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대적사업 언급…올해 3월 文 원색 비난
北, 남북관계보다 북미관계 개선 우선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2018년 4월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2018년 4월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다. Ⓒ청와대

오는 27일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3주년을 맞는다.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섰다. 이 장면은 한반도 역사에서 손에 꼽히는 명장면으로, 전 세계에 큰 울림을 줬다.

판문점 정상회담 직후 남북 간의 교류는 활발해졌고 대화를 상설화하기 위해 1년 365일 24시간 연락이 가능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소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철도·도로는 물론 산림과 보건의료 협력도 시작됐다. 체육 분야에서도 남북 단일팀이 구성됐고, 대표적인 인도적 분야인 이산가족 상봉행사도 재개되는 등 큰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화해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9년 2월 일명 '하노이 노딜 회담'으로 불리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남북관계는 급격히 얼어붙기 시작했다.

2020년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세계 확산으로 북한은 남측뿐만이 아닌 우방국인 중국과도 접촉을 원천 봉쇄했다. 대화의 문을 완전하게 걸어 잠근 것다.

특히 지난해 중반부터 남북 관계는 냉각기를 넘어서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북한은 지난해 6월 일부 탈북단체들의 대북 전단(삐라) 살포를 이유로 판문점 선언의 상징으로 볼 수 있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그 직전에는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일방적으로 차단했다.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전면에 나서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하며 한반도 긴장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9월쯤엔 북한군이 서해상에서 우리 공무원을 사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남북관계는 더 이상 돌아 올 수 없는 길을 걸어가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김정은 총비서가 이와 관련 이른 '유감' 표명에 나서고, 10월10일 노동당 창건일 75주년 기념행사에서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을 언급하며 "남과 북이 두 손 마주잡는 날 찾아오길 기대한다"는 발언을 하면서 남북관계는 한숨 돌리는 모양새였다.

그러다 올해 3월 김여정 부부장이 한미연합훈련을 이유로 대남 비방 담화에 나서면서 한반도 기류는 다시 냉랭해졌다.

김여정 부부장은 3년 전 4·27 판문점 정상회담을 시사하며 "3년 전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정리, 금강산국제관광국 비롯 남북 협력·교류 관련 기구 철폐, 북남군사분야합의서 파기를 하겠다며 우리 정부를 향해 엄포를 놓았다.

김 부부장은 더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실로 뻔뻔스러움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라면서 '미국산 앵무새' '뻔뻔스러움' '자가당착' '철면피함' '경악' 등 거친 표현으로 비난을 가했다. 이처럼 북측의 강한 언사는 남북관계 회복 또는 개선에 대한 우리 국민들과 당국자들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현재 북한은 특별한 대남 동향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 역시도 긍정적인 상황으로 판단하긴 이르다. 마치 '폭풍 전 고요' 상황을 연상케 하는 듯하다.

북한은 남측을 향해 냉랭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과는 다르게 대미관계에서는 '여지'를 두고 관계 개선을 원하는 모습이다. 최근 북한이 군사 도발이나 과격한 대미 발언 등을 자제하는 이유는 조 바이든 미국 신행정부가 대북 정책 검토를 아직 마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판단이 주를 이룬다.

북한은 올해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미국에 '선대선 강대강' 원칙을 제시한 만큼, 상황을 주시하며 미국의 움직임에 맞서 자신의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북한이 대북제재 틀에서는 남한과 대화해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판단해 우선적으로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대북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올 상반기에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하반기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본궤도에 진입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의지를 재차 밝히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1일 열린 지방자치단체 남북교류협력 정책협의회에 참석, 현재의 남북관계에 대해 "분명 녹록지 않고 쉽지도 않다. 한반도 평화·번영의 길에 많은 도전이 남아 있고 한반도 정세를 둘러싸고 많은 불확실성도 존재한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노력하기에 따라 새로운 남북관계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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