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인스 DNI국장,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답 확인 목적

미국의 정보수장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13일 DMZ을 방하기 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나와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의 정보수장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13일 DMZ을 방하기 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나와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이 13일 방한 첫 일정으로 비무장지대(DMZ)를 찾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선 헤인스 국장의 한국 방문, 특히 DMZ 시찰 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것이야 말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란 해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헤인스 국장은 전날 오후 항공편으로 우리나라에 도착한 뒤 서울시내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이어 그는 이날 오전 수행원들과 함께 차량을 타고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를 지나 DMZ 내 판문점으로 향했다.

헤인스 국장의 판문점 방문과 관련한 세부 동선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주요 외빈들이 판문점을 방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유엔군사령부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관계자로부터 판문점 및 부대 현황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주요 시설을 둘러봤을 것으로 보인다. 또 유엔사가 관할하는 DMZ 내 경계초소에 올라 직접 북한 땅을 살펴봤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미 중앙정보국(CIA) 한국담당 부국장 출신의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12일(현지시간) 보도된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헤인스 국장의 DMZ 시찰은 "한반도에 현존하는 긴장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며 "서울에만 있을 땐 몰라도 DMZ를 직접 찾으면 한순간에 (한반도) 상황이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느 나라든 정보기관장은 특수한 상황, 이를 테면 해당 국가 정상의 특사 자격으로 해외를 방문하는 등의 경우가 아니라면 대내외 일정을 언론이나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이 때문에 과거 미 정보기관장들이 우리나라를 찾았을 땐 귀국 후에야 그 사실이 확인된 적도 있었다.

반면 헤인스 국장의 경우 지난 11~12일 일본 방문 때와 달리 우리나라에 온 뒤론 숙소는 물론, 주요 동선이 계속 언론에 노출되고 있다. 헤인스 국장 측에서도 애써 우리 취재진의 접근을 막으려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소식통은 "미국 측이 헤인스 국장의 국내 일정과 관련해 업무 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실상 취재를 허용한 거나 다름없다"며 "이는 흔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 측이 헤인스 국장의 DMZ 방문 사실 등을 언론을 통해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미 정부는 올 1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작업을 벌였고 최근 그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에 미 정부는 당사자인 북한 측에도 그 내용을 '설명해주겠다'며 접촉을 타진한 상황이다.

북미 양측은 지난 2019년 10월 스웨덴에서 열린 북한 비핵화 관련 실무협상이 결렬된 뒤 1년 넘게 대면 접촉을 하지 못했다. 북한이 미국 측을 상대로 대북 적대정책 철회 등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나와야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그 사이 미국에선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북한 최고지도자(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와 정상회담을 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물러나고, 김 총비서를 "깡패"라고 부르며 비난했던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했다.

북한 측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의회 연설에서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에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통해 맞서겠다"고 밝혔을 때까지만 해도 "상응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반발했었다.

그러자 미 당국자들은 "우리 대북정책 목표는 적대가 아닌 문제 해결이다"(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북한이 외교적 기회를 잡기 바란다"(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며 사실상 '북한 달래기'에 나섰고, 이후 북한 측도 미국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도 바이든 정부의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 할 것"이라며 "새 대북정책을 설명해주겠다는 미국 측의 제안을 굳이 마다할 것 같진 않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 특히 오는 21일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할 수도 있다"(알렉산드르 만수로프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헤인스 국장이 이번 방한과 DMZ 시찰 일정을 사실상 '공개'한 데는 △'앞으로도 대북정책에 관한 한미 간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미 정부의 의지와 함께 △북한을 향해 '도발을 자제하고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등의 분석이 제시되고 있다.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도 헤인스 국장의 이번 방한은 "미국이 한국과의 매우 긴밀한 협력을 꾀하는 연장선상에 있다"며 "이 정부(바이든 정부)는 동맹관계 복원에 우선순위를 두고 (동맹과) 긴밀히 협력하는 데 매우 열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해인스 국장이 DMZ를 간 것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북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에 앞서 북은 중국과 그 문제를 논의했고, 미국에 긍정적인 답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해왔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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