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기술경쟁 아닌 전관영입 경쟁으로 변질된 종심제 폐지해야"
국토부‧도공 사업 전관 영입한 1% 업체가 전체 사업비 42% 가져가

6일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열린 건설기술용역 종합심사낙찰제 문제점 및 국토교통부 전관 재취업 현황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경실련
6일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열린 건설기술용역 종합심사낙찰제 문제점 및 국토교통부 전관 재취업 현황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경실련

[편집자주] 우리는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탈산업 사회와 디지털 자본주의가 강화시키는 불평등은 고착화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국가와 시장이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역으로 충분한 역할을 해왔으나 불확실성이 일반화되면서 점차 문제해결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한 공동체와 시민사회 영역이 국가와 시장으로 기울어졌던 사회의 균형을 회복시킨다고 말한다. 동시에 국가 뒤에서 소극적 위치에 머물렀던 시민권력과 시민사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시대의 문제를 해결해가며 더 나은 세상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적극적 시민과 역동적 시민사회가 요구된다. 기획 <시민, 세상을 바꾸다> 는 그러한 개인과 시민사회를 주체로 세우는 작업이다.

 

국토교통부(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도로공사)의 건설기술용역(감리·설계)을 특정 업체가 독식한 것이 드러나면서 수주한 업체들이 모두 전관을 영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6일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기술경쟁 아닌 전관 영입 경쟁으로 변질된 용역 종심제는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종심제는 기술점수와 가격점수를 합산한 통합 평가방식으로, 강제차등점수제를 바탕으로 업체를 선정한다. 국토부는 2019년 건설기술용역 분야에서 '기술중심 경쟁을 유도하겠다'며 특정금액 이상 사업에 대해 종심제 방식을 전면 시행했다.

경실련은 업계 내부자를 통해 '건설기술용역 수주현황 및 업체별 OB영입 현황' 자료를 제보받았다. 경실련은 이를 통해 국토부와 도공이 발주한 2019, 2020년 건설기술용역 입·낙찰 현황을 분석했다. 이 자료에는 50여 개 엔지니어링 업체에 재취업한 200여 명의 전관 정보가 담겨 있다고 한다.

◇대부분 사업의 입찰참여 컨소시엄 2개에 불과…입찰담합, 가격담합 가능성 

분석 결과 국토부 38건 사업 중, 단 2개 업체(컨소시엄)만 입찰에 참여한 사업은 26건(68%)에 달했다. 도로공사 역시 26건 사업 중, 단 2개 업체(컨소시엄)만 입찰에 참여한 사업은 24건(92%)이나 된다. 4개 업체 이상이 입찰에 참여한 사업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경실련은 업체 간 사전 담합을 통한 입찰담합 징후가 매우 강하게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가격담합 가능성도 제기됐다. 국토부 38건 사업의 투찰가격을 살펴본 결과, 낙찰업체와 2순위 업체의 투찰금액 차이가 1%도 안 되는 사업이 33건(87%)에 달했다. 투찰금액 차이가 0.5% 미만은 26건(68%)이다. 1∼2위간 투찰액 차이와 상관없이 각 평균 낙찰률은 83% 정도이고, 전체 평균 낙찰률은 83.3%다. 

도공의 26건 사업의 경우, 낙찰업체와 2순위 업체의 투찰금액 차이가 1%도 안 되는 사업이 22건(85%)에 달했다. 투찰금액 차이가 0.5% 미만은 15건(58%)이다. 또 낙찰업체와 탈락업체 모두 특정 낙찰률(80.9%)에 에 근접하게 입찰금액을 제출했다.

국토부와 도로공사 두 기관의 평균 투찰률과 낙찰률을 살펴본 결과 낙찰업체, 탈락업체 가리지 않고 특정 낙찰률에 근접하게 입찰금액을 제출했다. 경실련은 “두 기관은 종국적으로 각자 특정 낙찰률로 수렴하는데, 가격담합 외에는 설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 엔지니어링 상위 20개 업체, 전체 건설기술용역 사업금액의 42% 가져가

경실련은 "전국 엔지니어링 업체가 약 3194개인데, 1%도 안 되는 상위 20개 업체가 전체 사업금액의 42%를 가져갔다”며 “이들 20개 업체는 총 184명의 전관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건설기술관리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건설기술용역 발주건수는 4민7485건, 사업금액은 5조1647억원이다. 그런데 수주금액 상위 20개 업체의 수주건수는 3260건(전체 4만7485건의 7%), 계약금액은 2조 1578억원(전체 5조 1647억원의 42%)이다.

전국 엔지니어링 업체는 약 3190여개로 1%도 안되는 상위 20개 업체가 전체 사업금액의 42%를 가져가는 셈이다. 상위 20개 업체의 수주금액은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상위 20개사의 수주금액 중 90% 이상은 공공발주사업이다.

건설기술용역이 경쟁입찰로 발주됐음에도 전관을 영입한 업체의 수주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입찰평가점수를 높게 받아 수주가능성이 월등히 높아지는 결과가 나왔다. 때문에 엔지니어링 업체는 기술경쟁은 뒷전인 채, 전관영입 경쟁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앞서 직원들의 신도시 부동산투기사태를 불러온 LH가 건설사업관리 용역부문에서도 대거 입찰담합한 정황이 드러났다.

'LH입찰담합 의혹' 역시 경실련이 건설사업관리 용역업계 제보자로부터 LH의 건설사업관리용역 92건에 대한 평가자료를 제공받아 분석한 결과다.

경실련이 LH가 2020년부터 지난 3월까지 계약체결한 건설사업관리 용역 92건을 분석한 결과 단 2개 업체(컨소시엄)만 입찰에 참여한 사업은 66건(72%)에 달하고, 3개 업체만 참여한 사업도 17건(19%)이다. 그 중 건설사업관리 용역의 낙찰자 선정방식이 종합심사낙찰제로 진행된 85건 사업 중 입찰참여 업체가 단 2개 뿐인 65건(77%)의 경우 입찰담합 징후가 매우 강하다고 경실련은 지적했다.

때문에 경실련은 용역업체가 전관 영입 경쟁을 하는 배경에 종심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폐지를 촉구했다.

경실련은 "종심제 평가위원은 입찰업체의 기술력 평가를 위해 입찰업체 관계자와 면담 및 면접을 진행하게 되는데 입찰업체는 발주기관 퇴직 관료를 면접자로 내세우고 있어 공정한 평가가 잉뤄지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오동윤 기자 ohdy@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