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선행보 출발 시점에 수사 착수…대선 개입 의혹 일어
법조계 "직권남용 입증 어려워"…정치권 '정권 尹 탄압' 공방 치열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공수처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공수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수사에 착수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야권 유력 대선주자를 겨누고 있는데다 수사 착수 시점이나 수사 대상 등에 ‘정치적 계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공수처는 지난 4일 윤 전 총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입건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지난 2월 8일 윤 전 총장을 ‘옵티머스 수사 의뢰 사건 부실 수사’, ‘한명숙 수사팀의 모해 위증 교사 감찰 방해’ 의혹 등으로 공수처에 고발한 데 따른 조치다

이와 관련 '공수처가 대선에 개입하려 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받고 있다. 1000건이 넘는 공수처 접수 사건 가운데 하필 4개월전 시민단체가 고발한 윤 전 총장 사건을 택한 이유가 불분명하다.

공수처는 출범 이후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굵직한 현안을 제외하고 여권 성향 인사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1호 수사 대상으로 삼으면서 ‘정권 봐주기 수사’ ‘면피성 수사’를 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윤 전 총장 수사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하는 시선이 많다

수사 착수 시점도 윤 전 총장의 첫 공개 일정과 맞물린 시점이어서 야권 유력 대선주자의 대선 행보를 겨냥했다는 의심을 샀다. 

공수처가 수사를 착수한 4일은 정치권에서 윤 전 총장이 조만간 정치참여를 통한 대선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게 퍼진 시점이었다. 실제 윤 전 총장은 지난달 19일 강원도 강릉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을 만나는 것을 비롯해 다른 의원들과의 접촉을 늘리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끝나는 11일 이후 입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공수처가 수사를 시작한 사건은 추미애 전 장관 시절 법무부와 대검 합동감찰에서도 아무런 결론을 내놓지 못하거나, 법무부 검사징계위에서도 무혐의 결론을 낸 사안이여서 혐의 입증이 매우 어려울 것이란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직권남용 혐의는 입증이 매우 어렵다"며 "특히 이 사안은 거의 무혐의로 결론이 난 사건들이라 공수처가 무슨 수를 쓰든 혐의 입증을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공수처의 윤석열 수사 방침은 정권이 공수처를 이용해 대통령 선거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선언"이라며 “부적절함은 말할 것도 없고 최소한 대선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공수처의 윤 전 총장 수사를 놓고 여야 간 공방전이 치열하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1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검사들이 선택적 정의를 구사해서 공수처를 만든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옵티머스펀드 사건 불기소하고, 한명숙 정치자금 수사에서 검사들이 죄수 증인을 위증하도록 했다는 것도 임은정 검사가 공소장 초안까지 만들어놨지만 다 묵살했다. 공수처가 윤 전 총장을 수사하는 것이 설립 취지에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수사가) 공수처만의 단독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면서 "수사하는 내용을 보니까 그렇게 심각한 것도 없다. 문제가 있으면 진작 다 나왔을 것"이라고 수사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공수처는 윤 전 총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이상 논란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선언 이후 공수처로부터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경우 '대선 개입 의혹'이라는 비판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공수처가 대선 주자라는 이유를 들어 수사를 미룬다면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대선 전에 기소하면 대선 후보가 피고인 신분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공수처가 대선 전에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애초에 '윤석열 죽이기'를 위해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는 정치적 의도를 자인하는 꼴이 된다. 설령 공수처가 혐의를 입증한다 해도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죽이기' 논란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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