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전원회의 보고에서 "대외사업 원칙·대적 투쟁 방향 명시"
'신냉전' 속 국방력 강화·무력도발로 대결 구도 강화 시사
북한이 내년에도 '대적 투쟁'과 '강 대 강'이라는 대남·대외사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따라 내년 한반도 정세는 긴장이 이어지고,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는 27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2일 차 회의에서 내년도 사업 보고를 통해 "조선반도(한반도)에 조성된 새로운 도전적 형세와 국제정치 정세가 심오하게 분석 평가되고 현 상황에서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가 국권 수호, 국익 사수를 위해 철저히 견지해야 할 대외사업 원칙과 대적 투쟁 방향이 명시됐다"고 언급했다.
김 총비서는 '대외사업 원칙'과 '대적 투쟁 방향'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대남사업과 관련해 지난 6월 당 전원회의에서 처음 등장시킨 '대적 투쟁'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보아 내년도 올해와 다르지 않은 대남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 6월 당 중앙위 8기 5차 전원회의에서 "대적 투쟁과 대외사업부문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들과 전략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했다면서 처음 '대적 투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는 남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앞으로 강경한 정책을 펴겠다는 의미다.
이후 북한은 이를 실행에 옮기며 대적 투쟁을 본격화했다. 잇따른 미사일 발사와 접경지역에서의 무력시위를 반복하고, 대남용 전술핵무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는 등 위협 수위를 높여왔다.
내년에도 '대적 투쟁' 기조가 계속된다면 북한은 이같은 강경한 대남 적대 정책을 지속할 것이 확실해 남북관계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대미를 포함한 대외사업 부문에서도 세부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조성된 새로운 도전적 형세와 국제정치 정세', '국권 수호, 국익 사수' 등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아 올해의 '강 대 강' 기조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남한의 정권교체 후 한미일 3자 협력 강화 등의 현 국제 정세를 '신냉전'과 '다극화'로 인식하며 '북·중·러 대 한·미·일'의 대결 구도를 군사력 강화 기회로 활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김 총비서는 '핵무력 정책' 법제화를 천명한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현 정세가 "오히려 우리에게 군사력을 더 빨리 비약시킬 수 있는 훌륭한 조건과 환경"이자 "자위력 강화의 정당성과 그 우선적 강화의 불가피한 명분을 제공해주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내년에도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미국과는 '강 대 강, 정면승부 투쟁 원칙'에 따른 대결 구도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국방 분야와 관련해 "다변적인 정세 파동에 대비해 2023년도에 강력히 추진해야 할 자위적 국방력 강화의 새로운 핵심 목표들이 제시됐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내년에도 핵·미사일 고도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며 한반도 주변 긴장감을 높여나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올해 이어 내년에도 대남 강경잭을 고수하려는 데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대북 소식통과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단둥의 대북 소식통은 "남한이 정권교체가 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유화적인 대북정책은 끝나고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북한에 강경하게 나오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 사실상 기대를 접었다"면서 "남한의 대북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북한은 더욱 강하게 남한을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통합연구소 이철훈 선임연구위원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인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은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인데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고, 더구나 이미 핵보유국인 북한에 핵포기를 하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선 윤석열 정부에 기대할 것이 없다고 판단해 대화 대신 핵미사일 고도화를 통해 남한을 압박하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