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미국을 방문해 한미정상회담 후속조치등을 논의하기 위해 2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2터미널에 도착,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미국을 방문해 한미정상회담 후속조치등을 논의하기 위해 2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2터미널에 도착,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 원장이 26일 미국을 방문한다. 이번 박 원장의 방미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직후라 주목 받고 있다. 

한미정상회담에서는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을 존중하겠다는 내용이 담겼고, 특히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이 때문에 '북한통'으로 불리는 박 원장이 후속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방미길에 오르는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특히 박 원장이 뉴욕을 거칠 경우 북미간 대화 채널인 이른바 '뉴욕 채널' 접촉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다만 북측과의 실질적인 접촉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앞서 미국의 정보수장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지난 12∼14일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서훈 국가안보실장 및 박 원장을 만나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

헤인스 국장은 또 비무장지대(DMZ) 판문점 현장과 용산 합동참모본부 청사 등을 방문해 한국의 대북 인식과 판단을 면밀히 파악하기도 했다.

25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박 원장은 26일 방미길에 오를 예정이다.

박 원장의 구체적인 동선이나 접촉 대상자 등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이 북한에 접촉을 제의한 뒤 북한이 아직 별다른 반응이 없는 상황에서 한미 정보기관 간에 상황 판단 등을 공유할 것으로 풀이된다. 국정원은 김 원장의 방미 사실이나 동선, 북한 관계자 접촉 여부 등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원장의 방미와 관련해 배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과 관련있다"고 단정지었다. 소식통은 "미국이 5월초 바이든 정부의 새 대북정책에 대한 입장을 북에 전달했고, 북은 "잘 접수했다"고 밝힌 뒤 중국과 모종의 조율을 거쳐 미국에 대한 답을 정리했다"며 "헤인스 국장이 판문점을 방문한 것은 그 답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새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답을 확인하고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공동 대응을 모색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미국은 남북 정상이 마지막으로 만난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을 예의주시해왔다"며 "박 원장을 통해 회담 이후 남북이 진행해온 사항들을 듣고, 북이 답한 것을 종합해 최종 대북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지난달 30일 대북정책이 수립됐다고 공개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최근까지, 그리고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대북정책의 세부내용은 나온 게 없다.

다만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토이 한미정상회담 이틀 후인 23일(현지시간) ABC 방송 인터뷰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해법을 재차 강조하며 "공은 북한 코트에 있다. 북한이 실제로 관여를 하고자 하는지 기다리며 지켜보고 있다"고 말해 북한에 모종의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미국이 변화된 대북정책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준 것은 아직 없다. 

베이징 소식통은 "박 원장이 방미에 나선 것은 미국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대북정책을 '행동'으로 보여주긴 위한 과정"이라며 "그에 따라 북의 반응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의 견해를 종합하면 박 원장의 방미 후 미국의 대북정책은 보다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북미관계는 물론, 꽉 막힌 남북관계도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민대호 선임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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