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미래를 위한 결단" 자평…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해제, 지소미아 회복
'과거사 문제' 일본 완승…반도체 미래 불투명, 대북 정보 한국 우위로 '공조' 미미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외교가 지난 17일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의 방일 성과에 대해 엇갈린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일본에 과도하게 유리한, 한국은 얻은 것이 상대적으로 적은 '불균형 외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일본에 과거사 면죄부를 준 윤 대통령의 이번 방일은 "조공 외교"라는 빈축을 사며 정치·외교적으로 적지않은 후과를 남길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방일 외교 결과 2018년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 여파로 양국이 치고받았던 일련의 조치들은 한국이 떠안는 모양새로 정리됐다.

정부가 방일 성과로 내세운 것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해제 등 경제분야와 북한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한일 간 정보공유(지소미아.GISOMIA)와 같은 군사분야 정도이다.

때문에 한일 정상외교의 손익을 수치로만 평가할 순 없지만 '일본의 승리'라는 분석이 국내외에서 나온다. 

◇ 정부 경제∙안보 성과 강조… 반도체 약점 드러나, 정보공유 양보 지적도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 후 일본은 그동안 한국에 대해 취해온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한편, 대북 공조 차원의 정보공유에 합의했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이 2018년 10월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피고 기업이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내리자 이에 반발해 2019년 7월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섰다.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은 한국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 중요한 소재로 당시 국내 반도체 등 산업 생태계에 비상이 걸렸다.

2019년 기준으로 일본은 글로벌 시장에서 불화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를 약 90%, 불화수소를 약 70% 생산하는 국가여서 국내 반도체를 비롯 여러 산업에선 이들 일본 소재 없이는 생산이 어려울 정도였다. 

한일관계 악화로 필수 반도체 소재를 수입할 수 없었던 삼성, SK는 중국이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소재를 재수입하는 형태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수출구조상 반도체 수출액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1292억달러(약 169조원)로 전체 수출액의 약 18%를 차지했다.

이러한 우리 경제를 고려할 때 한일 정상회담 성과로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해제하기로 한 것은 적잖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한국 경제의 주축인 반도체 산업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언제든 일본에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단면을 보여줬다. 더욱이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경제가 하락하고, 미국이 동맹국의 반도체 생산에 여러 독소조항으로 희생을 강요하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을 암울하게 하고 있다.

지난 2월 반도체 수출은 59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5% 감소한 수치로 글로벌 경기 둔화로 7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가격은 하락하고 재고는 쌓여 지난 3월 5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반도체 재고율은 265.7%로 2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D램 고정가는 지난해 1분기 3.41달러였지만, 올해 1월에는 1.81달러를 기록해 반도체 불황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처럼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한국 반도체 업계에 미국발 악재가 덮쳤다. 지난 2월 28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반도체지원법 가이드라인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1억5000만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초과 수익을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하며, 지원금의 배당·자사주 매입 사용이 금지된다. 또 미국 정부에 재무계획서 등을 제출해야 하고, 미 안보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반도체 생산시설에 대한 접근권을 제공해야 한다. 또 향후 10년간 중국 또는 관련 국가에서 반도체 설비를 증설하는 등의 신규투자도 제한된다.

반도체지원법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앞으로 10년 동안 일정 수준 이상의 첨단 반도체를 현지에서 생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총출하량의 40%를 생산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공장에서 D램 메모리의 40~50%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두고, 반도체 수출의 40%를 중국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의 피해가 우려된다.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미국의 반도체 특허와 일본의 특수물질에 의존하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점검해봐야 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해제 효과 역시 미미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2019년 한국 정부의 '종료' 통보 이후 효력정지 상태이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ISOMIA)의 '완전한 정상화'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에 대한 정보는 한국이 일본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는데 대북 공조를 위해 지소미아를 정상화는 것이 '성과'인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한국이 일본을 통해 얻는 대북 정보보다 일본이 한국을 통해 얻는 것이 더 많아 지소미아 정상화가 특별히 한국에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 日 사과 없는 과거사 정리 문제…국익 부합? 민의와 멀어

윤 대통령은 이번 일본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2018년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 여파로 양국이 치고받았던 일련의 조치들을 거둬들였다. 

각계에서 ‘굴욕외교’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윤 대통령은 "대국적 차원에서 내린 결단", "미래세대를 위한 대전환"이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은 윤 대통령이 기대한 '물컵의 나머지 반'을 채우는 성의를 끝내 보이지 않았더. 오히려 위안부 문제 합의를 이행하라거나 독도 문제도 거론했다는 일본 보도가 이어졌다.

때문에 한일 외교의 중심축인 과거사 문제는 일본의 완승으로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시다 총리는 강제동원 문제에 관한 한 마디 사과 없이 "한국 재단이 판결금을 지급하게 된다"며 '제3자 변제' 방식을 확고히 했다. 기시다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장에 나란히 선 윤 대통령은 "구상권 행사는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이를 재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언론은 기시다 총리가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과 독도 영유권 문제도 윤 대통령 면전에서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측은 "독도 문제가 포함됐고 위안부 합의에 대해 착실한 이행을 요구했다"(기하라 세이지 일본 관방장관)고 밝혔다.

17일 대통령실은 독도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며 부인했고,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논의 내용을 전부 공개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사실상 시인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어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든 독도 문제든 논의된 바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이번 일본 방문에 앞서 윤 대통령은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한국 대법원 판결을 ‘제3자 변제 방식’으로 사실상 무효화했다. 여론 동의를 구하거나 피해자들을 설득하는 과정도 제대로 없었다. 윤 대통령은 '한일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고 자평했지만, 국민의 뜻은 거의 반영되지 않은 독단적인 결정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현재 제3자 변제를 거부하는 피해자 측이 추심소송을 제기했고 여론의 반대도 거세다.

최근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33%를 기록해 3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를 물은 결과 긍정 평가인 ‘잘하고 있다’는 33%로 집계됐다. 이어 부정 평가인 ‘잘못하고 있다’ 60%, ‘어느 쪽도 아니다’ 2%, ‘모름, 응답 거절’ 5% 등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긍정 평가한 응답자들은 노조 대응(18%)을 가장 큰 요인으로 선택했다. 반면 부정 평가한 응답자들은 일본 관계, 강제 동원 배상 문제와 외교(15%)를 가장 이유로 선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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