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제주도, 서해 유입 확실…시기, 위험정도 견해차

그린피스가 지난해 10월 촬영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모습. 방사성 오염수를 담고 있는 푸른색 저장탱크들이 발전소 부지 안쪽에 늘어서 있다. Ⓒ그린피스
그린피스가 지난해 10월 촬영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모습. 방사성 오염수를 담고 있는 푸른색 저장탱크들이 발전소 부지 안쪽에 늘어서 있다. Ⓒ그린피스

일본 정부가 13일 후쿠시마 제1원전에 저장 중인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결정한 것을 계기로 해양 방출이 국내에 끼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열린 각료 회의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한다는 계획을 담은 ‘처리수 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을 결정했다.  

이에따라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따른 방사성 물질 오염수의 해양 방출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日 내년 10월께 저장탱크 가득 차…배출 기준 넘는 방사성 물질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설치돼 있는 1000여개의 저장탱크에는 지난달 18일 기준으로 125만844t의 오염수가 보관돼 있다. 2011년 사고 발생 뒤 오염수는 하루 평균 140t 가량씩 늘어나 내년 10월께면 현재까지 확보된 저장탱크 용량(137만t)이 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이 오염수를 방사성 물질을 제거했다고 하지만 도쿄전력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일부 방사성 물질은 여전히 배출 기준을 크게 웃도는 상태다. 골수에 축적돼 혈액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스트론튬(Sr)-90은 오염수 1L에 평균 3355Bq(베크렐) 함유돼 있다. 배출기준(30Bq/L)을 무려 110배 이상 초과하는 고농도다. 삼중수소(H-3) 평균 농도는 58만1689Bq/L로 배출기준(6만Bq/L)의 10배에 가깝고, 요오드(I)-129의 평균 농도도 9.361Bq/L로 배출기준(9Bq/L)을 웃돈다.

일본 정부는 배출 전에 대부분의 방사성 핵종을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다시 처리해 배출기준을 맞추고, 처리가 안 되는 삼중수소는 바닷물로 희석해 농도를 배출기준의 40분의1 미만으로 떨어뜨려 배출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바다로 들어가는 삼중수소 총량은 달라지지 않는다. 오염수 속 삼중수소의 방사능 총량은 약 860조Bq로 추정된다. 이는 한국 원전 전체에서 연간 배출하는 삼중수소의 약 4배가 넘는 양이다. 최근 월성 원전에서 유출 논란을 빚은 삼중수소는 오염된 수산물을 통해 인체로 들어와 유기결합삼중수소로 전환되면 내부 피폭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다로 들어간 방사성 물질은 먹이 사슬을 통해 축적돼 인간의 식탁까지 위협할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오염수 해양 방출 계획에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해산물을 즐겨 먹는 한국인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까닭이다.

한달 내 제주도에? 북태평양 돌아 4~5년 후 한국 해역에 유입?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원자력 전문가인 숀 버니 수석은 "오염수 100만 톤을 바다에 흘려보내려면 17년에 걸쳐 물 7억7000만 톤을 쏟아부어 희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순환하기 때문에 태평양 연안 국가들도 방사성 물질에 노출될 수 있으며, 특히 한국은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사고 때 배출된 오염수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독일 키엘대 헬름홀츠해양연구센터가 자주 소환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 영상자료를 분석한 데 따르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 때 세슘137 등 핵종 물질이 1㎥당 1000만조분의 1㏃만큼 미량이면 한 달 내로 제주도와 서해에 도달할 수 있다.

2012년 헬름홀츠해양연구센터가 후쿠시마 사고 때 배출된 세슘-137 확산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한국의 해역에 유의미한 농도값의 세슘-137이 도달하는 시기는 방출 뒤 약 5년이 지난 후가 될 것이란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연구팀이 논문과 별로도 공개한 시뮬레이션 동영상에 통상적으로 분석이 불가능한 수준인 소수점 이하 여덟째자리까지 낮춘 농도값을 넣어보면 세슘-137이 220~400일 만에 제주도·서해까지 도달하는 것으로 모사된다. 후쿠시마에서 북동쪽으로 올라가는 쿠로시오 해류와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미세한 해류에 의한 확산이 포착되기 때문이다.

강정구 해양수산부 해양환경정책과장은 “키엘대 연구 결과는 후쿠시마에서 방출될 방사성 물질이 일 년 이내에도 우리 바다에 유입될 개연성은 충분히 있지만 역으로 보면 환경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면서도 “국민들에게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우리가 시뮬레이션 모델을 돌려 영향 분석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동윤 기자 ohd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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