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세대 "586과 태극기, 집으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무기였던 '참신함' 부응 못하면 똑같다고 느낄 것"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국민의힘

 

대한민국 제1 야당 당대표에 36세 이준석대표가 선출됐다. 헌정 사상 원내교섭 단체 대표에 30대가 선출된 건 처음이다. 당 대표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단숨에 여론조사 2위에 올라서더니 보름도 되지 않아 1위에 올라 줄곧 유지한 것을 두고 '이준석 현상'이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이 대표의 당선을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2030세대들은 지난 4·7 재보선에서도 확인된 '정치 개혁 열망'이 당 대표 선거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변화와 비전이 없는 정치판'과 '불공정'에 대한 분노가, 이 대표의 '아닌 건 아니다' 식의 직설적 화법과 부합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전날(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1차 전당대회를 열고 당대표 경선에서 이준석 후보가 9만3392표(43.82%)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이 후보는 선거인단에서 5만5820표, 여론조사에서는 58.76% 등 최종 43.82%의 득표율을 기록해 나경원 후보(37.14%)를 제치고 당선됐다. 주요 정당 가운데 30대 당대표가 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성 정치인에 대한 경고"…젊은 세대 '기대감' 반영

뉴스1에 따르면 2030세대들이 이 대표를 지지하는 이유는 기성정치와는 다른 화법과 행보다. 직장인 김모씨(27·남)는 "4·7 재보선을 두고 2030이 '반짝'에 그칠 것이라는 평가를 뒤집어 직접적으로 당의 인사에 개입까지 할 수 있음을 재확인한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며 "이 대표가 당대표로서 어떠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아직까지는 의문이나, 적어도 소위 '한번 갈아보자'라는 젊은 세대의 열망을 더는 다선의원들이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했다.

직장인 이모씨(28·남)는 "현 여당의 내로남불식 정치에 신물이 난 2030의 시선이 반대쪽으로 향했고, 정치 입문은 오래됐지만 신진세력으로 분류되는 이 대표의 능력치와 언변에 믿고 따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 것 같다"며 "특히 최근 결과론적인 평등만을 중요시해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에 크게 반발하는 시선이 이 대표의 비전과 상당히 부합해 호응을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직장인 노모씨(32·남)는 "단순히 보수진영뿐만 아니라 여당 진보 진영도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해왔지만, 현실은 '영끌'해 내 집을 마련해야 하는 등 불안감만 커졌다"라며 "이 대표라면 기성세대의 정치인과는 달리 청년층의 고충이나 현 정치권의 개혁을 위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란 작은 기대감이 있다"고 했다.

◇'아닌 건 아니다' 직설적 화법에 대리만족…"중도층 흡수할 것"

지지층으로부터 예민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가감 없이 내놓는 이 대표의 성향에 대리만족한다는 2030의 목소리도 있다. 5선의 주호영 의원에 "팔공산만 다섯 번 오르면서 왜 더 험한 곳을, 더 어려운 곳을 지향하지 못하셨느냐" 등이 대표적이다. 유려한 말솜씨로 고민없이 본인의 생각을 말하는 것도 기존 정치인들과 다르다고 한다.

직장인 안모씨(29·남)는 "현재 경제활동 주역인 2030에 대한 공감대를 가장 잘 형성한 게 이 대표다. 더는 나이가 어리다고, 경험치가 적다고 적합한 인재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없다는 걸 잘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며 "2030이 정치에 무지하고 철없는 생각이라고 볼 것이 아닌, 이제는 2030이 '사람을 보고 뽑는다'라는 것을 기성 정치인들이 각성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김모씨(32·여)는 "본인 지지층 잃을까 엄청 고민하고 조심하면서 말하는 정치인들과 달리 고민없이 말하는 태도에 지인들이 열광한다"며 "박근혜에게 감사한다면서도 탄핵은 정당하다고 말하는 게 그렇다. 여야를 떠나 이런 사람이 한번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모아진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이모씨(28·남)는 "발전적인 미래를 그리지 않고 과거에만 매몰된 여야를 보며 지친 시민들이 많은데, 이 대표가 지금까지 보여 온 모습을 보면 '586과 태극기' 모두 집으로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라고 했다.

다만 이 대표가 3번의 국회의원 낙선을 더불어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를 낸 적은 전무하다는 것을 언급하며, 당대표로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결국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프리랜서 강모씨(29·여)는 "할 말은 하는 이미지에 2030이 대리만족하는 통쾌함을 느꼈을지 모르나 당대표가 됐음에도 이렇다면 자칫 또 다른 갈라치기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며 "지금까지 '참신함'이 무기였는데, 앞으로 복잡한 현안에 대해서도 2030은 참신함을 요구할 것이고 여기에 부합하지 못하면 결국 기존 정치인과 똑같다고 느낄 것"이라고 했다.

대학생 김모씨(25·남)는 "평소 자신의 주장을 잘 굽히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언젠가 본인이 틀림을 인정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하면 딜레마가 처할 것 같다"며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기성 정치인들에게 좋은 약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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