB금융그룹의 중추인 은행장을 최초로 3연임하면서 리딩뱅크로 이끌었다. 글로벌·보험부문장으로 큰 성과를 냈으며,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 법대 1년 후배이기도 하다.

양종희 부회장은 3연임하면서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좋은 실적을 이끌었다. KB금융그룹은 현재 은행과 비은행의 균형된 발전을 추진하고 있어 양 부회장의 경쟁력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차기 KB금융 회장은 다음달 8일 최종 후보자 1인이 확정되면, 회추위와 이사회의 추천 절차를 거쳐 오는 11월20일에 개최되는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된다.

임인영 기자 liym2@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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