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비서들 다음·군 수뇌부 중 가장 먼저 호명돼
약 한 달간 근신 마치고 위상 회복 가능성 시사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68주년을 계기로 28일 북중 우의탑을 찾았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9일 보도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68주년을 계기로 28일 북중 우의탑을 찾았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관련으로 실각,북한 군수공업부장으로 좌천된 것으로 추정됐던 리병철이 건재함을 과시했다. 북한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조국해방전쟁승리 68돐(돌)에 즈음하여 7월28일 우의탑을 찾으시었다"면서 고위 간부들이 그와 동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행한 간부로 조용원·리일환·정상환 당 비서에 이어 리병철을 호명했다. 리병철은 박정천 군 총참모장, 권영진 군 총정치국장, 리영길 국방상보다 앞서 이름이 불리면서 군 수뇌부 4인 중 가장 먼저 언급됐다.

북한에서 간부들의 호명 순서는 권력서열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김 총비서와 얼마나 지근거리에 섰는가도 권력 지표 중 하나로 여겨지는데, 이날 보도된 사진에서 리병철은 김 총비서 바로 왼편으로 군 수뇌부 중 가장 가까운 자리에 섰다.

리병철은 북한 김정은 체제에서 핵과 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을 진두지휘하며 김 총비서의 각별한 총애을 받은 인물이다. 지난 2016년에는 최초로 김 총비서와 맞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공개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리병철은 2019년 12월, 조선로동당 7기 5중전회에서 태종수의 뒤를 이어 조선로동당 군수공업부 부장에 임명됐고, 2020년 4월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14기 3차 회의에서 역시 태종수가 가지고 있던 국무위원회 위원 자리를 물려받았으며, 6월에 개최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7기 4차 확대회의에서 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2020년 8월, 조선로동당 제7기 제16차 정치국회의에서 김덕훈 총리와 함께 조선로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로 승진했다. 그리고 조선로동당 제7기 제19차 정치국회의의 결정에 따라 박정천 총참모장과 함께 인민군원수로 승진했다. 2020년 10월 10일 열병식에서 김정은 다음 가는 북한군 서열 2위로 드러났다.

2020년 10월 10일 공개된 조선로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다른 인민군 수뇌부가 러시아식 신형 예복을 입고 나온 것과 달리 혼자서만 기존의 흰색 예복을 입고 나왔다. 총참모장 박정천 원수한테 열병식 준비보고를 받는 등 김정은 다음가는 인민군 서열 2위임을 보여주었다. 2021년 1월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 때도 박정천 원수 등 다른 장성들은 러시아식 예복 혹은 기존 북한군 예복을 입었지만, 리병철 혼자 흰색 예복을 입었다.

8차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등에 유임되면서 건재함을 과시했으며, 비서국 복원 후 7명으로 줄어든 비서국의 일원이 되었다. 6월 4일, 조선로동당 제8기 제1차 정치국회의에 참석했다.

김 총비서의 강력한 신임을 바탕으로 그는 군인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 계급인 '군 원수'로 초고속 승진했다. '대장-차수-원수' 순을 거쳐 고위급 계급이 이뤄지는 북한에서 리병철은 최고지도자를 제외하고 차수를 거치지 않고 원수 칭호를 받은 유일한 사례였다.

하지만 리병철은 코로나19와 관련된 중대 사건으로 '문책 대상'이 되면서 2021년 6월 29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김일성 주석 사망 27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사진에서 리병철은 상무위원들이 섰던 참배 첫줄에서 밀려나고, 군복이 아닌 당복을 입은 모습이 눈에 띄었다.

군부 서열 1위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겸임했던 그는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강등되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자리에서도 물러난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 정보당국은 리병철이 군수공업부장으로 강등된 것으로 분석했다.

리병철은 특히 함께 문책을 받은 박정천 총참모장과 달리 이번주 진행된 6·25 전사자묘인 '조국해방전쟁 참전열사묘' 참배와 제7차 전국전쟁노병대회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상당한 수위'의 처벌을 받았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약 한 달 만에 다시 군 서열 1위로 호명되면서 처분을 마치고 원래 위상을 회복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 시대의 특징 중 하나인, 고위 간부의 계급장을 떼었다 붙였다 하는 상벌 인사로 최고지도자의 권위를 강화하는 '견장정치'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리병철은 이날 당 비서들 다음으로 호명됐다는 점에서 상무위원으로는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군 계급의 변동이나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직 유지 여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민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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