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공격적 행보…이재명 경기지사 저격, '경제전문가' 차별화
이낙연, '권토중래' 나서…'정책과 비전' 포지티브 전략으로 승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정세균 전 국무 총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정세균 전 국무 총리

내년 3월 차기 대선을 10개월 가량 남겨둔 가운데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2위 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여권 대선 주자들 중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독주를 하고 있고, ‘친문(친문재인)계’의 지지 후보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확연한 2위’로 치고 올라가는 주자가 이 지사와 1 대 1 구도를 만들고, '역전' 한다는 전략이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모두 호남 출신인데다 각각 당 대표와 총리를 지내는 등 공통점이 많아 '차별화'와 '경쟁력'이 2위 주자로 가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2위권’ 주자들 중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인사는 정 전 총리다.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이지만 연일 경쟁 주자들을 맹공하고 있다. ‘러시아 백신 도입’을 주장하는 이 지사를 향해선 “그분이 중대본 회의에 잘 안 나왔던 것 같다”고 작심 비판했고, 야권 주자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선 “강적은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경쟁자인 이 전 대표에 대해선 “살아온 궤적도 다르고 이력도 다르다”며 “나는 경제에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정 전 총리의 달라진 모습 뒷면에는 2위 선점 전략이 엿보인다. 3~4%로 지지율이 낮지만 ‘홍보전’을 강화해 이 전 대표를 제치고 2위에 오르겠다는 복안이다. 한 측근 의원은 28일 통화에서 “코로나19 관리 경험과 과감한 민생·경제 행보를 강하게 보여준다면 1위를 압박할 2위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정책적 면모를 강조하면서 존재감을 다시 부각시킬 예정이다. 이 전 대표는 5월부터 본격적으로 ‘권토중래’에 나서 10일쯤 자신의 정책 싱크탱크 심포지엄을 열고 ‘신경제·신복지’ 제도 등 ‘이낙연표 대선 공약’ 벼리기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미 지지율은 바닥을 칠 대로 쳤다’는 인식에 따라 묵묵히 정책·공약을 준비하는 ‘정공법’을 택한 모습이다. 이익공유제 등 코로나19 불평등 해소 정책 등을 처음으로 고안해내 호평을 받은 것도 강점으로 부각시킬 계획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는 내용의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 환영을 표하면서 “복지나 주거, 교육 정책도 다양한 가족 형태에 맞춰 재정립해야 한다. 신복지제도에서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에 대항하는 ‘신복지제도’를 이낙연표 정책으로 밀겠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정책과 비전 등 ‘포지티브한 차별화’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두 주자 모두 ‘친문’ 중심의 ‘당심 호소’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비문계로 분류되는 ‘이 지사 대항마’를 자처하면서 친문계에 지지를 호소하는 식이다. 이 지사가 현재까지는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친문계 지지 여부는 완벽하게 정해지지 않았다는 계산에서다. 정 전 총리는 김대중·노무현 정신과 문재인 정부 계승을 강조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정권 재창출이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완결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 전 총리는 최근 사석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문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승패 좌우할 '호남 전쟁' 관건

호남 출신인 이낙연(전남 영광) 전 대표와 정세균(전북 진안) 전 국무총리의 '호남 경쟁'이 본격화됐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의 대표 주자로 자리 잡아 1강 독주 체제를 이어가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항마'로서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호남 잡아라

퇴임 이후 전국을 돌며 대권 행보를 하는 정 전 총리는 28일 광주를 방문, 호남과 진보 진영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정 전 총리는 29일까지 광주와 전남을 누비며 지지자들을 만나 호남 민심을 살펴볼 계획이다. 정 전 총리는 5·18묘지 참배 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동안 광주 호남이 피와 눈물로 쌓아 온 헌신과 희생은 이미 충분하다. 이제 아픔을 딛고 광주 호남의 발전을 이야기해야 한다"며 "김대중 대통령의 실용 정신으로 지역경제를 살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 균형 발전을 기치로 광주 호남을 명실공히 대한민국 지역 분권 발전의 한 축으로 정립해야 한다"고 호남 구애 목소리를 냈다.

4·7 재보선 패배 이후 '잠행'을 이어간 이 전 대표는 지난 16∼18일 광주와 전남을 찾아 지역 민심을 살폈다. 당분간 공식 일정 없이 지방 민심 행보를 이어가는 이 전 대표는 다음 달 8일 광주를 다시 방문해 지지 모임 출범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광주를 시작으로 전국 17개 시도에서 열리는 지지 모임 출범식에 참석해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다음 달 2일 민주당 전당대회까지는 지방을 순회하며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다가 전당대회 이후 '적극적인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지 기반이 겹치는 호남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두 호남 주자의 경쟁이 시작되면서 지지자들의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정 전 총리의 지지 모임인 '나의 소원'은 다음 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김명술 전 언론사 대표, 김용권 사회복지법인 진산 이사장, 유재한 전남대 교수, 윤오남 조선대 교수, 정영재 백범문화재단 상임이사를 상임대표로 하고 각계 2천여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지지 모임인 '신복지2030 광주 포럼'도 다음 달 8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발기인 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한다. 발기인으로는 이개호·이병훈·이형석 의원, 광주 5개 구청장, 김동찬·김용집 광주시의회 전·현 의장, 류한호 광주YMCA 이사장, 안성례 전 오월어머니회 회장 등 1천여명이 참여했다.

개별 활동을 이어오던 지지 모임이 잇따라 출범할 예정이어서 호남에서 본격적인 세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 정가의 한 인사는 "여당 대권 주자로 자리 잡으려면 최대 지지 기반인 호남의 선택을 받는 게 중요한데, 호남 출신에 문재인 정부 총리라는 같은 이력을 가진 두 후보 중 누가 호남의 선택을 받아 이재명 지사의 경쟁자가 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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