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상황 대비…평시운영과 혼란 없어야
민간 전문가 '軍수사' 심의…'반짝 대책' 우려 여전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군 사법체계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군 내부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군사법원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군사법원의 축소·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노무현·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꾸준히 나왔었다.

뉴스1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군사법원 축소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국회에 정식 입법 예고 절차를 밟았지만, 여전히 관련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인 상태다. 

현재 계류 중인 군사법원법 개정안은 2심을 담당하는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하고 이를 서울고등법원에서 다루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1심 재판은 군에서 받더라도, 2심 재판을 민간에서 받는다면 판결의 투명성이 높아질 거란 이유에서 나온 대책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는 기간은 1심 보통군사법원에 사건이 기소됐을 때라며, 1심 사건도 외부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군검사와 군판사를 비롯해 국선변호사까지 모두 군인 법무관 출신인 만큼 초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있다.

군은 성범죄 등의 문제가 재차 반복되는 데 따른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군사법원 자체를 폐지하는 데엔 신중한 모습이다. 전시 상황을 대비해 1심 보통군사법원은 계속 유지해야 한단 생각 때문이다.

군은 전시와 같은 급박한 상황 속 군 내부에 사법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면 전시 초기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휘관이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는 것도 전시 상황 초기 자칫 무너질 수 있는 군 기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북한을 '주적'으로 인지하고 있으며, 북한과의 전투가 발생할 시 장기전보단 단기전으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큰 만큼 빠른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군사법원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군이 사법제도 개정과 관련해 2심 고등군사법원은 민간에 넘기더라도 1심은 군이 맡고 싶어 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평시에 1심 법원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다가 막상 전쟁이 발발해 1심 법원을 운영하면 혼란이 생길 수 있단 우려다.

뉴스1에 따르면 최근 국방부는 부사관 사망 사건을 엄정 수사하겠다며 민간이 참여한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내놓고, 미국처럼 국방장관 산하에 성범죄 대응 전담기구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군 안팎에선 국방부가 1심의 권한을 민간에 이양하지 않기 위한 우회로를 찾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별도 기구를 마련하는 대신, 군 사법체계의 근간은 지키고자 하는 모습이란 분석이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군은 그간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위원회만 잔뜩 만들어 놓고 나중엔 소집하지 않는 방식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2017년 여군이 사망하고 장성 성추행 사건 등이 연달아 터지면서 국방부에 양성평등센터가 처음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전시를 대비해 1심 법원을 유지해야 한단 군의 입장에 한발 물러서면서도 "군사 범죄만 수사하고 군에서 재판하고, 성폭력이나 일반 형법상 범죄는 민간으로 옮기는 타협안이라도 군이 받아들일 때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지 기자 ksjo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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