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문"이라지만 '北과 대화용 카드' 속내
軍은 이미 훈련 준비 마쳐…미국 측도 실시 '무게'

내달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앞두고 또 다시 '통일부발(發) 훈련 연기론'이 튀어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가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인적으론 물론, 당국자로서도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하는 게 좋겠단 생각"이라며 "훈련 연기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 당국자는 우리나라와 미국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이 심각하다는 점을 훈련 연기론의 주된 이유로 꼽았으나, 그보다는 최근 남북한 당국 간 통신선 재개통에 따른 '대화 모멘텀' 유지 차원에서 '한미훈련 연기' 카드를 꺼내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북한 당국은 작년 6월 우리 측 탈북민 단체들이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를 비난하는 내용의 대북전단을 살포한 사실을 문제 삼아 남북 통신선을 일방적으로 차단하고 개성 소재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후 작년 9월 서해상에서 우리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에 피격돼 숨지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남북관계는 한껏 얼어붙었던 상황이다.

그러던 중 남북한은 올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 총비서 간의 '4·27판문점선언' 제3주년을 맞아 정상 간 친서를 주고받기 시작했고, 그 결과 남북관계 개선 방안의 하나로 통신선 복구에 합의했다는 게 청와대 등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남북 통신선이 재개통된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이제 시작이다. 개성공단 (재가동), 이산가족 상봉 등 더 노력해 나가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통신선 복구에 다른 향후 남북관계의 '새 출발' 가능성과 별개로 변수도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바로 올 후반기 한미훈련이다.

현재 전·후반기 한미훈련은 대규모 야외 실기동훈련(FTX)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도상훈련(CPX)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과거 한미 양국군이 함께하는 대규모 FTX를 연 1회 실시했던 데 비해 일단 규모 자체가 크게 축소된 것이다.

이마저도 작년 전반기엔 코로나19 유행 상황 때문에 아예 실시되지 못했고, 작년 후반기와 올 전반기 훈련은 모두 예년에 비해 참가 인원이 대폭 축소된 채로 진행됐다.

그러나 북한 김 총비서는 지난 24~27일 주재한 군 지휘관·정치일꾼 강습회에서도 한미훈련을 겨냥해 "적대세력들이 광신적이고 집요한 각종 침략전쟁 연습을 강화하며 우리 국가를 선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계속 체계적으로 확대하고 군비를 증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군 안팎에선 통일부로부터 '한미훈련 연기론'이 제기된 30일 오후 서욱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간 전화 통화가 이뤄진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국방부는 두 장관이 통화에서 "철통같은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만 밝혔으나, 시기적으로 봤을 때 "한미훈련에 대한 의견교환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특히 이번 통화는 미국 측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국방부는 아직 공식적으론 "후반기 한미훈련의 시기·규모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

그러나 군 내부적으론 내달 10일부터 나흘 간 한미훈련의 '사전연습' 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를 실시하고, 이어 16~26일 기간 '본훈련'인 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연습(21-2-CCPT)을 한다는 계획 아래 각 군 참모부 차원의 준비회의까지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올 후반기 한미훈련이 정상적으로 실시될 경우 훈련에 참가하는 미군 증원 병력은 8월 초까지 모두 입국을 마쳐야 한다. 현재 주한미군은 코로나19 방역조치의 일환으로 해외에서 입국하는 미군 장병·가족 등을 대상으로 '2주 간 격리'를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다른 정부 부처 관계자는 "미국 측의 훈련 실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안다"며 "현재로선 훈련이 축소될 순 있어도 연기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이번에도 한미훈련이 축소된다면 우리로선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필요한 일련의 검증 평가도 다시 지연되는 '딜레마'를 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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