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창업, 침대 관련 최초·최고 기록 줄줄…'침대는 과학입니다'
北 사리원 출신, 90년대 말부터 대북지원…남북 민간교류 모범 사례
25년간 소외이웃에 백미 기부…장남은 에이스침대·차남은 시몬스침대 대표

​​안유수 회장(에이스침대 제공)​​
​​안유수 회장(에이스침대 제공)​​

 

국내 침대산업을 개척한 ‘침대업계 대부’ 안유수 에이스침대 회장이 27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안 회장은 1930년 황해도 사리원에서 태어나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4후퇴 때 부모와 떨어져 월남했다. 

1963년 서울 금호동에 에이스침대 공업사를 설립하고 자수성가했다. 1977년 에이스침대 공업사를 주식회사로 전환했고, 1992년 에이스침대 침대공학연구소를 세우고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추진했다. 유명한 캐치프레이즈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도 이 시기에 탄생했다. 별세 직전까지 에이스침대 회장과 재단법인 에이스경암 이사장을 맡았다.

국내 최초 매트리스 스프링 제조설비, 침대업계 최초 KS마크 획득, 300개 특허 등 에이스침대가 쓴 기록은 안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고인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고위층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도 적극 실천했다. 1999년부터 25년 동안 설과 추석 때마다 지역사회에 32억원 규모의 백미를 기부했다. 소방관 처우 개선을 위해 15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전달했다.

안 회장은 실향민 출신으로 남북 간 민간 교류를 논할 때마다 회자되는 대표적인 기업인이다. 고인은 남북 최초로 영농물자 육로 왕복 수송을 해냈고, 5·24 조치(2010년) 이후 처음으로 대북 비료 지원을 하는 등 대북사업 관련 `최초` 타이틀만 여러 개를 보유하고 있다.

안 회장은 1990년대 말부터 타계하기까지 대북 지원사업을 꾸준하게 펼쳐왔다. 안 회장은 1997년 묘향산 국제친선 전람관 가구 지원을 시작으로 2000년 원산 갈마호텔에도 가구를 지원했다. 이후 2000년부터는 지속적인 고향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사리원 예술극장, 사리원 38여관에 각종 가구류와 각종 건축 자재를 지원했다.

그러던 중 2008년 기업인 최초로 경의선 육로로 방북을 하기도 했다. 당시 안 회장은 건설 중인 `황해북도 예술극장`의 진행 상황을 둘러보고 예술극장에 들어갈 의자 1300석과 무대 조명 등을 공급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사리원시 일대의 도로 정비, 민속거리 조성 등을 위해 가로등 350여 개, 도로 포장용 아스팔트, 주택 도색용 페인트 등을 공급해 북한주민의 생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지원을 하기도 했다.
 
특히, 안회장은 `고향 주민들이 배곯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영농 물자 지원을 꾸준히 해왔다. 2009년에는 북한의 아태평화위와 황해북도 인민위원회 측과 협력해 사리원시에 50동 규모의 온실농장을 건설했으며, 이후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비닐하우스 150동 규모의 시범영농단지와 텃밭용 소형 온실 210개를 최근까지 운영했다.

안유수 회장이 2015년 10월 27일 임진각에서 북한에 보낼 온실 건설자재, 채소 종자와 영농자재 등 컨테이너 28대 분량의 지원물자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에이스침대 제공)
안유수 회장이 2015년 10월 27일 임진각에서 북한에 보낼 온실 건설자재, 채소 종자와 영농자재 등 컨테이너 28대 분량의 지원물자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에이스침대 제공)

2010년 천안함 폭침으로 촉발된 5·24 조치로 남북 교류가 꽉 막혔지만, 안 회장은 포기하지 않고 때를 기다렸다. 2014년 정부가 인도적 지원을 허락하기로 방침을 세우자마자 안 회장은 바로 비닐하우스 운영에 필요한 배양토와 자재, 종자 등 컨테이너 20대 분량, 2억원 상당의 대북 지원을 실행에 옮겼다.

2015년에도 사리원시에 임,농업복합 시범운영을 위한 협력 물자를 지원하면서, 5·24 조치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비료를 지원했다. 2015년에는 3회에 걸쳐 육로로 방북하며, 남북간 내륙 왕복수송 방식을 정착시키고, 단순 지원이 아닌 현지에 기술자를 데리고가 남북공동영농사업을 진행함으로써 협력사업 수준을 크게 향상시켰다.

안 회장은 자신의 고향인 사리원에 침대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꿈꾸기도 했다. 2007년 북한 광명성총회사와 합영회사인 `사리원에이스침대가구`를 설립하기로 하고 침대 매트리스와 프레임을 생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회사 설립 과정에서 아쉽게 성사되지 못했다.

정치와 이념을 배제하고 순수한 고향 사랑으로 분단된 국가의 육로를 넘으며 남북교류의 길을 연 안 회장의 업적은 남북간 민간 교류의 가장 모범적인 전례로 평가받고 있다.

고인의 유족은 안성호 에이스침대 대표, 안정호 시몬스침대 대표 등 2남 1녀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30일 오전 8시, 장지는 용인 선영이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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