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스가 총리 별도 회동 가능성…교도통신 '비공식 접촉안' 부상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한미일 3국이 다음달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 모임(G7)에서 별도의 정상회의를 여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15일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한미일이 내달 11~13일 영국 남서부 콘월에서 예정된 G7 회의를 계기로 3국 정상회의를 여는 것을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한미일 정상회의가 성사되면 2017년 9월 유엔총회 기간에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와 함께한 이후로는 처음이 된다.

교도통신은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해 일본 정부 소식통이 "미국은 긍정적이다.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한국 당국자는 "G7 정상회의에 맞춰 (3국 정상회의)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은 덧붙였다.

미국이 주도하는 이번 3국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3국 간 협력 강화를 한일 양국에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국 견제'에 있어서도 한미일 간 협력 강화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지난 5일 런던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고 12일에는 도쿄에서 3국 정보기관장 회의가 개최되는 등 한미일 사이에서 고위급 교류가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며 3국 정보기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일했던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비밀리에 스가 총리를 예방한 것이 한미일 정상회의를 위한 환경 정비의 일환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원장은 지난 12일 스가 총리를 관저에서 만나 한일관계 정상화 의지가 담긴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스가 총리 본인과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박 원장을 만난 사실 자체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번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2019년 12월 중국 청두(成都) 한중일 정상회의에 맞춰 문 대통령과 아베 전 총리 간 회동 이후 끊긴 한일 대면 정상회의가 열릴지도 주목된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은 한일 양국이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 간의 대화 형식을 놓고 검토하고 있지만, 정식회담을 할지에 대해선 역사문제를 둘러싼 대립 때문에 일본 정부 내에서 신중론이 강하다고 전했다.

작년 9월 취임한 스가 총리는 징용피해자 배상을 명령한 2018년의 한국 대법원판결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일 정상회담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일본 정부는 징용피해자 배상 판결이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에 배치돼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승소한 원고 측이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압류자산 현금화를 추진하는 것을 한국 정부가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압류자산의 현금화가 이뤄져 일본 기업에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면 보복에 나서겠다는 뜻도 공공연하게 밝혀 왔다.

그러나 '피해자 중심'의 해결을 강조하는 한국 정부는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는 삼권분립 원칙하에 양국이 만족할 해법을 찾기 위해 소통을 계속하자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 1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서울중앙지법 판결이 나오면서 역사문제를 둘러싼 일본 정부의 반발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교도통신은 이런 상황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할 경우 일본 내 보수층에서 저자세 외교를 한다는 비판론이 나올 수 있어 일본 정부 내에선 신중론이 강해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단시간에 비공식 접촉'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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