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과 '바이든號' 대북정책 방향 최종 조율할듯
한국에 '중국 견제 동참' '대일관계 개선' 주문 전망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문재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문재인 대통령.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오는 17일 일본 방문을 마치고 동시에 한국을 찾는다.

5년 만에 열리는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 참석을 위한 두 장관의 이번 방한은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 외교정책 설정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뉴스1이 14일 보도했다. 

특히 올 1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진행 중인 한미 양국 간의 대북정책 '담금질'을 비롯해 미국의 중국 견제전략과 이를 위한 한일관계 개선 문제 등까지 두루 다뤄질 것으로 보여 두 장관의 이번 방한이 주목되고 있다.

◇美 '바이든號'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최종 조율 예상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미 정부가 추구해왔던 대북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 작업을 진행해왔으며 현재 막바지 단계에 있다.

성 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은 12일(현지시간) 블링컨·오스틴 장관의 한일 순방 관련 컨퍼런스콜에서 "대북정책 재검토가 언제 끝날지 정확한 시간표는 없지만 우린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아마 수 주 내에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싱가포르 선언'에 기초해 북한과의 비핵화 관련 대화를 재개하면 이를 남북관계 개선으로까지 연결 짓겠다는 구상을 밝혀왔다.

북미 양측은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와 트러프 당시 미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등 4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향후 대북정책 설정과 관련해 "한일 등 동맹국의 의견의 경청하겠다"면서도 "북한의 태도에 따라 '당근'(외교 인센티브)과 '채찍'(추가 대북제재)을 병행하겠다"는 뜻 또한 숨기지 않고 있는 상황.

즉, 바이든 행정부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과시성·이벤트성' 대북외교보다는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할 때까진 계속 제재를 가한다'는 전통적 방식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블링컨 장관 등의 이번 한일 순방엔 대북정책 재검토 결과를 내놓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양국 당국자들의 의견을 듣는다는 의미도 담겨 있는 만큼, 우리 정부로선 트럼프·바이든 두 행정부 대북정책의 간극을 메우는 게 급선무가 될 전망이다.

다행히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숙제'로 남았던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최근 타결되면서 우리 정부로선 미국의 대북정책 또는 한반도 정책 방향과 관련해 '좀 더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측과의 협상에서 미군의 한반도 주둔에 따른 방위비분담금으로 올해 1조1833억원을 지불한다는 데 최종 합의했다. 인상률(전년대비 13.9%)만 봤을 땐 역대 방위비분담금 가운데 협상 가운데 2002년(25.7%)와 1994년(18.2%)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것이다.

게다가 우리 정부는 2022~25년엔 전년도 국방예산 증가율만큼 인상한 분담금을 미국 측에 지급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향후 재선 도전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이번 임기 4년간(2021~24년) 미국이 가져가는 분담금 액수가 매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같은 '부담'에도 불구하고 대북정책을 포함한 외교·안보현안을 둘러싼 이견을 해소하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다시 한 번 대내외에 과시하는 기회를 마련한다면 그 이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우리 정부도 이를 위해 블링컨·오스틴 장관 방한 계기 2+2 회담을 최대한도로 활용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블링컨 장관 등의 이번 방한을 계기로 새 방위비분담금 협정의 가서명이 이뤄지고, 한미 2+2 회담의 정례화 또한 재차 추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미 2+2 회담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시작된 이래 2016년까지 총 4번 열렸고,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정례화 논의가 이뤄지긴 했으나 실현되진 못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이번 한미 2+2 회담에선 대북 사안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며 "미 국방부에선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는 문제가, 그리고 미 국무부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에 관한 얘기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美 '중국 견제 연대에 한국도 참여하라' 요구할 수도

블링컨 장관 등의 이번 방한과 관련해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바이든 정부가 추진 중인 역내 동맹국들과의 '대(對)중국 연대' 구축에 관한 사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 열린 자국과 일본·호주·인도 등 이른바 '쿼드' 4개국 간의 첫 정상회의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 전략 아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 등을 필두로 사실상 '중국 견제'에 보조를 맞춰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런 가운데 블링컨 장관은 한일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18일 알래스카주에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및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날 계획이어서 이번 방한에서 우리 측에도 자국의 대중국 정책에 관한 입장을 설명하고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이번 쿼드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자유롭고 개방된' '민주적 가치' 등의 표현이 등장하는 것은 중국의 행보가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라며 "이런 견해가 블링컨 장관 등의 이번 방한을 통해 우리 측에 전달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미중 양국 모두와의 관계를 감안해야 하는 우리 정부는 일단 "배타적 지역구조를 만들면 안 된다"(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블링컨 장관 등의 이번 방한을 통해 미국 측이 관련 제의를 해오더라도 계속 '신중한 태도'를 취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 AFP=뉴스1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 AFP=뉴스1

◇블링컨, '어게인 2015' 한일갈등 중재 나설까

전문가들은 한일관계 개선 방안 마련도 바이든 대통령이 블링컨 장관 등의 이번 한일 순방과 관련해 맡긴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동맹 복원'을 강조해왔으며, 특히 문재인 대통령·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의 전화 통화 등에선 '한미일 3국 협력'을 주문해왔다. 앞으로 북한과 중국 관련 문제 등 역내 주요 현안들을 하나둘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한일 양국의 협력과 상호 협조가 필요하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의 판단이다.

블링컨 장관의 경우 지난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 체결 당시 국무부 부장관으로서 한일 간 '중재'를 모색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순방에서도 그런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견해가 많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 성 김 대행은 "블링컨 장관은 동맹국들과 미국 간은 물론, 동맹국 서로 간의 관계 개선에도 매우 헌신적"며 "한일관계는 미국의 안보·안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성묵 센터장도 "미국 측은 '한일관계 회복이 대북공조 등 한미일 안보협력 차원에서 필수적'이란 점을 이번 순방에서 강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이제 1년여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블링컨 장관 등의 이번 순방이 현 정부 임기 중 한일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모색할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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