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실적발표 설명회…반도체 '기술경쟁력' 강조 집중
메모리·파운드리 등 업체간 경쟁 심화…"해법은 초격차"

29일 오전 삼성전자가 올 2분기 약 12조570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2018년 이후 3년만에 최대 실적을 거뒀다고 발표한 후 이어진 설명회에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우려섞인 질문들이 쏟아져나왔다.

특히 삼성전자가 수십년째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메모리 분야에서 D램이나 낸드플래시 등 경쟁업체들의 빠른 추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같은 시장의 우려에 대해서는 "중요한 것은 원가경쟁력과 노하우"라면서 특유의 '초격차' 기반의 기술경쟁 우위를 과시하며 국내외 업체와의 경쟁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삼성전자는 2021년 2분기 영업이익이 12조56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26%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63조6716억원으로 20.21% 늘었다. 상반기 기준으로 누적 매출액은 129조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이다.

코로나19 재확산 등의 각종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2분기에 눈부신 호실적을 낸 배경에는 주력 산업인 반도체 부문의 선전 덕분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반도체 사업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2조7400억원, 6조930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4.7%, 27.6% 늘었다.

'믿을맨'이었던 반도체 분야에서의 준수한 성적표를 발표하고도 이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 참석한 국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의 기술력에 잇따라 의문을 제기했다.

이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데다가 다양한 대내외적 리스크에 노출된 삼성전자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메모리 시장에선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잇따라 '세계 최초' 타이틀을 내걸며 삼성전자를 맹렬히 쫓아오고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추격자' 신세로 대만의 TSMC를 따라잡으려는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미국의 인텔이 신규 진입을 선포하며 시장 재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어서다.

이날 실적발표 설명회에서도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분야에 대한 시장의 궁금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국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EUV(극자외선) 양산 계획을 다른 업체들도 발표했는데 삼성전자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나 향후 로드맵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실제 최근 메모리 시장에선 2위 업체인 SK하이닉스와 미국의 마이크론이 잇따라 D램 양산 공정에 EUV를 적용하거나 도입할 것이란 계획을 내놓아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EUV(Extreme Ultraviolet)는 반도체 핵심 공정 중 하나인 '노광' 과정에서 기존에 쓰이던 불화아르곤(ArF) 광원의 14분의 1 미만인 극자외선을 활용해 얇고 세밀한 회로 패턴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대해 한진만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EUV는 단순히 설비를 구매해 생산에 적용하는 것보다 마스크, 검사 등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노하우를 축적해 기술적 측면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 중반부터 메모리 분야의 EUV 적용 중요성을 인지하고 선제적 투자를 통해 EUV 장비제조업체인 네덜란드 ASML과 안정적인 장비 시스템을 구축하는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고 밝혔다.

한 부사장은 "EUV 특화기술은 삼성 고유의 강력한 기술적 강점이라고 자부한다"면서 "선제적 도입은 단순 공정전환의 기술 확보 차원을 넘어서 장기적으로 절대적 기술경쟁력을 확보한 측면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선제적 도입으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경쟁사와 차별화된 기술 우위를 점하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최근 '단수 적층' 경쟁이 불붙은 낸드플래시 시장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는 작심한 듯 하고싶은 이야기를 꺼냈다. 이날 콘퍼런스콜 직전 소액주주를 통해 전달받은 질문 중에서 '타사의 176단 낸드플래시 출시 등으로 삼성전자의 경쟁력에 우려는 없냐'는 게 나왔다.

이를 두고 한 부사장은 "삼성전자가 생각하는 낸드플래시 경쟁력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더 이상 단수 그 자체가 아니다"라며 "이미 우리는 싱글스택으로 128단을 쌓는 업계 최고 에칭기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수를 얼마나 많이 쌓느냐보다 방법과 효율성 측면에서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가 삼성전자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2D 형태의 평면 제품이었던 낸드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3D 제품으로 구현한 선도업체 관점에서 삼성전자가 앞으로는 수익성 실현을 주안점을 두겠다는 의미다.

이는 최근들어 반도체뿐만 아니라 글로벌 산업계 전체가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등의 거시적 불확실성에 크게 좌우되는 가운데, 대내외적 리스크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기술 로드맵은 10년 이후까지 모두 정의돼있다"면서 자신감도 드러냈다. 한 부사장은 "176단 낸드 램프업은 이전 세대보다 2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절대적인 원가경쟁력을 갖출 200단 이상의 8세대 V낸드도 동작칩을 확보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파운드리 GAA(게이트올어라운드) 3나노 공정 개발과 시스템LSI사업부의 SoC(시스템온칩) 개발 과정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는 "시장의 우려를 잘 알고 있으나 현재 차질없이 모두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100조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재정 상태를 감안해 삼성전자는 3년 내에 의미있는 M&A(인수합병)을 통한 경쟁력 강화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서병훈 삼성전자 IR팀 부사장은 "급격하게 사업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선 미래 성장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핵심역량을 갖춘 기업에 대한 전략적 M&A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인공지능), 5G, 전장 등을 포함해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판단되는 분야에 대해 사업 영역과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적극적으로 M&A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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