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선 안 된다" "협상 가능한 문제부터 풀어야" 의견 분분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 ©KR DB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 ©KR DB

 

한일 양국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꼽히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이 이르면 다음달 중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피해자 측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결론을 낼 경우 오히려 한일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1에 따르면 한일 외교당국은 설 연휴(21~24일) 뒤 국장급 실무협의를 통해 막판 이견 조율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우리 정부는 작년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래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마련을 위한 민관협의회를 가동하는 동시에 일본과도 관련 협의를 계속해왔다.

그리고 외교부는 이달 12일 국회에서 공개토론회를 열어 피해자 측, 그리고 일본과의 그간 협의과정을 설명하고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하는 해법안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외교부가 공개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안은 '병존적(중첩적) 채무인수' 방식을 통해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되, 그 재원은 기업 등 민간의 기부금으로 충당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현재 우리 정부는 피해자 측이 요구하는 일본 기업의 배상 참여 및 사과 문제를 두고 일본 측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물밑 협의를 진행해왔다.

특히 이달 중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참여하는 한일 외교국장급 협의가 서울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계기로 일본 측의 '호응' 수준이 제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일 양국은 세부 이견 조율이 마무리될 경우 내달 20일 전에 우리 정부의 '최종안'과 일본 측의 '호응' 조치를 연이어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부가 검토해온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은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란 등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단 이유로 "피해자 측과의 충분한 협의를 거친 뒤 해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간에 쫓겨 해법안을 내놓으려고 하다간 '피해자 의견 수렴 부족'을 이유로 유명무실해진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단 우려에서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선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의 조속한 해결'에 한일 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그 해법 마련을 미루다간 다른 '악재'가 돌출돼 그동안의 협의 내용마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장 올 상반기에만 △일본의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2월22일) 행사와 △일본 문부과학성의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3월) △야스쿠니 신사 봄 제사(4월),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 국내 대일 여론을 자극할 만한 요소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23일 정기국회 외교연설에서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란 억지 주장을 반복하는가 하면, 우리 정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동 현장인 니가타현 소재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겠단 입장도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일 간에 켜켜이 쌓인 갈등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일단 협상이 가능한 사안부터 풀어가는 전략을 통해 한일관계의 점진적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이번 (강제동원 피해배상) 협상이 깨지면 한일관계도 깨질 수밖에 없다"며 "(이 문제는) 개인에 대한 배상 책임과 국가 간 외교의 책임·중요성을 어떤 수준에서 조합하느냐가 적절한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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