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통 "美 외교안보 단체,·관계자 문대통령에 '비핵화' 명기 요구 소문"
한미공동성명에 '비핵화' 명시되면 北 강력한 대남 공세 펼칠 전망

한미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앤드류스 공군기지에 도착, 환영 인사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청와대
한미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앤드류스 공군기지에 도착, 환영 인사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청와대

오는 21일(현지시간)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한미정상회담에서 최대 관심사는 '북한'이다.

한미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를 놓고 코로나19 백신 확보,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협의체 협력 등도 거론되지만 한미 간 대북정책이 핵심으로 해석된다. 백신이나 쿼드 협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갖는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을 상대해온 미국의 행보는 한미정상회담의 최대 의제가 북한 문제라는 것을 추정케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설전을 벌이며 이전 정부와는 다른 대북 강경노선을 예고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대북정책을 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밝히고, 실제 2월부터 북한과 공식적, 물밑으로 접촉을 시도했다. 

그리고 바이든 정부 출범 100일이 되는 지난달 30일 새로운 대북정책을 공개했다. 바이든 정부의 국내외 정책 중 가장 늦게 나온데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5월 초엔 미국 고위 관계자가 판문점을 통해 북한과 접촉을 시도한 사실이 알려졌고,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 미국의 정보수장인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방한해 DMZ를 방문해 북한과 모종의 대화를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만큼 바이든 정부는 대북정책에 올인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미국은 대북정책에 대해 부담스런 부분은 유엔으로 넘기거나 한국 정부에 떠넘기려는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해진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북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접수 했다'고 밝힌 것처럼 일단 받아들였다"면서 "그것은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펴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북이 바이든 정부의 새 대북정책을 긍정적으로 본 데는 적대정책을 목표로 하지않는 다는 점도 있지만 '비핵화'에 대해 미국이 직접 거론하지 않을 것을 기대한 측면이 더 강하다"고 전해왔다.

사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집요하게 시도했고, 유엔의 광범위한 대북제재도 주도했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과 그것을 무력으로도 실행시킬 수 없다는 것을  미국은 뒤늦게 알게 됐다. 이른바 '비핵화의 늪'에 빠진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핵보유국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인정할 수 없는 처지이고, 비핵화 문제는 유엔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지만 미국이 나서 그런 주장을 펼 수도 없는 입지이다. 

미국은 '비핵화 늪'에 빠진 원인이 한국 정부에 있다고 본다. 여기엔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미국' 이미지를 생성케 한 한국에 대한 불만도 가득하다.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비핵화라는 용어는 문재인 정부에 의해 만들어졌다. 지난 2018년 3월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대표로 한  대북특별사절단대표단이 방북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면담한 게 직접적인 계기였다.

정의용 실장은 귀국 다음날인 3월 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밝혔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 목표는 선대의 유훈이며, 선대의 유훈에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비핵화(핵폐기)'를 언급한 적이 없었다. 소식통은 "북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고, 핵보유국 지위는 절대 불변으로 김정은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김정은은 북핵과 관련해 전세계가 핵을 보유하지 않을 경우 북한도 핵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것은 '선대의 유훈''이라고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기존 핵보유국들의 핵포기를 전제로 핵을 갖지 않겠다고 한 것은 결국 보유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소식통은 "김정은이 말했다는 '선대의 유훈'은 궁극적으로 핵보유국이 돼야 한다는 것으로, 일단 보유한 핵은 어떤 경우라도 포기하지 않는 뜻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의용 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은 그해 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전했고, 이를 철썩같이 믿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총비사와의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6ㆍ12 싱가포르 첫 북미정상회담은 그렇게 성사됐다. 그러나 '비핵화'에 대한 북한과 미국 사이에 인식차이로 세기의 회담은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고난의 행군기'를 겪어가면서까지 핵을 개발한 것은 핵보유국 지위를 기반으로 국가발전을 도모하려고 한 것인데 한국 정부가 '비핵화'를 잘못 이해했거나 의도적으로 해석해 물거품이 됐다는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 를 언급할 때마다 대로하거나 무력시위 운운하는 것은 그러한 배경 때문이고 문재인 정부에 '말폭탄'을 던지는 근본 이유다. 

그런데 미국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의 외교안보 관련 단체나 관계자들이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문 대통령과의 직간접 접촉을 통해 '비핵화'를 한미공동성명에 명시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비핵화 늪'에 빠진데에 한국 정부의 책임론을 들먹인다는 전언이다. 실제라면  '동맹국과 협력'이라는 명분으로 미국에게 부담스런 '비핵화'를 한국에 떠넘기는 셈이다.

만일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북핵의 비핵화를 명시한다면 경색된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당장 북한은 말폭탄뿐 아니라 무력시위에 나설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문 대통령이 강조한 남은 임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최선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민대호 선임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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