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친문의 힘 확인되자 '긴장'…희비 공존
이낙연, 비주류 선전·호남표 결집 청신호…친문 관건
정세균, 친문의 힘 확인에 미소…국민 지지율 과제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에 송영길 후보(58·인천 계양구을)가 초박빙 속에 선출됐다. 송영길 신임 당 대표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에서 35.60%의 총득표율을 기록, 홍영표(35.01%)·우원식(29.38%) 후보를 제치고 당대표로 선출됐다.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은 비주류에 속하는 송 신임 당대표는 국민 여론조사, 권리당원 투표에서 뒤졌지만 대의원 투표, 당원 여론조사에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이른바 '문파'로 대표되는 강성 당원 목소리도 당원 전체의 표심 흐름 속에선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송 대표와 홍 후보의 표차는 0.59%포인트에 불과했다. 또한 7명 후보자 중 5명을 뽑은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강성 친문재인계 후보들인 김용민(초선)ㆍ강병원(재선)ㆍ김영배(초선) 의원이 1·2·3위를 차지해 친문세력의 힘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민주당 새 지도부 결성에 나타난 표심은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총리 등에 희비가 갈리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 이재명, 친문 영향력에 긴장…비주류 대표에 안도

더불어민주당 5·2 전당대회 결과에 이재명 경기지사 측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친문 표심이 강하게 결집함에 따라 다음달 시작되는 대선후보 경선에도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2017년 대선 경선 때 이재명 지사에게 감정적 골이 생긴 친문 진영은 그동안 제3후보론, 개헌론에 이어 대선 경선 연기론까지 띄우는 등 '이재명 흔들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권리당원 게시판에서 이 지사의 출당, 탈당을 요구하는 열성 친문, 이른바 '문파'의 집단행동은 4·7재보선 참패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친문 핵심인 홍영표 후보가 당대표 경선 막판 송영길 후보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5명을 뽑는 최고위원 선거에서 친문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자 이 지사 측에서는 "간담이 서늘하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나아가 당 투톱 중 한 명인 윤호중 원내대표가 친문인 것도 당내 세력 기반이 취약한 이 지사 측으로서는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당 지도부에서 친문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대선 경선에서 불리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지사 측에선 친문의 영향력을 평가절하하는 목소리도 같이 나오고 있다. 한 인사는 "비주류인 송영길 우원식 후보의 총 득표가 65%로 당내 친문 표심은 35% 정도라는 게 이번에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지사 측은 송영길 대표가 비주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당의 '옥새'를 거머쥔 사람이 송 대표인 만큼 특정 주자 띄우기와 일방적 경선 연기를 시도하긴 어려울 것이란 기대감이다.

한 이재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워낙 결이 다른 홍 후보의 당선은 피했고, 최고위원 구성도 이 지사에겐 나쁘진 않다"며 "친문이 결집하긴 했지만 결국 대표경선에선 패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송 대표가 친문과 다소 거리가 있다고 해도 이 지사에게 결코 유리한 인사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송 대표는 진보진영 내 엘리트 의식이 강한 80년대 학생운동권 그룹의 맏형이자 민주당의 핵심 지역 기반인 광주·전남 출신이다. 경북에서 상경, 어린 시절 공장에서 일하며 검정고시를 거쳐 변호사가 된 이 지사와는 인생 행로부터 다르다. 이 지사로서는 송영길로 대표되는 86엘리트들과의 정서적 이질감을 좁히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로 선출된 송영길 의원(가운데)과 김영배(왼쪽부터), 백혜련, 전혜숙 최고위원,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김용민, 강병원 최고위원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로 선출된 송영길 의원(가운데)과 김영배(왼쪽부터), 백혜련, 전혜숙 최고위원,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김용민, 강병원 최고위원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민주당

◇ 이낙연, 비주류 당 대표, 호남표 결집 청신호…친문 관건

호남 출신의 송영길 신임 당 대표가 차기 대선을 책임지는 자리를 맡게 된 것은 이낙연 전 대표에게 다행스러운 신호다. 사실 이 전 대표는 정치 이력을 감안할 때 본래 친문 인사와는 거리가 있다. 문재인 정부의 첫 총리이지만 친문과는 결이 다르다.

이 전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알게 되면서 정계에 입문한 뒤 2000년 5월 제16대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고향인 전라남도 영광군에서 4선 의원을 했다.

2002년 대선 직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분당됐을 때 노무현 정부의 열린우리당에 합류하지 않고 민주당에 남았다. 이후에도 여러 번 정치적 문제로 ‘친노무현’ 인사들과 충돌했다.

따라서 이 전 대표는 친문계 대선주자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이재명 지사처럼 비문 인사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내 비주류인 송영길 후보가 신임 당 대표가 된 것은 이 전 대표의 대권 행보에 따라 본선 후보가 될 수 있는 희망을 보여준 셈이다. 이낙연계인 전혜숙 의원이 최고위원 지도부 입성에 성공한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반면 이 전 대표는 대선후보 지지율이 추락한 뒤 좀처럼 반등하지 못해 선두인 이 지사에게 크게 뒤지고 있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또한 이번 당 지도부 결성에 나타났듯 여전히 친문 진영의 힘이 막강한 것을 감안할 때 이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도 과제다.

◇ 정세균, 친문계 제3후보 강점…지지율 상승 관건

민주당 신임 당대표에 비주류 송영길 의원이 오른 것은 정세균 전 총리에게 아쉬운 부분이다. 정 전 총리는 친문이 기대 내지 관심을 갖고 있는 제3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친문계 홍영표 후보가 간발의 차로 패배했기 때문이다.

정 전 총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 때 정계에 입문했지만 노무현계로 분류돼왔다. 2002년 대선 직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분당됐을 때 노무현 정부의 열린우리당에 합류해 원내대표와 당의장을 역임했다.

친문계 대선 후보가 전멸하다시피한 상황에서 정 전 총리는 제3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실제 친문계 후보가 부재할 경우 정 전 총리가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친문·비문 인사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당 안팎에 나름의 조직과 이른바 정세균계가 존재한다. 

이번 민주당 새 지도부 구성에 송영길 후보가 대표를 차지했지만 친문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 대목은 정 전 총리에게 긍정적인 부분이다. 언제든 친문계가 정 전 총리의 대권 행보에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선후보로서 낮은 지지율이다. 정 전 총리는 지지율에서 이 지사에 크게 뒤지고 있고, 이 전 대표에게도 밀리는 형국이다. 이에대해 정 전 총리 측은 "대선 출마를 알리고 본격 행보를 한 게 며칠에 불과하다"며 "대선후보로, 경제전문가의 경륜이 알려지면 지지율은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말한다.  

결국 이들 3인 잠룡들의 경선 성적표는 당심과 민심을 얼마만큼 끌어오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