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전날 토론회에서 '3자 변제' 공식화…피해자 모두 반대
재단 이사장 선정부터 정관 변경까지 논란 지적도 제기돼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지난 12일 공개된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배상 방안과 관련해 '굴욕외교'이자 '제2의 위안부' 합의라며 강하게 비판하며 폐지를 촉구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시민 100여명은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이같은 내용을 요구하며 촛불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어제(1월 12일) 윤석열 정부가 강제동원 해법을 발표하기 전 최종 단계인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가 개최됐다"며 "토론회에서 외교부는 뻔뻔하게 '한국 기업 돈으로 배상하는 방안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의 사죄배상은 노력해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뻔뻔하게 발표했다"며 "토론회 추진 과정과 내용 모두 졸속으로 추진하고, 피해자들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으면서, 외교부는 이 토론회가 '최종 의견수렴'이라고 밝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외교부가 전날(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공개토론회를 계기로 우리 대법원으로부터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을 받은 일본 전범 기업들 대신 '제3자', 즉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주체가 돼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임을 공식화했다. 재단은 최근 정관을 개정해 일본 기업 대신 배상금 지급 등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근거도 담았다.

우리 대법원은 지난 2018년 10~11월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2곳을 상대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원 또는 1억5000만원을 지급하란 판결을 내렸다. 이들 판결에 따라 배상금을 받아야 할 피해자는 현재 15명이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인권과 존엄을 위해 평생을 싸워온 피해자들을 단순 채권자로 전락시켰다"며 "일본이 사죄의 증거로 내야 하는 배상금에 대해 마치 구걸하듯이 일본의 기여를 기다린다고 했다"고 일갈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전날 공개된 정부안에 대해 "미사여구 뒤에 숨은 뜻은 단순하다. 한국 정부가 한국 기업에 돈을 내게 하고,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재단을 통해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실시하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의 사죄나 일본 전범 기업의 배상은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지난해 9월까지 재단에서 이사직을 맡았던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이날 지난해 8월 연임 가능한 이사들까지 일괄 사퇴, 신임 재단 이사장 선정 과정에서 행안부와의 논란, 법적 근거가 없는 재단의 정관 변경 등에 대해 지적했다.

특히 호사카 교수는 정부가 재단의 정관까지 바꿔가면서 무리하게 밀어붙이더라도 결국엔 "피해자 동의 없으면 법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며 "현재 피해자는 (정부의 안에) 모두 다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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