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원칙있는 통합하겠다"면서도 "전당원 투표·여론조사 필요" 여지
방식·시기·협상주체·지도부 구성 등 숙제…"일단 주호영과 논의할 것"
국민의당이 국민의힘과의 통합을 공식화했다. 국민의힘에 관련 입장을 곧 전달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원칙 있는 통합을 추진하자는 데 최고위원들이 뜻을 같이했다"며 "조만간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만나 의논하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의 통합에 있어 자신들이 수호할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안 대표는 "저희가 지금까지 추구해왔던 우리당의 중도실용노선, 정권교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 혁신이 있다"며 통합 조건으로 △유능 △도덕 △공정 △국민통합 △청년미래 등 5대 키워드(핵심어)를 제안했다.
4·7 재보궐선거 승리후 3주만에 공식적인 당의 입장이 나왔지만 실제 통합까지는 갈 길이 멀다.
먼저 국민의당의 의견 수렴이 100% 끝나지 않았다. 안 대표는 "(향후) 전 당원 투표 내지 여론조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전국을 순회하며 통합에 대한 당원들의 의견을 물었다. 지난 25일 서울시당 간담회를 끝으로 의견 수렴을 마쳤지만 의견을 개진한 당원 비율은 채 5%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회 간담회에서는 통합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3분의 2, 반대한다는 의견이 3분의 1로 집계됐다. 극소수 당원만의 의견인 셈이다. 전당원 투표나 여론조사가 진행된다면 가능성은 적지만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국민의힘과 합당을 논의할 때도 진통이 예상된다. 정당법에 따르면 합당에는 신설합당과 흡수합당 두 가지 방식이 있다. 국민의당은 "흡수합당은 고려할 가치가 없다"며 당대당 통합(신설합당) 입장이 확고하다.
이 경우 새 당명, 국민의당 사무처 직원들의 고용 승계 문제 등에서 갈등을 겪을 수 있다. 당명과 관련해서는 양 당의 시각차가 뚜렷하다. 국민의힘은 101석인 정당과 3석의 정당이 합치는 점, 이름이 비슷한 점 등을 거론하며 '국민의힘'을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반면 국민의당은 당대당 통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새 당명을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반박한다.
지도부 구성도 쉽지 않다. 통합의 효과를 외부에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양당 출신들이 지도부에 혼재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안 대표는 일단 통합을 하더라도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통합 신당 지도부가 국민의힘 출신으로만 채워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분리 선출하기로 한 만큼, 국민의당 출신이 정책위의장을 맡는 것이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된다.
안 대표는 이날 발표에서 주호영 권한대행과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주 권한대행은 오는 30일 새 원내대표가 뽑히면 물러난다. 사흘 후면 물러날 사람과 협상을 한다는 것을 두고 통합에 대한 진정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관계자는 "주 권한대행이 임기가 끝나지만 논의를 이어온 사람이 주 권한대행이다"라며 "지금 우리가 결정했기 때문에 이를 주 권한대행에게 말하는 것이고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자연스럽게 또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국민의당의 통합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주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 결론을 보고 우리 당이 다음 단계를 취할 수 있으면 취하겠다"며 "우리 당은 합당을 찬성한다는 일관적인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 대표가 30일 전에 주 권한대행과 만날 것이다"라며 "이때 당에서 논의한 것들의 결론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