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평화프로세스 마지막 재가동 주력…북 바라는민간 경협이 현실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평화의집 앞에서 남북공동선언인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평화의집 앞에서 남북공동선언인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27 남북정상회담이 3주년을 맞았다.

역사적인 4·2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장밋빛 미래가 그려졌던 남북관계는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노딜(no deal)로 끝난 이후 교착상태에 빠져든 북미관계에 휩쓸려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과연 임기를 1년여 앞둔 문 대통령이 자신의 대북 구상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4.27 판문점선언 나온 배경 주목해야…하노이 노딜 이후 소강국면 지속

남북이 4.27 판문점선언에 이른 실질적 배경은 북한의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문대통령의 지속적인 남북관계 발전 노력도 주효했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았다면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10일 취임한 이후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을 마주해야 했다. 북한은 수차례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가 하면 2017년 9월3일엔 6차 핵실험까지 감행했다.   

북한의 이같은 도발에 문 대통령은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면서도 흔들림 없이 대화를 제의하는 등 북한과의 신뢰 구축을 위해 노력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7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해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항구적 평화체제)를 골자로 한 '신(新) 베를린 선언'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쾨르버 재단 연설에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선수단 참가를 제안했고, 김정은 총비서는 다음해 신년사로 화답하면서 수년간 닫혀 있던 남북관계에 물꼬가 터졌다. 

김 총비서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의 참석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은 올림픽 이상의 성과를 거뒀고 곧바로 4·27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남북의 두 정상은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일체의 적대행위 중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 설치 등의 내용이 담긴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판문점선언으로 이어진 남북관계는 적대관계인 북미 양측을 잇는 디딤돌 역할로 확장됐다.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이 그것이다.

판문점회담을 계기로 남북·북미 관계에 장밋빛 미래가 감돌았지만, 2019년 2월 김 총비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하노이 2차 북미회담이 결렬되면서 한반도 상황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해 중반부터 남북 관계는 냉각기를 넘어서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북한은 지난해 6월 일부 탈북단체들의 대북전단(삐라) 살포를 이유로 판문점 선언의 상징이었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 올해 들어 김여정 부부장이 직접 나서 거친 언사로 한국 정부를 맹공격했다. 김 부부장은 "3년전 봄날은 없다"며 4.27판문점선언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5월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이를 통해 남북관계에 변화의 모멘텀이 마련될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된 근본 배경에 남한과 북한이 자리하고 있는 만큼 해결책도 당사국이 찾아야 한다. 북한이 대화의 문을 열고 있지 않은 상황에선 남한이 우선 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임기 1년 남은 문대통령,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방점' 바꿔야

판문점 선언 3주년을 맞은 올해도 한반도의 정세는 여전히 소강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남북 교류를 막고 있고, 남북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은 행정부 교체로 인해 대북정책과 전략을 수립하는 데 물리적인 시간 소요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한반도 정세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것도 남북관계에 부정적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임기를 1년여 남긴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가동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전화통화를 가진 데 이어 5월 하순에는 첫 대면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의 진전을 위한 한미 간 긴밀한 공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정상이 어떤 합의를 내놓을지가 향후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미 유력 일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를 통해 북핵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노력에 대해 "변죽만 울렸을 뿐 완전한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며 "(북미가) 하루빨리 마주 앉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바이든 대통령께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실제적이고 불가역적인 진전을 이룬, 그런 역사적인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자신이 주창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기반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풀어가려고 한다. 방식은 '정치'이고 '비핵화'에 무게가 실려있다. 

하지만 북한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대북 접근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심하게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작동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다가서려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북한 핵에 관한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국내외에서 북한 관련 발언이나 생각을 말할 때 '비핵화'를 거론하지만 북한은 그 문제를 미국하고만 상대하려 하고, 정확하게는 핵보유국인 만큼 더이상 비핵화를 논의하는것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북한을 앞에두고 북핵 해결사 내지 중재자로 나서려고 한다. 북한은 '핵'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돌린다. 문 대통령이 대북 접근 방식에서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북은 사실상 핵보유국이기 때문에 더이상 북핵에 대해 논하려 하지 않고, 핷을 절대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비핵화' 얘기를 하는 것은 시간낭비이고 무의미하다"고 단언했다. 

소식통은 "미국도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미국이 아닌 유엔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스스로 행동에 나설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를 유엔으로 가져가는 역할은 러시아가 최적임자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북에 가장 시급한 것은 경제난, 특히 식량난"이라며 "이런 것을 갖고 대화한다면 북이 응할지 모르지만 핵이나 정치 얘기를 하면 북은 돌아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과 30년 이상 교역을 해온 장백산 해외동포지원사업단 이사장은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앞서 김여정을 보내고 올림픽에 참가한 실제 이유는 '경제난' 때문"이라며 "2017년 6차 핵실험 이후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전 세계가 대북제재에 나서자 할 수 없이 남한과의 대화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그러나 문제인 정부가 그 내막을 모르고 주저하니 김정은이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에게 식량지원을 요청했다"며 "북한은 그때나 지금이나 '경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임기말 문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시키고자 한다면 '경제'를 갖고 접근해야야 한다"며 "정부가 나서면 미국 등 국제사회의 눈이 있는 만큼 민간 차원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국내 민간의 대북접촉은 국내법과 5.24 대북제재조치 등 한계가 있으니 해외동포가 나서는 것이 실행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장 이사장은 "북한과의 경협은 국제사회의 제재가 있고, 남북 생산물이 다른 만큼 20년전부터 '물물교환' 방식을 강조했는데 지금도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대호 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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