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익인간’을 빼고 ‘민주시민’을 넣은 더불어민주당의 교육기본법 개정안에 교육계 반발이 커지자 해당 법안을 발의한 민형배 의원이 22일 철회 의사를 밝혔다.

홍익인간 이념이란 ‘삼국유사’에 실린 고조선 건국 이념으로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교육 정책 전반에 대한 기본 틀을 규정한 교육기본법은 1949년 제정 이래 홍익인간 정신을 교육이념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4일 “홍익인간, 인격도야, 자주적 생활능력, 민주시민의 자질, 인류공영의 이상 실현 등의 표현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며 이를 삭제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고, 민주당 김민철·문진석·변재일·소병훈·신정훈·안규백·양경숙·양기대·이정문·황운하·김철민 의원 등이 동참했다.

개정안은 현행 문구 대신 “민주시민으로서 사회통합 및 민주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한다” 등의 내용을 담았다.

민 의원은 개정안 발의 이유로 “표현들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 교육 지표로 작용하기 어렵다”며 “지난 70년간 변화된 사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또 “학교 존재의 목적은 학생들의 행복한 삶과 더 나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먼저 반발한 곳은 단군사상을 교리로 삼는 대종교였다. 대종교 측은 “배달민족의 뿌리를 부정하는 것인가”라며 반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정신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래 교육의 핵심가치인데, 국민‧사회적 합의 없이 이를 수정해선 안 된다”고 반발했고, 현 정권의 핵심 교육가치인 ‘민주시민’을 법적으로 명문화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교총은는 19일부터 22일까지 전국 유·초·중·고등학교 교원 87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4%가 해당 개정안에 대해 반대했다고 밝혔다.

‘교육기본법의 교육이념 등 핵심 가치를 바꿀 때 바람직한 절차와 방법’을 묻는 문항에는 응답자의 80.4%가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별도 논의 기구를 통해 오랜 숙의와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답했고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답한 비율은 15.6%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1일자로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막아달라는 청원이 오르기도 했다. 청원자는 “홍익인간의 교육이념은 공론의 자리 없이 몇몇 국회의원이 문구 고쳐서 삭제되어야 하는 용어가 아니다”며 “이는 단순히 교육이념에서의 삭제가 아니라 우리 민족 정신을 지우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고 나아가 “지금 역사 학계가 단군조선 없애기, 단군 신화를 확고히 하기의 일환으로 홍익인간도 삭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민형배 의원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고 지적한 ‘인류 공영’은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도 나온다. 헌법 전문에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라며 헌법 제·개정 이유를 밝히고 있다.

교육기본법 개정안 철회요구서.
교육기본법 개정안 철회요구서.

◇비판 커지자 철회…민형배 “논란 일으켜 송구”

논란이 커지자 대표발의자인 민형배 의원 등 12명의 의원이 22일 국회의장에서 철회하겠다는 문서를 제출했다. 민 의원 등은 이날 ‘교육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철회요구’ 공문을 박병석 국회의장 앞으로 보내 “2021. 3. 24. 민형배의원 등 12인이 발의한 “교육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법 제90조 제1항에 따라 철회하고자 하오니 조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요청했다.

이와는 별도로 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교육기본법 개정안 발의를 철회한다”며 “논란을 일으켜 송구하다.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어렵고 복잡하다고 생각했다.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정신에 충실하려는 의도였다”면서 “사려 깊지 못해 염려를 끼쳤다. 개혁과 민생 등 현안이 많은데 굳이 논란을 더해서는 안 되겠다”고 설명했다.

해당 법안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던 같은 당 신정훈 의원도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올려 “문제의 소지를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좀 더 세세히 살피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신 의원은 “지적과 비판에도 감사드린다. 개중 ‘친일파’ 등 과도한 비난과 억측도 일부 있었지만, 좀 더 잘하라는 회초리로 받아들이겠다”며 “더 신중히 일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오동윤 기자 ohdy@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