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차관보 방중서 후속 회담 및 갈등 해소 필요성 '공감'
중국 기존 입장 유지 가능성 커…경색국면 해소 한계

박진 외교부 장관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
박진 외교부 장관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

 

박진 외교부 장관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 간의 첫 대면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올 초부터 이어진 한중 갈등에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박진 장관과 친강 부장은 다음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성사될 전망이다.

박 장관은 오는 13~14일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및 아세안+3(한중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외교장관회의에 잇달아 참석하며, 이를 계기로 일부 참가국가들과의 양자회담도 개최할 예정이다. 중국 측에선 친 부장의 이번 회의 참석이 유력시된다. 박 장관과 친 부장은 올 1월 한 차례 통화만 했을 뿐 아직 대면하진 못했다.

올해 한중관계는 중국 내 신종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방역 갈등에서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올 4월 미국 국빈 방문 계기로 외신 인터뷰 중 대만 관련 발언 논란, 그리고 최근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의 이른바 '베팅' 발언까지 이어지면서 경색 국면이 지속돼왔다.

싱 대사는 지난달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발전' 기조를 겨냥,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것 같은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라고 말해 내정간섭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외교가에선 박 장관과 친강 부장의 만남에 앞서 한중 당국이 싱 대사의 '베팅' 발언에 따른 갈등을 해결하려 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9일 뉴스1이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에 따르면 한중 외교당국은 지난 4일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의 중국 방문에 이은 후속 고위급 회담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내주 아세안 관련 회의 계기 한중외교장관회담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최 차관보는 지난 4일 베이징에서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만났을 당시 "상호 존중과 호혜에 기반을 둔 양국관계 증진을 위해 세심한 노력이 요구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양국관계 개선을 위해선 우리 측뿐만 아니라 중국 측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중국 외교부 또한 "최 차관보와 쑨 부부장이 양국관계에 대해 솔직하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양국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는 게 매우 중요하고 양측 공동 이익에도 부합한다"며 "정치·외교적 소통의 지속 강화에 의견을 같이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회동 결과 자료를 배포했다. 한중 양측이 싱 대사 문제를 포함해 그동안 누적돼온 갈등 요소를 일정 부분 해소하는 방안들에 공감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한중 양측이 싱 대사의 거취 문제까지는 논의하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편, 아세안 관련 회의 때 한중외교장관회담이 개최될 경우에도 중국이 기존 입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한중 간 경색 국면이 일거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사드(THAAD, 고고도방어미사일체계)에 관해 완강한 반대 입장이고, 중국내 한국 반도체 생산 등 경제분야에서 미국편에 선 것에 불만이 크다. 특히 북한 핵·미사일 등의 문제에 대해선 중국이 전략적으로 북한을 두둔하고 있어 우리 정부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따라서 아세안 관련 회의에서 한중 외교 수장들의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양국의 현안에 대한 입장차만 확인하거나 의례적인 상견례 수준에 머물 수도 있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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