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하루 3건 담화 발표한 북한…대외 행보 시동 거나
김여정 '배드캅 역할' 재확인…긴장 분위기 조성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북한이 미국과 남측을 겨냥해 세 건의 담화를 동시에 쏟아내며 대외 행보의 시동을 건 모양새다. 내치에 집중하고 있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다음 공개행보와 메시지 내용에 관심이 집중된다.

북한은 지난 2일 김여정 당 부부장과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 세 건을 연달아 발표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북전단(삐라) 살포를 문제삼으며 "남쪽에서 벌어지는 쓰레기들의 준동을 심각한 도발로 간주하면서 그에 상응한 행동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무성을 통해서는 미국을 정조준했다.

권정근 국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의회 연설에서 북핵 문제 해법으로 '외교와 단호한 억지'라는 원칙을 제시한 것을 두고 "대단히 큰 실수를 했다"면서 "우리는 부득불 그에 상응한 조치들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어 외무성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의 '북한 인권'에 대한 언급을 맹비난하면서 "단호한 억제로 우리를 압살하려는 기도를 표명한 이상 부득불 그에 상응한 조치들을 강구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라고 재차 경고했다.

북한이 하루 세 건의 담화를 낸 것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최근 지속해오던 관망세에서 벗어나 행동을 시작하겠다는 예고로도 읽힌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완료를 공식화한 시점에 맞춰 담화가 나온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긴장을 증폭시키면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여정 부부장과 외무성 대변인 입을 통해 남측과 미국에 각각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분명히 상기시킨 점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는 분석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김정은 총비서의 직접적인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남·대미 총책인 김여정 부부장이 이번에도 전면에 나서 '나쁜 경찰'(배드캅·bad cap)' 역할을 하는 듯하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 6월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비난하는 담화를 낸 것을 시작으로 대남 압박 공세를 전면에서 주도해왔다.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 역시 향후 김 총비서의 '좋은 경찰'(굿캅·good cap) 역 등판을 위한 분위기 포석을 까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에도 김 부부장이 주도한 대남 '대적사업'의 수위가 최고조로 오를 때쯤 김 총비서가 대남 군사행동의 '보류'를 결정하며 분위기를 일신한 바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겨냥한 다른 2개의 담화는 김 부부장이 아닌 실무급 명의로 격을 낮춘 가운데 김 부부장의 담화만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게시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김 총비서는 올들어 지난 1월의 당 대회 이후 대외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마지막 공개행보인 지난달 27~29일 청년동맹 10차 대회 때도 서한으로 사상 무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고 참가자들과 기념사진만 찍었다.

북한은 지난 3월 김 부부장 명의 담화를 통해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며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 이후 실제 그달 순항미사일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잇따라 강행했다.

당시에도 김 총비서는 시험 발사를 참관하지 않은 대신 평양에서 새로 도입된 여객 버스와 주택부지 등을 시찰하며 '애민 지도자' 면모를 과시했었다.

민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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