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고' 北, 사업가 신병인도에 단교까지…미국엔 "대가 치를 것"
전문가 "美, 전 정권 일 마무리 차원인 듯…北, 美에 화풀이"

미국이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연재해 등 '삼중고'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에 자금줄까지 차단하는 고강도 압박에 나설지 주목된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자국에서 '돈세탁' 혐의로 재판을 받던 북한 국적 사업가의 신병을 미국에 넘겼는데 이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금융제재 '시발점'이 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북한 외무성은 19일 성명을 통해 "지난 17일 말레이시아 당국은 무고한 우리 공민을 범죄자로 매도해 끝끝내 미국에 강압적으로 인도하는 용납 못할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며 말레이시아와의 '단교'를 선언했다.

북한 당국이 언급한 인물은 문철명(56)이다. 문씨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인 지난 2019년 5월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범죄인 인도송환 요청에 따라 말레이시아 당국에 체포됐다.

FBI는 문씨가 사치품을 북한에 보내는 행위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했고, 유령회사를 통해 돈세탁을 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체포는 이에 대한 '공조' 차원이었다.

문씨는 자신에 대한 혐의를 부인했지만 말레이시아 법원은 그해 12월 신병 인도를 승인했다. 이후 이달 초 말레이시아 법원은 문씨의 상고를 기각해 최종 인도 결정을 내렸다.

북한은 이번 말레이시아와 미국의 문씨 체포·인도 결정이 '반공화국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을 향해 '배후조종자' '주범'이라는 용어를 쓰며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임을 미리 경고해둔다"고 위협했다.

북한이 말레이시아와의 단교까지 거론할 정도로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미국이 북한의 통치자금으로 불리는 외화수입원까지 들여다보며 강도높은 금융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약 16년전 '방코델타아시아(BDA)' 사건 처럼 북한으로 흘러들어가는 통치자금을 차단, 북한 정권의 '명줄'을 죌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지난 2005년 9월 북한의 위조지폐 유통과정을 추적하던 중 BDA 계좌를 포착하고 마카오 소재 중국계 은행 BDA를 북한의 '돈세탁' 창구로 지목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금융사들까지도 BDA와의 거래를 끊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BDA에 개설돼 있던 북한 당국의 계좌 50여개도 동결되고 말았다. 당시 북한의 BDA 계좌 예치금은 총 2500만~2700만달러(약 280~300억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북한이 해외공관 외에도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유령회사를 차려 '통치자금'을 조달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북한 사업가 문씨의 미국 송환 과정에서 추가적인 정보가 미 당국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 북한 또한 민감해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특히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 '당근'(외교적 인센티브)과 '채찍'(추가 대북제재)을 병행할 것임을 시사한 바이든 행정부가 추가 경제제재를 가할 것임을 시사 하는 대목이라는 분석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과거 오바마 행정부 때 인사가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통령 행정명령 13722호를 발동한 바 있다.

이는 운송과 광물, 에너지, 금융 등 북한 경제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제재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특히 북한을 대상으로 한 '세컨더리 보이콧'(유관 3자 제재) 개념이 처음 담겼다.

반면 아직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리뷰 과정이 마무리 되지 않았고, 이번 문씨의 미국 인도 사안은 트럼프 행정부 때 해오던 사안이라는 점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추가 대북제재 등 바이든 행정부의 강경 기조의 일면을 가늠하기에는 결국 다음달로 점쳐지는 대북정책이 공개돼봐야 한다는 얘기인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 기조에 해당하는 일련의 조치인지 아니면 전 정부에서 관행적으로 진행해 오던 일에 대한 마무리 차원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입장에서 신병 인도를 했다면 더 반발했을 것"이라며 "일단 말레이시아와의 외교 단절 수준에서 화풀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