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에 몰표 준 당심·민심…"차기대선 위한 전략적 투표"
윤석열 '입당' 빨라지나…"180도 달라진 野, 3지대 압도'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선 확정 후 당기를 흔들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선 확정 후 당기를 흔들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의 등장으로 내년 3월 9일 차기 대통령선거를 앞둔 대선지형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대선판이 바뀌게 되면서 기존 유력 대선주자의 지지율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이번선거에 나타난 2030으로 대표되는 표심의 메시지는 '정권교체'라는 점에서 당사자인 국민의힘은 물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윤석열' 2강 구도로 진행돼온 대권 경쟁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여권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준석 대풍' 원동력은 '정치세력 교체'…국힘 영남중장년 '전략적 선택'  

이준석 당대표의 출현은 판은 한국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을만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헌정사상 첫 30대 당수(黨首)이자, 의정 경험 없는 0선 당대표가 나온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커다란 정치적 함의를 지닌다. 한마디로 정권과 정치권이 동시에 '물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준석 신드롬'의 핵심 동력은 기성 정치세력의 '교체'를 바라는 한국사회 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내년 대선에서 야권에는 '청산호'가 여권엔 '빨간불'이 켜진셈이다. 

정치권은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두고 당심과 민심이 하나의 '세력'으로 동기화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권교체'를 목표로 이 대표에게 몰표를 주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설명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평상시라면 이준석 당대표가 나올 수 없었겠지만,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민심과 당심이 하나가 되어 전략적 투표를 했다"며 "지난 탄핵 정국 이후 사라졌던 보수의 전략적 정치감각이 되살아났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11일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9만3392표(43.83%)를 얻어 중진그룹 주자들을 제치고 차기 당대표에 선출됐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11일)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9만3392표(43.83%)를 얻어 중진그룹 주자들을 제치고 차기 당대표에 선출됐다.

주목할 점은 당원들의 투표다. 이 대표는 당원으로 이뤄진 선거인단 투표에서 37.41%(5만5820표)를 얻었다. 1위를 한 나경원 후보(40.93%)와 대등한 수치이고, 3위인 주호영 후보보다 2배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국민의힘의 지역별 책임당원 현황은 수도권 29.6%, TK(대구·경북) 30.7%, PK(부산·울산·경남) 24.6%, 충청권 10.1%, 강원·제주 4.2%, 호남권 0.8%로 알려져 있다. 영남지역에 50%가 넘는 당원이 집중된 셈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 TK의 주호영, PK의 조경태 등 영남권 출신 인사들이 선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수도권 출신인 이 대표와 나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는 영남지역 당원들이 '출신'지역이 아닌, '인물'과 '경쟁력'을 기준으로 투표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6세에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이 후보의 높은 지지율은 당원들이 전략투표에 나것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국민의힘 당원은 연령대별로 20대 3.9%, 30대 7.7%, 40대 15.7%, 50대 30.6%, 60대 이상 42% 등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비율이 압도적이다. 이들은 청년층을 대변하는 이 후보보다 정치적 경륜을 갖춘 중진 후보를 지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나 후보와 3.52%의 격차만 보이며 당심을 얻는 데도 성공했다. 중·장년층 이상 당원들이 내년 대통령선거에 보다 도움이 되는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에서 이 대표에게 몰표를 줬다는 분석이다.

◇내년 3·9 대선에 '이준석 현상' 이어질 수도…대선판 '흔들'

'이준석 당대표'로 입증된 정권교체 열망은 내년 3·9 대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나타난 대이변이 단지 30대의 이준석 대표를 선출했다는 결과보다 정치권 전반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박성민 대표는 "이준석 당대표는 정권교체 열망의 투사체일 뿐"이라며 "이 대표의 언행이나 실수 정도로는 이 흐름을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에따라 대선판은 물론, 차기 대권주자들의 행보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주목되는 것은 야권 잠룡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거취다. 

일각에서는 '이준석 체제'가 출범하면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공정과 변화'로 이미지를 탈바꿈한 데다, 여권의 집중 공세가 시작된 만큼 '제1야당'이라는 방어막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신율 교수는 "윤 전 총장이 '제3지대'를 염두에 뒀더라도, 이제는 국민의힘이 더 새로운 변화의 장이 된 상황"이라며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예정보다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준석 현상'은 여권의 대선구도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전망된다. '빅3'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모두 이 대표에게 축하의 말을 전했지만 당 안팎에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항상 '변화'와 '개혁'의 주체로 인식되던 민주당이 오히려 변화의 대상,  '꼰대장' 이미지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빅3'의 연령이 50대 후반, 70대초인 점도 '구시대' 인상을 줄 수 있다.

민주당은 후보들 간 경쟁 과정에 '친문 대 비문' 대립이 여전한 상황에 '이준석 태풍'이라는 껄끄러운 외생변수를 마주하게 됐다.

그동안 민주당 일각에선 국민의힘을 대선후보가 부재한 '불임정당'으로 평가하고, 윤 전 총장만 잘 상대하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윤 전 총장보다  '정치(정권) 교체'를 바라는 민심을 더 경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내년 대선판까지 뒤흔들고 있는 '이준석 바람'이 어디까지, 어떤 형태로 불어갈지 주목된다.

박상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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