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통 "일본이 소극적 입장 보여"…미일 '북한' 이해 충돌 얘기 돌아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로 관심을 모았던 한미일 및 한일정상회담이 끝내 불발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1~13일(현지시간) 사흘 간 영국 콘월에서 진행된 이번 정상회의 기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잇달아 만나긴 했지만 공식 회담으로까진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외교가에선 이번 G7 정상회의 개최 직전까지만 해도 "한일정상회담은 몰라도 한미일 정상회담은 열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올 1월 취임 이후 '한미일 3국 협력'을 강조해온 데다, 이번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각국 정상들이 자연스레 한 자리에 모이는 기회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외교소식통은 "일본은 그동안에도 G7 회의 계기 한미일 정상회담 또는 한일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고 언급, 일본과의 관련 일정 조율이 여의치 않았음을 시사했다.

일각에선 일본 전범기업들에 대한 우리 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판결 등을 놓고 한일 양국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점을 들어 "일본 측이 이번 G7 회의 공식 세션 이외 자리에서 한일 정상이 함께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본 정부는 우리 법원의 해당 판결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위반"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시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한국 때문에 한미일 정상회담은 열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현지시간으로 전날 영국 콘월에서 열린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한국을 염두에 두고 "국가와 국가 사이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그 환경에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의 일본식 표현)과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스가 총리는 두 문제에 대해 "한국 측의 움직임으로 한일 문제가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일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도력을 발휘해 문제를 잘 정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스가 총리와 처음 조우한 건 12일이다. 한일 양국 정부 발표를 종합해보면 문 대통령은 당시 G7 확대정상회의장이 마련된 카비스베이 호텔에서 회의 1세션 참석하기에 앞서 스가 총리에게 먼저 다가가 "반갑다"며 인사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주최로 열린 부부 동반 만찬에서도 스가 총리와 조우했다. 이와 관련 TV아사히는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만찬장에서 대면한 시간이 1분 정도라고 보도했다. 사실상 인사 말고는 대화가 없었단 얘기다.

스가 총리는 이번 회의 기간 각국 정상들을 상대로 내달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그러나 문 대통령에게도 이런 얘기를 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도쿄올림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탓에 일본 내에서조차 '취소론'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이번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을 방문해, 스가 총리와 회담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아직 우리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선 문 대통령 방일을 준비하는 기류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을 중심으로 한 외교가에선 일본이 소극적, 부정적 입장을 보여 한미일 및 한일정상회담이 무산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한미일 회담에 북한 부분이 관련돼 있고, 북일 간 문제도 있는데 일본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 미일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한미일 및 한일 회담도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은 북한과 배상문제와 납북자 문제를 직접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G7 정상회담에 예정없이 참석한 것도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계기를 만들려는 것이었는데 한미일 회담이 결렬되면서 기대를 갖고 영국으로 갔던 문 대통령도 빈손으로 돌아오는 상황이 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의 경우 추후 다른 기회를 통해 개최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한미일 3국 정상의 만남엔 중국, 그리고 북한에 메시지를 보내는 효과 있다"며 "지난달 한미정상회담과 4월 미일정상회담에서 '한미일 3각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만큼 3국 정상이 이번 G7 기간엔 만나지 못했지만 앞으로 미국 등지에서 따로 만날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미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뒤 이번 G7 정상회의를 통해 20여일 만에 다시 만났다.

청와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2일 카비스베이 호텔에서 만난 문 대통령에게 "문 대통령이 왔으니 이제 모든 게 잘될 것 같다"며 인사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측에 지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존스앤드존슨(얀센) 개발) 101만회분의 "(접종) 예약이 18시간 만에 마감됐다. 큰 호응이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G7 회원국은 아니지만 올해 정상회의 의장국인 영국 측의 초청으로 이번 회의에 함께했다. 이번 회의에 '게스트' 자격으로 참석한 G7 비회원국은 우리나라와 인도·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 등 4개국이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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