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대규모 훈련 어려워"…사실상 '가이드라인' 제시

한미연합 군사훈련 모습 Ⓒ국방부
한미연합 군사훈련 모습 Ⓒ국방부

올 후반기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취소 되거나 축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대규모 훈련은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데 따른 것으로 미국과의 조율이 최종 관문이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열린 여야 5당 대표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향후 한미훈련 계획과 관련, "코로나19로 대규모 군사훈련이 어렵지 않겠느냐"며 "과거처럼 (양국의) 많은 병력이 대면 훈련을 하는 것은 여건상 어렵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미) 연합훈련 시기·방식·수준에 대해선 추후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며"미국 측도 북미관계를 고려해 판단하지 않겠느냐"는 말도 했다.

한미훈련은 매년 전·후반기 2차례에 걸쳐 실시된다. 그러나 작년 전반기 훈련은 코로나19 유행을 이유로 아예 취소됐고, 이후 2차례 시행한 훈련도 예년보다 참가 인원이 대폭 축소된 채 진행됐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군 장병 전원이 맞을 수 있는 분량의 코로나19 백신 지원을 약속하면서 군 관계자들 사이에선 "백신 지원과 접종이 조기에 이뤄질 경우 올 후반기 한미훈련부터 정상 규모로 실시하는 게 가능할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심지어 3년째 중단된 한미 양국 간의 대규모 야외 실기동훈련(FTX) 재개 가능성을 점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 코로나19 백신이 지원되기도 전에 '대규모 한미훈련은 어렵다'는 발언을 하면서 "사실상 훈련계획이나 백신 접종계획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야권 등에선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유행 자체보다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한미훈련 축소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올해 전반기 훈련을 앞두고도 정의용 외교부·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이 향후 남북관계를 이유로 '적절한 수준'·'유연한 해법' 등의 표현을 써가며 한미훈련 축소·연기론을 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당시 예년보다 축소된 한미훈련에 대해서도 "우리 공화국(북한)을 겨냥한 침략적 전쟁연습"이라며 비난하는 내용의 담화를 냈다. 북한 측이 원하는 건 한미훈련의 규모를 줄이는 게 아니라, 훈련 자체를 아예 실시하지 않는 것이란 얘기다.

게다가 한미훈련을 계속 축소 실시할 경우 정부의 '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의 조기 전환' 목표가 점점 더 멀어진다는 점은 문 대통령에게도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미군 4성 장군(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갖고 있는 우리 군의 전작권을 우리 군 4성 장군이 행사하기 위해선 지난 2014년 한미 양국이 합의한 대로 △안정적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과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구비 △국지도발 및 전면전 초기단계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한국군의 필수 대응능력 구비 등 3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게다가 이 가운데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구비' 조건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데는 3단계 검증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미훈련이 3년째 축소 실시되면서 아직 2단계 검증이 마무리되지 못했고,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임기 내 전작권 전환' 공약도 실현 불가능해진 상태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점을 의식한 듯 앞서 여야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전작권 전환 지연의 "귀속 책임이 우리에게도 있다"는 발언을 했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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