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업무협약…11억달러 투자해 2024년 10GWh 양산
합작사 지분은 5:5…"전기차 15만대 배터리 생산"

​지난해 6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 대표가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LG 제공)​
​지난해 6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 대표가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LG 제공)​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공식 발표한다. 양사는 인도네시아를 교두보로 삼아 새롭게 부상하는 동남아 전기차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29일 자동차·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전날 인도네시아 정부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11억달러(약 1조2700억원)를 투자해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주 카라왕(Karawang) 지역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고, 연 10기가와트(GWh) 규모의 배터리셀 생산능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는 전기차 약 15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분량으로, 오는 4분기 착공해 2024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동남아시아 지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설립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합작법인의 지분은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각각 50%씩 보유하는 것으로 정해졌으며 양사는 같은 비율로 출자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분 50%는 현대모비스가 25%, 현대차가 15%, 기아차가 10%씩 보유한다.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새롭게 부상하는 동남아시아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과, 전기차·배터리를 차세대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은 합작 공장이 들어설 카라왕과 인접한 브카시에 연산 25만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을 건설 중인데, 이곳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려면 높은 품질의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게 필요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원료인 니켈·리튬 등 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를 교두보로 삼아 동남아 배터리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2030년 '전기차 산업 허브'가 되는 것을 목표로 세운 인도네시아 정부도 세계적인 완성차·배터리 생산업체인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 유치를 강하게 추진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정부는 양사에 일정 기간 동안 법인세·관세 면제, 전기차 세제 혜택 강화 등 인센티브(특전)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력을 통해 양사는 급성장하는 '동남아'와 '전기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확실한 기회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까지 코나 화재 사고를 겪은 두 회사가 대규모 투자 협력을 결정했다는 건 의미심장하다"며 "국내 기업들이 관세 장벽이 높은 동남아 지역에서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현지 거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협력"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작사 설립은 마지막까지 중국 공정당국의 승인을 받는지 여부가 변수로 작용했지만, 최근 무사히 승인을 받으면서 최종 난관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각 국가의 공정당국은 특정 기업이 인수·합병이나 합작사 설립 등을 진행할 경우, 독과점 시장의 형성이나 자국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 등을 심사해 이를 승인·반대할 수 있다. 대상국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할 경우 기업결합은 무산된다.

실제로 지난 2019년 3월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도 유럽연합(EU) 등에서 진행 중인 기업결합 심사가 늦어지면서 실제 합병이 2년 넘게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측은 인도네시아 합작사에서 생산된 배터리가 중국 내에 유통돼 자국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중국 당국은 양사의 소명을 들은 결과, 인도네시아 합작사에서 생산한 배터리가 모두 현대차 전기차 공장에 공급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달 16일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양사의 합작사 설립을 승인했다.

임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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