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디자인이 있을까: 북한산업미술 70년'최희선 지음/도서출판 담디(2020)
'북한에도 디자인이 있을까: 북한산업미술 70년'최희선 지음/도서출판 담디(2020)

올해 북한이 유독 강조하는 것은 '경제'이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올해 신년사에 갈음한 '친필서한'에서 '인민'을 몇차례 강조하며, 이들을 위한 '경제'에 매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5년만에 열린 8차 노동당대회와 전원회의 등 김 총비서가 참석한 회의에서 일관되게 강조된 것은 '경제'이다.

사실 북한은 김정은시대 뿐 아니라 김일성시대부터 '경제'에 전력해왔고, 정치를 비롯한 문화예술도 그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형태를 띠기도 했다. 따라서 북한의 경제 변천사를 보면 그들의 실상을 상당 부분 이해할 수 있다.

최근 북한의 산업과 예술을 접목한 산업예술을 통해 북한의 내부를 일부나마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북한산업미술 연구자로 알려진 중앙대학교 겸임교수이자,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최희선 저자의 <북한에도 디자인이 있을까: 북한산업미술 70년>이다.

남한의 ‘디자인’에 해당하는 말은 북한의 ‘산업미술’이다. 북한 '과학백과사전'에 따르면 “산업미술 : 제품의 형태와 색갈, 생활환경 같은 것을 아름답고 보기 좋게 또는 쓸모 있게 만들거나 꾸리는 등 산업적 목적에 이바지하는 미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책은 북한 정권수립(1945년) 시기부터 90년대 말까지 기록을 다룬 상권과 21세기 이후부터 2018년까지 급발전하는 산업미술의 전개 과정을 기록한 하권으로 구성돼 있다.

상권(1945-1999)은 ‘북한 사회에서 디자인은 무엇인가’라는 개괄적 설명과 함께 북한 원전의 풍부한 인용문도 담고 있다. 디자인에 정치사상을 입혀 대한민국에서는 낯설고 다소 거북한 문장들도 있지만 북측의 과거, 현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뚜렷하다.

북한의 경제가 어려워진 90년대 고난의 행군 때에는 군사미술이 주요 도안들을 창작하는 선군시대의 특징을 디자인을 통해 엿볼 수 있으며, 강성대국을 준비하는 90년대 말부터 디자인 관련 법과 교육을 정비하는 북한의 계획적인 디자인정책 변화도 이 책을 통해 관찰할 수 있다.

하권에 수록된 하이라이트 디자인들은 2012년 이후 매해 국립 디자인센터(국가산업미술중심)에서 열리는 국가산업미술전시회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2년 이후 산업미술은 과거보다 좀 더 자본주의풍으로 과감해지기도 하며, 첨단 과학기술을 응용한 도안들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페이지를 펼칠 때마다 국내외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북한의 기계, 생필품, 가구, 의상, 상표와 포장 디자인이 그림들로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가령 ‘갈매기 라지오(1964), 천리마 뜨락또르(1958), 금성 뜨락또르(2017), 소나무 학생가방(2017)’ 등등 모두 1000여 점의 도판이 풍성하게 수록되어 있어서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요기가 된다.

북한은 디자인에서도 정치사상을 강조하지만, 산업디자인은 대중의 일상생활에 깊이 결부된 것이기에 곳곳에서 생활의 냄새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세계 명품을 만들어 경제강국으로 도약하려는 북한의 소망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민대호 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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