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따라 김여정·권정근 등판…블링컨·설리번 요구할수도
북미 실무접촉 전 北호응 우선돼야…코로나 상황도 걸림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1일 '6·12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의팀의 회의 장면을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트위터) 2018.6.11/뉴스1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1일 '6·12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의팀의 회의 장면을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트위터) 2018.6.11/뉴스1

미국이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측을 향해 대화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측이 대화에 나설 경우 북미가 실무 협상팀을 어떻게 꾸릴지 주목된다. 특히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북한측 상대역을 누가 맡을 지도 관심을 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 직후 성 김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로 발탁하는 '깜짝' 인사를 단행했다.

성 김 대표는 북한과의 직접적인 실무협상 경험이 있는 인물로, 지난 2005년 6자회담 미국 측 대표로 참석해 당시 북한 대표단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수싸움을 벌였다. 또 필리핀 대사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18년에는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최선희 제1부상과 '싱가포르 합의' 도출을 위한 협상을 한 경험도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했을 때, 북미 외교라인이 '북한 외무성 대 미국 국무부' 축으로 진행된다면 성 김 대표의 상대역으로는 최선희 제1부상이 유력한 상황이다.

하지만 북한은 협상에 있어서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시해, 협상 내용의 비중에 따라 누가 나올지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 김 대사의 대화상대로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에게 강한 권한을 부여 받고 외교활동을 해 온 최선희 제1부상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협상의 내용이 맘에 들지 않을 경우, 성 김 대사 카운터파트로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최선희보다 낮은 직위)을 내보내려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북한이 원하는 대로 '빅딜'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면, 김정은 총비서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직접 등판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조 연구위원은 "북미 간 정상회담 직전의 협상이거나 북미 간 매우 중대한 협상이라 판단될 경우 북한은 김여정 부부장을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내보내고 그의 카운터파트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북미 간 실무협상팀이 구성되고, 실제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협상자의 '권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선희 제1부상은 지난 싱가포르 합의 등을 통해 그의 입지와 권한이 어느정도 인정됐지만, 성 김 대사의 경우에는 아직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어느 수준의 권한을 갖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선희 제1부상이면 북한 내에서도 어느 정도 최고 지도자의 지시를 받아 직접적인 협상이 가능한 인물로 알려지지만, 현재 성 김 대사가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그만큼(최선희 제1부상만큼) 자율성을 부여받을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봤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입장에서는 성김 대사보다 더 높은 직위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정도의 협상자를 원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북한은 국무장관 정도의 직위의 협상자가 나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는 것과 같이 실무자가 많은 권한을 가지고 협상에 나설 수 있는 조건을 원할 것"이라면서 "성 김 대사와 비교할 때 블링컨 장관급이 협상자로 나서야만 북한이 조금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미 실무협상팀이 꾸려진다는 것은 북측이 미국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호응했을 때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협상자들이 직접적인 접촉이 있으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문제도 함께 해결이 돼야 하는 상황이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미국이 성 김 대사를 임명했기 때문에 최선희 제1부상을 바로 북한이 노출시킬 것으로 보긴 어렵다"면서 "북한은 당장 대화에 나서기보다는 미국의 전향적인 입장을 우선적으로 기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초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북한이 '강대강 선대선' 입장을 천명한 만큼 한미정상회담 내용만으로 북한이 움직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때문에 미국이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때 북미 실무협상 등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백민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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