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개선 기대감에 선 그어…한미 연합훈련 중단 '조건' 제시
통신선 복구에 대한 '평가'로 대외 사업 입지 확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다시 남북 관계에 으름장을 놓았다. 남북 관계에 대한 '개인적 평가'도 담화에서 제시하면서 대외 총괄로서의 자신의 입지도 재확인했다.

김 부부장은 1일 저녁 발표한 대남 담화에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훈련을 남북 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제기했다. 적대적인 전쟁 연습을 중단하라는 요구다. 그는 남북의 신뢰 회복 여부는 남측의 '선택'에 달렸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최근 남북 간 통신 연락선이 전면 복구된 이후 거론된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 등의 '기대감'에 "경솔한 판단"이라고 선을 그었다. 통신선을 물리적으로 연결시켜놓은 것뿐이며, 섣부른 억측과 근거 없는 해석은 도리어 실망만을 가져올 수 있다"라는 설명이다.

이어 지난 3년간의 과정을 보면 남북관계는 언제든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면서 곧 예정된 하반기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노골적인 거부감을 표시했다.

김 부부장은 "지금과 같은 중요한 반전의 시기"에 진행되는 연합훈련은 "분명 신뢰회복의 걸음을 다시 떼기 바라는 북남(남북) 수뇌들의 의지를 심히 훼손시키고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우리는 합동 군사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 적이 없다"라며 자신들은 훈련 규모나 형식이 문제가 아니라는 언급을 내놨다. 이는 한미가 8월 연합훈련을 '로 키'로 진행하더라도 북한은 이를 문제삼을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지난 상반기 연합훈련 때도 우리 정부는 해당 훈련이 연례적·방어적이고 대규모로 축소된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 도상훈련이라면서 북한의 도발 자제를 요청했었다. 그러나 김 부부장은 지난 3월 담화에서 "형식이 이렇게 저렇게 변이되든 동족을 겨냥한 침략전쟁연습이라는 본질과 성격은 달라지지 않는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번에 나온 언급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김 부부장은 그러면서 "남조선 측이 8월에 또다시 적대적인 전쟁연습을 벌여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에 대하여 예의 주시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희망'과 '절망' 사이 선택은 "우리가 하지 않는다"라고도 덧붙였다. 한미의 선택에 따라 자신들의 태도가 극명하게 갈릴 것임을 강조한 셈이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부터 북한에서 대외 총괄을 맡은 인물이다. 그는 지난 1월 당 대회에서 직위가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강등됐지만 계속된 담화 발표로 여전한 '대남 총괄자'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는 이날 담화에서도 남북 통신선 복구에 대한 생각과 남북 관계에 대한 견해를 언급하면서 사업을 총괄하는 자신의 입지를 재확인했다. 북한의 고위 당국자가 담화에 '나'라는 표현을 쓰며 개인의 견해를 밝히는 것은 김 부부장이 유일하다.

김 부부장 명의의 담화는 지난 6월 '대화와 대결 모두에 준비해야 한다'라는 김정은 당 총비서의 발언을 '흥미로운 신호'로 본다는 미국의 대화 기대감을 차단한 담화 이후 약 40일 만이다. 그 사이 남북 간 상시 통신선의 13개월 만의 재개통이 있었고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도출됐지만 김 부부장의 강경한 태도는 여전하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 6월 북한이 대북 전단(삐라) 문제로전면적인 '대남 대적사업'을 진행했을 때 이를 총괄하며 수시로 대남 압박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따라서 김 부부장이 한미 연합훈련의 추이를 보며 지난해와 같이 대대적이고 강경한 담화 공세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 6월4일 담화에서 남북 연락사무소 폐지,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을 언급하고 결국 약 열흘 만에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를 단행했다.

북한은 작년부터 김 총비서와 김 부부장이 역할을 분담한 '굿 캅-배드 캅' 전략을 이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김 총비서는 지난해 김 부부장 주도의 대적 사업의 긴장감이 최고조로 올라가던 시점에 전격 '대남 군사행동 보류' 결정을 내리며 국면을 전환했다. 그리고 지난 4월부터는 문재인 대통령과 친서를 수시로 교환하며 남북 통신선의 복구를 전격 결정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유화' 행보는 김 총비서가, 긴장을 높이는 강경한 행보는 김 부부장이 맡는 방식이다. 김 총비서는 올해 상반기 남북 갈등이 고조됐을 때도 '거리두기'를 하며 내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국면에서도 이같은 방식으로 대남 압박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미 연합훈련이 열려 북한의 압박의 강도가 높아져도 김 총비서의 '결단'의 여지는 남겨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대호 기자 mdh50@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