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사태 이후 커지는 여야 20대 지지율 격차…민주당 고심 깊어져
"변하는 모습 보여주려면 인적 쇄신이 먼저인데, 거기서 반향 못 일으킨 것"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후보가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에서 열린 1차 전당대회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후보가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에서 열린 1차 전당대회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두고 정치권에서 해석이 분분하다. 

출마 선언 후 이 전 최고위원은 차기 당대표 지지도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여론조사회사 '한길리서치'가 지난 22일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전 최고위원 지지율은 30.1%로 1위를 기록했으며 다음으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17.4%), 주호영 전 원내대표(9.3%), 김웅 의원(5.0%), 김은혜 의원(4.9%), 홍문표 의원(3.7%), 윤영석 의원(3.3%), 조태경 의원(2.8%) 순이었다. 

이런 성황을 두고 여권에선 '이준석 돌풍'을 계기로 청년 세대의 민심이 보수 야당으로 쏠리지 않을까 경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7~18일, 20~21일 전국 성인남녀 2010명을 설문한 결과, 20대를 대상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35.4%, 민주당 지지율은 19.3%를 기록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있었던 지난 3월 초, 여야의 20대 지지율이 역전된 이후 그 격차는 점점 커지는 추세다.

이에 전날 있었던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선 "20대 지지율은 점점 낮아지고, 노령층 지지율은 오르고 있다"면서 "이러다 우리가 보수당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농담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초선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쓴소리를 듣고 변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걸 잘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선 인적 쇄신이 가장 먼저 진행돼야 하는데, 거기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야당이 (6.11 전당대회를 통해) 엄청 혁신적으로 바뀌면 우리는 계속 (청년층에서) 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면서 "우리가 자초한 일이라 탓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지난 4.7 재보선에서 청년층의 표심이 국민의힘을 향하며 참패한 이후, 2030세대와 지속적으로 간담회를 갖는 등 청년층의 불만을 경청하며 당 쇄신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반한 청년 민심을 되돌리는 데 가시적인 성과를 못 내고 있다.

'이준석 돌풍'이 가시화하면서 등 돌린 청년 세대의 민심을 되찾기 위한 당 지도부의 고심도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 21일 청년 몫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이동학(39) 전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을 내정했다.

송 대표는 이날 이 전 혁신위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내정한 소감을 밝히며 "꼰대 정당을 벗어나는 방법은 공허한 주장보다 구체적인 현안을 밀고 나가는 데 있다"면서 "벼락 거지가 돼 암호화폐와 주식에 투자하고 로또를 사는 젊은이들에게 자기 집을 가질 수 있는 희망을 만들어 주는 일"이라고 했다.

이 전 혁신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준석 돌풍'에 대해서 "상대방이 잘해서 주목 받으면 우리도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닌가. 그게 더 필요하다"면서 "저희가 못한 부분은 반성하고, 더 잘하기 위한 자극제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준석 돌풍'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왔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 관심이 집중돼 국민의힘이 상당히 수혜를 보고 있지만 고민도 많을 것"이라면서 "대선 관리라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 경륜없이 할 수 있겠나. 거기다 우리나라의 특별한 문화인 '장유유서' 문화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옛날에 영국 (노동당)에 (에드) 밀리밴드라는 39세짜리 당대표가 나온 적이 있는데, 아마 그 당이 정권을 잡는 데 실패하고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걸로 기억한다"고 평가절하했다.

다만, 여론조사 지지율뿐만 아니라 온라인 검색량에서도 이 전 최고위원이 경쟁자인 나경원 전 의원, 주호영·김웅 의원 등을 압도하는 것으로 나오면서, '이준석 돌풍'은 한동안 정치권에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제1야당의 전당대회에서 0선의 젊은 원외 후보가 이렇게 세간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모은 경우는 초유의 일"이라면서 "'이준석 돌풍'은 지난주 말부터 여러 군데서 공통적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이번주부터 또래집단인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의미있는 반향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박상룡기자 psr21@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