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북전력 아직 마련 못해…대북 강경책 한계 인식, 외교적 해법 모색
도발 억제 '상황관리'와 함께 외교 통한 해법 강조…동맹 중시 기조 재확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 28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CNN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 28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CNN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28일(현지시간) 북한과 이란 핵 개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서 북한과 이란의 핵 위협에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안보와 세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이란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우리는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외교와 엄중한 억지(stern deterrence)를 통해 양국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 대북전략 아직 수립 못해…배경 의문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20일 취임사에서 미국의 동맹을 복구하고 다시 한 번 전 세계와 관여할 것이라며, 이는 어제의 도전이 아닌 오늘과 내일의 도전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동맹과의 협력과 조율을 통한 공동 대응 기조를 밝혀왔으며, 굳건한 안보 태세를 통한 억지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외교적 수단을 통한 해결을 강조해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에 대해서는 버락 오바마 전 정부 시절 마련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 때 탈퇴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복원하기 위한 협상에 동참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이 북핵 진전을 막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과거 북한과의 협상 경험이 많은 인사들을 외교∙안보팀에 발탁해 대북전략 마련에 나섰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에는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등을 역임한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활동 중이고,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으로 북한 문제에 핵심적으로 관여했던 인물이다.

또 정 박 국무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 지명자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미 중앙정보국, CIA와 국가정보국, DNI에서 북한 담당 선임분석관으로 근무했던 북한 전문가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보인 행보에 근거할 때 이전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한 정상회담의 '톱 다운'(Top Down) 방식으로 대표되는 압도적인 군사력을 통한 대북 억지력 강화와는 다른 길을 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즉, 다자주의적 외교력과 협상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행정부는 다른 분야 정책과는 달리 북한 문제에 있어선 아직 구체적인 해법이나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는 북한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라고 강조한 것과도 모순된다. 

워싱턴 외교가 일각에서는 바이든 정부의 외교∙안보팀이 북한에 대해 강경파들이어서 협상과 대화에 비중을 두는 대북전략을 마련하는데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초인 2월 중순부터 뉴욕을 포함한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 정부와 접촉을 시도했을 정도로 강경 입장보다는 '대화'에 무게를 뒀다.

백악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바이든 정부는 북핵 문제가 궁극적으로 유엔에서 다뤄질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이전까지는 자신들이 주도권을 쥐려 한다"며 "북한이 '답'을 주지 않는 상황에선 바이든 정부도 대북전략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 대북 강경책 어려워…외교적 해결책 모색 가능성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외교적 해결'을 통한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단호한 방침을 말하면서도 대화를 통한 해결을 열어두고, 오히려 강조하는 측면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3월 25일 기자회견에서 이날 발사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한 질문에 “유엔 결의 1718호에 대한 위반이라는 점을 말한다”며, “우리의 동맹과 협력국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이 (긴장을) 고조시키기로 선택한다면 대응이 따를 것”이라면서 “우리는 그에 맞춰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나는 또한 일정한 형태의 외교에 대한 준비가 돼 있다"며 "그러나 이는 비핵화라는 최종 결과 위에 조건한 것이어야 한다"며 외교 및 동맹과의 조율을 통해 비핵화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런 입장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상황 관리'와 함께 원칙에 바탕을 둔 협상이라는 외교적 수단을 통해 북핵 문제에 접근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결국 바이든 정부가 아직 대북전략을 수립하지 못한 것이나 북한에 대해 원칙적인 대응을 강조하면서도 '외교적 해결'을 자주 거론하는 것은 그들의 대북 정책의 기본이 강공이 아닌 '외교'에 방점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