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국재단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안 내놔
"손해배상 주체 무관 '3자배상' 이론상 가능"…"손해배상 법리 반해" 지적도

정부가 6일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해 일본 피고기업 대신 한국 재단이 판결금을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 피해자 측이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생존피해자 모두 정부 해법에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금덕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 등 생존해 있는 징용 피해자 3명은 모두 정부 해법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 지원단체와 대리인단도 정부 해법에 대해 "한국 행정부가 일본 강제동원 가해 기업의 사법적 책임을 면책시켜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 할머니는 광주에서 이날 열린 회견에 직접 참석해 "동냥해서 (주는 것처럼 하는 배상금은) 안 받으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스1에 따르면 대리인단은 정부 해법에 동의하는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채권 소멸 절차를 진행하겠지만 동의하지 않는 피해자들과는 일본 기업 국내 자산에 대한 강제집행 절차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제철과 히로시마 미쓰비시 중공업 징용 피해자를 지원해온 민족문제연구소와 법률대리인들도 서울 민족문제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해법에 대해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전범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판결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정부가) 일본 정부에게 저자세로 일관해 일본의 사과도,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일본의 그 어떤 재정적 부담도 없는 오늘의 굴욕적인 해법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광주에서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을 지원해온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도 "대한민국 행정부가 사법부의 판결을 무력화시킨 '사법 주권의 포기'이자 자국민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을 포기한 '제2의 을사늑약'"이라고 비난했다.

정부는 이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강제징용 피해자·유족 지원 및 피해구제의 일환으로 2018년 대법원의 3건의 확정판결 원고들에게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피해자 진영이 요구해온 피고기업(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의 재원 기여는 일본의 완강한 거부로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앞으로 재단은 확정판결 원고를 일일이 만나 해법을 설명하고 판결금 수령에 대한 동의를 구할 예정이다.

민족문제연구소와 법률대리인 측은 정부 안에 동의하는 피해자에 대해선 채권소멸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외교부 및 재단은 대리인과 협의해 채권소멸 절차를 진행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해법에 동의하지 않는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이전과 같이 집행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재단이 일방적으로 공탁을 해 집행사건에 제출하는 등의 행동을 한다면 집행절차에서 공탁의 무효를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채무의 변제는 제3자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3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민법 제469조1항 등을 공탁 무효의 근거로 들었다.

법률대리인 임재성 변호사는 그간 유족 반응에 대해 "정부안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확인한 분은 절반 이하"라며 "생존 중이신 고령 피해자는 3분인데 모두 정부안에 대해 명시적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양금덕 할머니는 직접 회견에서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이춘식 할아버지에 대해서도 "본인이 먼저 돌아가신 분들의 떳떳한 결과를 바란다고 말씀하셨고 오늘 정부의 입장 발표에 대해서 가족을 통해 그 의사를 다시 한 번 명확히 확인했다"고 피해자 지원단체 측이 전했다.

다만 일본제철과 히로시마 미쓰비시 중공업 징용 피해자 및 유족 9명 중에서 4명은 명시적으로 한국 정부 입장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이들은 전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이날 '상당수 유족이 문제의 조속한 종결을 바란다'고 전한 데 대해서도 "우리가 동의할 수 있는 안을 가지고 와서 빠른 시일 내 해결해달라고 말한 분들도 많다"고 법률대리인 김세은 변호사는 전했다.

이 밖에 과거사 관련 역대 담화를 계승하는 방식의 일측 사과에 대해선 "가해자가 사죄라고 하지 않는 것을 피해자에게 사죄로 생각하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했다.

또한 2015년 일본 위안부 합의 당시엔 일본 정부의 사죄가 있었던 반면 "지금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위안부합의보다 더 후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피해자 측은 또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의 '미래청년기금'(가칭) 조성 추진에 대해서는 "10여 년 전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피해자들과 화해 협상에서도 나왔던 장학기금은 한국의 외교참패를 감추기 위한 꼼수"라고 질타했다.

특히 외교부와 피해자 측과의 의견수렴 과정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세은 변호사는 "정부는 정해진 안을 발표하기 위해 사전에 만남을 갖고 설명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설명들을 두루뭉술하게 하면서 절차를 진행했을 뿐"이라면서 "정부는 정부가 하고 싶은 안이 있었고 거기에 반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아무런 코멘트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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