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S ‘분단을 넘어’ "北 남포조선소 SLBM 시험발사 징후"
"北 신형 SLBM 불투명, 시기 부적절…서해 발사 불가능"

1월 14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북극성-5ㅅ' 문구를 단 신형 추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등장했다. (MBC 캡처)
1월 14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북극성-5ㅅ' 문구를 단 신형 추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등장했다. (MBC 캡처)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북한 전문 사이트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20일 “이달 들어 남포의 해군 조선소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시험 발사 준비를 추정케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며 위성사진 6장을 공개했다. 

CSIS 조셉 버뮤데즈 선임연구원과 빅터 차 한국 석좌는 북한이 지난 4주간 SLBM 시험발사용 바지선의 중앙 위치에 고정된 원통형 물체에 방수포를 씌우거나 크레인을 설치해 작업중인데, 이것이 SLBM의 시험발사를 준비하는 차원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북한이 핵탄두 SLBM을 장착한 핵추진 잠수함을 미국 본토 해안까지 은밀히 침투해 핵미사일을 기습 발사할 수 있다면, 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본토가 요격받는 것과 같은 충격을 주는 것으로 그런 상황을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국내 언론이 CSIS 발표 내용을 인용 보도하면서 북한이 실제 SLBM의 시험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남북 간에 또 다른 긴장을 조성하는 요인이 됐다.

과연 CSIS가 발표한 북한이 SLBM의 시험발사를 준비한다는 것은 사실(Fact)일까? 

◇북한의 SLBM 발사 가능성...北 추진 중, 현실적 난관

CSIS 발표대로 남포 해군 조선소에서 SLBM의 시험 발사 움직임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SLBM이 그러한 수준에 이르고, 발사 의지가 전제돼야 한다.

북한은 2015년 5월 9일, 김정은 총비서가 참관하는 가운데 신포급 잠수함에서 북극성으로 명명된 SLBM을 수중에서 발사해 수면에서 로켓 점화까지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SLBM 발사가 완벽하게 성공하려면 1단계 ‘잠수함 사출(콜드론치)’, 2단계 ‘비행’, 3단계 ‘계단열분리’, 4단계 ‘설정된 고도에서 전투부(탄도)기폭장치 동작’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2015년 5월의 첫 SLBM 발사는 1단계 성공을 이룬 것이다. 이후 북한은 같은해 11월과 12월 신포급 잠수함에서 두 차례 시험발사를 했으나 12월만 성공했다.

2016년 4월 23일, 동해에서 발사 시험을 해 30km 정도 비행했다. 국방부는 비행거리가 짧아  ‘실패’라는 분석을 내놨지만, 수중에서 사출해서 로켓을 점화해 어느 정도까지 날아가는 가장 핵심적인 콜드론치 부분에선 '완전히 성공'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진전을 이룬 것이다. 

영국의 군사정보업체인 IHS제인스는 SLBM의 사거리가 비정상적으로 짧은 것을 북한이 고의로 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바로 SLBM을 실전투입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알기 때문에 애초에 완전한 발사 → 비행 → 기폭을 하려던 게 아니라 잠수함에서 콜드론칭하는 것을 위주로 한 실험을 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2016년 8월 시험발사에 성공했지만, 2017년 10월 함경남도 신포에서 SLBM용으로 추정되는 엔진을 지상분사 시험했으나 폭발 사고가 발생해 실패했다.

이어 2019년 10월 실전용 SLBM으로 평가받는 북극성-3형의 수중 시험발사에 성공했고, 이 미사일을 탑재할 실전용 탄도미사일 잠수함인 신포 C급 잠수함도 건조됐다.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당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SLBM인 북극성-4형이 공개됐으나 실제 발사시험은 실시된 바 없기 때문에 아직 SLBM으로서 완성된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2021년 1월 열린 노동당 제8차대회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핵추진 잠수함(SSBN)과 신형 SLBM 개발을 선언했으며, 당대회 폐막식으로 열린 열병식에서 MIRV를 탑재한 북극성-5형 SLBM를 공개했다.

북한은 SLBM 북극성-3형의 수중 시험발사에 성공했지만, 북극성-4형과 북극성-5형의 성공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극성-4형과 북극성-5형 SLBM의 성공 여부를 견해가 갈리지만  부정적 판단이 우세하다.

국방연구소의 한 전문가는 “계단열 분리와 기폭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한의 SLBM이 성공하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북한이 남포조선소에서 SLBM의 시험발사를 준비하는 움직임을 포착했다는 CSIS의 발표는 사시과 차이가 있고, 너무 앞서간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은 반드시 SLBM 시험벌사를 한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뚜렷한 대북정책이 나오지 않은데다 경제난 등 내부 문제에 치중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운영하는 북한전문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20일(현지시각) 평안남도 남포 해군조선소에서 SLBM 시험발사용 바지선 관련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분단을 넘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운영하는 북한전문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20일(현지시각) 평안남도 남포 해군조선소에서 SLBM 시험발사용 바지선 관련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분단을 넘어

◇서해에서 SLBM 시험발사...지형특성·중국반대 등 불가능

CSIS의 북한전문사이트 '분단을 넘어'는 20일(현지시간) 최근 촬영된 위성사진들을 분석해 북한이 남포 해군조선소에서 SLBM 시험발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평안남도에 위치한 남포 해군조선소는 함경남도의 신포조선소와 함께 북한의 SLBM 개발과 관련해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던 곳이다. 이번처럼 위성사진을 근거로 남포 해군조선소에서 SLBM 발사 정황이 있다는 주장은 수년간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2019년 12월에도 CSIS의 빅터 차 석좌와 조지프 버뮤데즈 연구원이 '분단을 넘어' 사이트를 통해 남포 조선소의 미사일 수중발사 시험용 바지선에서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보고서는 임박한 SLBM 발사를 준비하는 징후는 없다면서도 "남포 해군 조선소에 위치한 수중 시험대 바지선은 언제라도 SLBM 시험발사를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시는 '하노이 노딜' 이후 10월 스톨홀롬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마저 결렬되면서, 북한이 연말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라며, 대미 압박의 강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던 시기였다. 

그래서 당시 남포조선소의 움직임은 더 주목을 받았으나 별다른 행동 없이 지나갔다. 또한 북한은 2015년 '북극성-1형'을 시작으로 2019년 10월 '북극성-3형'까지 시험발사했지만, 아직까지 남포 해군조선소나 서해에서 쏜 적은 없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CSIS의 발표에 대해 “남포 해군조선소나 서해에서는 지형과 바다 특성상 SLBM을 발사할 수 없다”며 “북한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잘라말했다.

소식통은 “서해는 신형 SLBM을 장착한 대형 잠수함이 가동하기에는 수심이 얕아 시험발사가 부적합하고, 중국이 서해에서 시험발사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실행이 어렵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북한이 남포 해군조선소에서 SLBM 시험발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CSIS의 발표는 북한과 주변 상황의 팩트를 간과한 오류로 분석된다. 

민대호 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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