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취지 공감·보완 필요"…대법원 "직업선택의 자유 등 문제 있어"
1997년 헌법재판소 유사 법안에 위헌 결정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이른바 '윤석열 출마 금지법'으로 불리는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해 법무부와 대법원이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서 정치권 논란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해 12월 11일 ‘검찰청법ㆍ법원조직법 개정안’(이른바 윤석열 출마 금지법)'을 발의했다. 현직 검사와 법관이 퇴직 후 1년 간 공직선거에 나서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임기는 내년 7월로, 법안이 통과되면 2022년 3월 실시되는 대선에 도전할 수 없다. 

정치권에서는 윤 총장이 임기를 마친 뒤 공직출마 가능성을 겨냥해 '윤석열 출마 금지법'을 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해 말부터 윤 총장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부상했고, 지지율도 야권 후보 중 압도적 1위를 나타냈다. 

이런 상황에서 25일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에 따르면 법무부는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취지 공감·보완 필요'라는 입장을 낸 반면, 대법원은 직업선택의 자유 등 논란이 있을 수 있어 추가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 '윤석열 출마 금지법' 법무부·대법원 입장차

법무부는 '윤석열 출마 금지법'에 대한 검토 의견에서 "입법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개별 법률에 별도로 제한 규정을 두는 것보다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법관·헌법재판소 재판관·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등 사법 직역 전반을 검토하는 입법 방식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직선거법에서 일반 공직자는 등록제한 기간을 90일로 두고 있는 것과 달리 1년으로 연장하는 것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법무부와 달리 해당 개정안과 관련해 "직업선택의 자유·공무담임권에 대한 침해 여부와 다른 공직분야 종사자에 비하여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 존재하는지 여부, 소급입법금지원칙 위반 여부 등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대법원은 "입법목적과 취지에 비추어 기본권 침해의 정도가 과도한지, 평등권 침해 소지가 있는지 등을 면밀하고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여러 공무원이 있을 수 있음에도 검사와 법관에 한해 특별히 이와 같은 제한을 두는 것이 적절한지도 추가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한  법원행정처는 "과거 헌법재판소는 '검찰총장'은 퇴직일부터 2년 이내에는 공직에 임명될 수 없고, 정당의 발기인이 되거나 당원이 될 수 없다는 검찰청법 제12조 제4항과 제5항에 대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바 있다"며 "당시 위헌결정을 받은 조항들은 개정안과 규율대상 및 기간 그리고 내용 등에서 차이가 존재하나, 그 입법 취지와 방식 등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1997년 헌법재판소 결정 판단 준거 될 듯

대법원은 '윤석열 출마금지법‘에 의견을 내면서 1997년 헌법재판소가 '검찰총장은 퇴직일로부터 2년 내에 공직에 임명될 수 없고 정당 발기인이나 당원도 될 수 없다'고 한 검찰청법에 대해 위헌 결정한 사례를 언급했다.

97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한 법안은 1996년 15대 국회에서 발의한 것으로 당시 여야는 검찰의 중립성 확보를 목적으로 검찰총장이 퇴임 뒤 2년간 공직에 임명되거나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없도록 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김도언 전 검찰총장이 퇴임 후 신한국당에 입당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여파의 대응 차원이었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된 뒤 현직 신분이었던 김기수 검찰총장과 검찰 고위간부 7명은 "해당 법안이 검찰총장의 헌법상 직업선택권의 자유와 공무담임권, 참정권을 제한한다"며 헌법 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6개월 뒤 8(위헌):1(합헌)의 압도적인 표결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법재판소(주심 이영모 재판관)는 여야가 합의한 '검찰총장 출마금지법'에 가혹한 평가를 내놨다. 다수의견은 "민주주의 정치과정에서 불가결한 권리인 참정권(선거권과 피선거권)의 우월적 지위가 부정되었다"며 "법안의 내용은 합헌의 기준을 벗어난 과잉금지원칙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또한 검찰총장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검찰청법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구체적 사건만을 지휘할 수 있도록 하고, 검찰총장의 2년 임기를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검찰의 중립성은 검찰총장을 비롯한 모든 검사가 확고한 소신 아래 공정성을 잃지 않음으로써 확보될 수 있다"며 검찰총장 출마금지법 효과에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헌재는 이와 함께 검찰총장이 퇴임 후 2년간 어떤 공직도 맡지 못하도록 한 검찰청법 개정안 역시 "직업선택의 자유와 공무담임권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폐기됐다.
 
당시 유일한 반대 의견을 냈던 조승형 재판관은 "정당 가입 금지기한이 2년에 불과하고 검찰총장에게 정당, 특히 집권 정당의 유혹을 배제하게 함으로써 소신을 가지고 검찰권 행사를 공정하게 지휘할 수 있게 한다"며 합헌 의견을 내놨다.

◇윤석열 총장 헌법소원 낸다면?

‘윤석열 출마금지법’이 본회의를 통과하고 윤 총장이 헌법소원을 낸다면 법안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앞서 대법원이 밝혔듯 헌법재판소는 1997년 판단을 출발점으로 다시 한번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때와 같은 판단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이유는 23년의 세월이 흘렀고 헌재 구성원도 그때와 다르며, 법안의 큰 틀은 유사하지만 세부적 내용에선 일부 차이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96년 법안은 2년간 출마금지였지만 최 의원의 법안은 1년간 출마금지로 돼있어 헌재 입장에선 논의 대상이 된다.
 
헌재연구관 출신의 한 법학전문대학원의 한 교수는 "검찰권의 공정성과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의 충돌이 중요한 판단 근거이지만, 국회에서 왜 이 법안을 발의했는지 입법 목적도 위헌 여부의 판단 요소가 될 것"이라 말했다.

김성지 기자 ksjo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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